절반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지. 과거에 즐길 수 있는 모든 새로움을 다 만끽해서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중년은 슬프고 지루할지 모르겠다고. 과거의 강렬한 추억 외에 앞으로 기대할 것이 없는 삶에서 평화 외에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추운 겨울, 터키와 방콕과 깊은 사랑에 빠진 연인과 함께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주인공 매기의 과거와 현실을 읽으니 새로울 것 없는 나의 현실이 곧 행복이다 싶다.홈랜드의 캐리가 나이 들어 은퇴한다면 매기 같을까? 캐리 보고 싶다. 은퇴한 스파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거라고는 큰 기대 안했는데 캐릭터와 이야기가 쫀쫀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몰입도가 좋다. 가벼운 페이지 터너가 아니고 작가의 관록이 녹아 있달까. 이제 만나서 즐겁다!
언젠가부터 좋은 책은 ’다음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읽기보다 ‘아껴 읽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빨려들어가 책장을 넘기게하는 책이 되었다. 소재도 그렇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닌데다가 난해할 수도 있어서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렵지만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올해의 베스트 책(중 하나)이다!! 작년이랑 마찬가지로 또 마지막에 돼서야 만나는 올해의 책 ㅎㅎ 읽으면서 이런생각을 했다. “작가는 호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다..”“얼마나 사전작업을 해야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건가?” x200“이거 진짜인가?”“이 사람 허구의 인물인가? 실물인가?“등등..일본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엄청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의 나를 로켓 태워 보내주는 느낌. 나는 굳이 뽑자면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이랑.. <93식>, <젤리 워커>가 좋았다. 사실 나머지도 다 좋았다.
심심풀이로 읽기 좋은 책. 모난 부분 없이 재미있게 읽기 좋은데 영미권 여성작가들 장르소설의 트렌드(가독성, 여성끼리 연대, 가스라이팅꺼져 등등)대로 안전빵으로 간 듯. 올해는 어째 “올해의 소설”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아쉽다. 아마 “가재가 노래하는..”이나 “적과 흑” 정도려나? ㅠㅠ 권태기인가봐. 일단 New year’s resolution 이었던 최소 월 1권 읽기는 했다. 허허허 지킨 거 처음인 듯. 좋은 소설 읽고 싶다. 장르소설이면 더 좋고.
생전 접할 일 없는 노집사의 이야기이지만 곳곳에 심어둔 익숙한 영국적인 면모가 재미있다. 전혀 그립지 않은 전쟁시절에의 향수를 돋구는 이야기. 캐릭터와 상황의 아이러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별 일 없는데도 자꾸 궁금해서 페이지가 넘어간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다.
나만 또 불편러인가 싶은데 “그녀는 세상이 그녀를 강간하려 한다는 듯이 울기 시작했다“ 이건 뭐냐.. 아무리 옛날 작가라고 해도 더 마초스러운 챈들러나 로렌스 블록도 이런 표현은 안 썼다. 그것도 결혼식 날 우는 신부에게 이런 표현을? 안 그래도 번역도 마음에 안드는데 진짜. 무슨 이런 직독직해 번역이지 하면서 찾아보니 <리가의 개들> 번역가네. 이 책도 겨우겨우 읽었는데.. 어쩐지 <800만 가지 죽는 방법>보다 이 번역가의 <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도 안 읽혔음. 바로 직전에 한강 소설이랑 <기억의 빛> 을 읽으며 문장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다가 이렇게 대강 쓴 문장 보니까 좀 화가나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책 많이 내주는 피니스 아프리카에이지만 번역 좀 어떻게 ㅠㅠㅠㅠ 암튼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우는 장면도 첫날밤에 뭐 하는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면서 결혼식날 친오빠에게 오늘밤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여동생 이야기이다…. 평소 “그럴 수도 있지”의 태도가 여기에서는 도저히 안되는데 ㅋㅋㅋㅋㅋ 에드 맥베인 더 읽을지 말지 너무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