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점검을 너무 많이 한다. 그것도 내가 주로 쓰는 시간에. 새벽 1시부터 9시까지. 정이 갈 수가 없다.
얼마 전 소개팅을 했다. 딱히 불타오르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차였는데 그 쪽에서 갑자기 마음을 닫았다. 연애 인생 20년차, 그 사람이 마음을 닫았는지 열었는지는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이제 우린 불타오를 수 없는 나이였고, 한 번 식으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허무할 것도 없다. 애초에 타오를 장작도 없는 인간들이었던지라.
네이버 블로그에 대해서 소개해 보자면 알라딘에서 쓰던 글이랑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글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인기도 별로 없다. 오는 사람들이라고는 솔직한 화법을 좋아하는 한명(이 사람도 내 솔직함에 반했다기 보다는 목적이 있어서 접근했던 것으로 밝혀지긴 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 생활을 하며 알게 된 데다가 오프까지 발전한 몇명, 그 외 오프에서 알게 되어 괜한 허영심에 블로그 주소를 알려준 not블로그형 몇명이 있다.
당연히 별것 아닌 블로그다. 벗어날 수 있어서 좋긴 했다. 과연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분간은 행복했다.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는 몇이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행복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솔까말) 그곳에선 생각했던 것보다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일단 너무 좁았고, 인간 관계에 너무 얽매여 있었고, 나의 이웃들은 서로 얽혀 있었으며 심지어 오프로 만난 나의 현실적 인간관계들도 모두 블로그에 침투해 있었다. 조금 전 언급한 소개팅남도 어쩌면 나의 글을 보고 마음을 닫았다는 생각을 차단할 수 없었다.
블로그에서 만나 오프로 발전한 사람들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오프에서 만나 나의 블로그를 알게 된 사람은 나를 견딜 수 없어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내가 나의 글보단 밝은 사람이라는 것. 모르겠다. 그냥 내생각은 그렇다. 블로그 보고 어두침침 찐따를 상상했는데 밝고 쾌활한 섹시녀가 등장해서 그 관계를 유지했고, 밝고 쾌활한 섹시녀를 보고 좋아했는데 막상 블로그를 보니 어두침침 찐따가 있어서 실망한 케이스 ㅎㅎ
(물론 섹시녀는 내 관점 ㅋㅋㅋ)
나는 어두운 인간이다. 온간 잔인한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추리소설과 미스테리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렇게 내 욕망을 채우는 어두침침한 인간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나는 웃는 모습이 예쁘고, 콧소리가 귀여운 척 하는 도를 적당히 넘지 않을 정도이고, 신경질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통통한 여자다. 하지만 실제로 나란 인간은 비아냥 거리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을 즐겨하고, 그럼에도 내가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것은 싫어하고, 온갖 잔인한 살인 사건의 실상은 넘겨버리면서 그 살인 사건의 실체를 찾아 헤매는 어두운 인간이다.
이렇게 나의 병신같은 지점을 쓰는 도중에도 난 정말로 나의 병신같은 지점을 쓰지 않고 있다. 포장하고 있는게지. 나란 인간은 솔직함을 무기로 삼고 있는 솔직하지 않은 인간인 것이다. 요즘은 자꾸 이렇게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