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과중하여 일단 그만두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씩 울컥,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몸이 많이 아프고, 피부 트러블도 심해진데다가 흰머리까지 난다. 욕하고 풀어버릴 정도면 감지덕지, 욕할 대상도 없고 회사 체계, 팀의 체계가 문제다 보니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결정을 하고 몇 군데 이력서도 넣어보고, 치과간다고 뻥치고 면접도 보고 왔지만 결과는 여의치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영어가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뽑고 있어서 이력서를 보는 중인데, 하루만에 백통이 넘는 아르바이트 이력서가 날아왔다. 대학생이면서도 나보다 더 나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단지 아르바이트일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내 급여보다 높은 아르바이트 일당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러다보니 미처 열어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이력서가 수두룩하다. 첫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굳이 이력서 열람까지 해보지도 않게 된다. 취업의 세계는 이런 것이구나. 가혹하다.
스트레스 탓인지, 주사가 진상이다. 친한 사람들에게 막말을 하고, 일부러 상처주는 말을 해댄다. "널 상처주겟어." 라며 독기를 품고 말하니 다음날 기억도 뭣도 없는 난 화가난 문자만 보고 무조건 사과 사과 사과 사과. 그래서 요즘은 술에 취하는 것도 두렵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취하지 -_-;
며칠전 술자리에서 미셸 우엘벡의 책을 선물 받았다. 만난지 2시간만에 사케 900미리 4팩을 비우고 우리는 모두 함께 안드로메다로... 다음날 사상 최악의 숙취를 홀로 견디며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 냄새 때문에 미추어버리겠는 거다. 음, 사람냄새나는 따뜻한 동네, 뭐 이럴 때 사람냄새 말고 그냥 '인간내'라고 해야할까. 어제 먹은 고기 냄새, 아침에 머리 감은 샴푸 냄새, 향수 냄새, 땀에 쩐내, 담배 냄새 등등 안그래도 토할 것 같았는데 모든 인간들의 냄새가 내 코를 꿰뚫고 들어왔다. 토할 것 같았다. 정말 짜증나는 상황에서 자주 내뱉는 '아, 토할 것 같아.' 의 그 토가 아니라 진짜 토. 웩. 사케, 너란 놈..
그래서 미셸 우엘벡의 선물을 받았는데 익히 우울한 책이란 걸 알고 있어서 쉽사리 손을 댈 수가 없다. 일단 밀레니엄 3권부터 끝내고 싶긴 한데, 3권에서 미카엘이 '또' 사랑에 빠지고 섹스를 하는 바람에 조금 짜증이 났다. 대체 얼마나 멋있기에 40넘은 아저씨한테 온갖 매력녀들이 다 들러붙는걸까? 작가가 하루키처럼 여성에 대한 로망을 책으로 푸는건가 싶기도 하고. 1권을 막 마쳤을 때는 스티그 라르손이 죽은게 그렇게 원통하더니, 지금와서 보니 10권을 낼 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 읽었을까 싶기도 하다.
여튼 미셸 우엘벡의 책은 기분이 좀 나아진다면 빠른 시일내에 읽고 싶다. 설 연휴에는 세수도 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퍼질러 누워 있고 싶지만 이미 약속이 생겨버려서 취한채로 보내버릴 것 같다. 취하면 무한도전도 눈에 안들어오는데 책이라고 들어올까. 어젠 분명 밀레니엄 3권을 읽으며 미카엘과 근육녀의 사랑에 어처구니 없어하고 있었는데 눈떠보니 눈감고 자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