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클라이브는 사랑이 죽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친구의 키스에 울음을 터뜨렸다. 모리스의 친절 하나 하나가 그의 고통을 증폭시켰고, 결국 그는 간호부한테 모리스를 방에 들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밴쿠버의 아름다운 항구에 있는 벤치에 기대어 앉아 읽기에는 너무 아픈 부분이었지만 '어떤 고통이기에 이렇게 아름답나'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며 그 괴로움의 미학을 여과없이 느껴야만 했다. 나 역시 사랑이 죽었다는 걸 내가 먼저 깨달았던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친구에 대한 연민의 고통을 알기 때문에 사랑이 죽었다고 통곡하던 클라이브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허나 아름다운 나의 모리스가 죽지 못해 살며 이별의 아픔을 감내해야할 때는 마치 내가 겨우겨우 살아냈던 것처럼, 마치 내가 사소하나 거대한 이유로 살겠다 다짐했던 것처럼 슬펐고 아팠고 절망했고, 또 다시 희망했다.  

그래서인지 밴쿠버의 수많은 게이들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E.M 포스터의 [Howards end]를 읽고 있다. 세번째로 읽는 포스터의 작품인데, 아직 초반부인데도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기쁘고 재미있다. 클라이브의 모순. 그로 인한 부각되는 그의 평범함, 즉 갑을병정의 '병' 정도의 이도저도 아님이 모리스를 빛내 주듯이 마가렛이 헬렌을 빛내고 찰스가 폴을 빛낼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초반부 몇장 겨우 읽고 있는 중이라 그냥 예상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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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5-2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포스터를 못 읽어봤어요. 항상 들었다 놨다만 반복중 ㅎㅎ

Forgettable. 2010-05-22 13:28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이라면 좋아하지 않을까싶은데요!! 흠 아닌가. 급 소심ㅋㅋ
하지만 이런 로맨스 읽기엔 한국 요새 너무 끈적하담서요. ㅜㅜ

다락방 2010-05-22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뽀님의 페이퍼를 읽고 모리스를 보관함에 넣었는데, 결재하려고 보니 뽀님한테 땡스투를 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땡스투 할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야 책 링크를 해주는군요! 모리스 읽어봐야겠어요.

Forgettable. 2010-05-22 13:31   좋아요 0 | URL
이것봐요. 지금ㅋㅋㅋㅋㅋ 또 왜 산다는겁니까. ㅋㅋㅋㅋ
아니 한두번 실패하냐고. 심지어 전망좋은방은 지겨웠다면서요. 내가 볼 땐 많이 다르지 않을 것같은데. 흐흐

뭐. 즐겁게 읽는다면 나야 좋지만 우리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니 신중히 생각해 보아용. ㅎㅎ
아. 그런가. 하며 고개를 기웃거리는 락방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ㅎㅎㅎ

다락방 2010-05-22 19:06   좋아요 0 | URL
나 진짜 아 그런가..사지말까 이러면서 살짝 갸웃하고 있었는데 댓글이.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