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의 [모리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리스의 이야기는 애틋하고 감동적이고 무척 현실적이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있지만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로맨스. 포스터 작품의 묘미는 이 미묘한 모순에 있지 않나 싶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모순덩어리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인간적이고 생생하다. 불완전하고 때론 안쓰럽기까지한 조연들이 빛내주는 주인공인 모리스는 [전망 좋은 방]의 키티와 마찬가지로 그 모순을 극복하고 마음이 하는 말을 따라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모리스와 키티를 보면 내가 잘 못하고 있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위안이 된달까.
디킨즈의 [Bleak House]는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보류. 난 디킨즈의 문장과 단어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려운 시절]을 읽을 때 디킨즈의 수준이 내가 생각해왔던 바를 훨씬 웃돈다는 건 알았지만 원서를 보니 와, 정말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ㅜㅜ
밴쿠버에서 놀 때 내가 나답지 않게 너무 빡빡하게 돌아다니려고만 해서 무척 피곤했었나보다. 에드먼튼에 도착해서는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잔다. 햇빛이 아주 잘드는 방이라서 밝고 따뜻하다. 이번 주말까지만 쉬고 다음주부터 이것저것 할 일을 슬슬 시작해야지.
우리는 해가 밤 열시는 되어야 진다. 그래서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어도 무척 일찍 자는 기분이다. 날씨는 깔끔하고 딱 알맞은 온도다.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고 긴팔을 입어도 덥지 않다. 이 도시는 캐나다에서 다섯번째로 크다는데 무척 조용하다. 길을 건널 때 신호를 놓쳐도 금방 신호가 바뀌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차로 두세시간만 가면 록키산맥이라지만 이곳은 완연한 평지라서 하늘이 높다.
와서는 계속 쉬고 있어서 아직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지만 사실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 같다. ㅡㅡ 무척 조용하고 평화롭다. 얼른 학원이라도 다녀서 친구 사귀어야지, 안그러다간 우울증걸리기 십상일듯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