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떠보니 12월 1일이다. 여느 1일과 마찬가지로 버스에는 깔끔하게 900원이 찍혔고, 핸드폰 무료통화도 250분이 다시 충전되었으며, 화이트보드 달력도 새로 썼다. 2009년 12월이 여느 때와 다른 건 1년이 빠르다, 나이 먹는다, 라기 보단 1년 동안 무얼 했나 라서 충격적인 것이다. 아침에 털털거리며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나 뭐했지? 

두명의 매력적인 A들을 만났고, 예쁜 M과도 친해졌고(정말?), Z와는 반년을 보지 못했고, H에게 이유도 모르고 내쳐졌고, 이유도 모르는 N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어서 며칠을 울며 앓아야 했고, 또 다른 H님과 꿈에 그리던 술자리도 가졌고, 연애했고, 이사를 했고, [바스터즈]를 봤고, 영화관에서 보는 상업 영화에도 흥미를 갖게 됐고, [무한도전]이 레전드로 자리잡는데 일조했고, 한국에 대한 회의감은 깊어졌고, 렌즈를 깨먹었고, 카메라를 샀고, 여행은 별로 다니지 못했고(정선,속초,우도,군산,양평이 끝이네), 술마시면 온몸에 반점이 생기게 됐고, 나이트 클럽에 자주 가며 재미있어 했고, 가방과 옷의 가격표에 0이 하나 더 붙게 됐고,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 지원을 해두었고, 콜롬비아로 가겠다며 호언장담을 하고 싸돌아다녔고, 7월까지 55권의 책을 보았고 11월 30일까지는 누적 67권의 책을 읽으며 엄청난 하락세를 보였다. 100권은 껌으로 읽겠구나 했는데 대실패할 예정이다. 

슴 여섯이라는 1년간을 뒤돌아보니 마치 2009년의 1-11월은 아예 없었던 것 마냥 망년회 계획을 세우던 작년의 12월의 어느 날이 어제인 것마냥 생각나서 놀랐다. 어찌나 회의감이 몰려오던지, 이런 소소한 것들을 기억 속에서 한개 한개 꺼내어 꼽으며 그래! 나 이거이거 했다! 라고 애기처럼 존재감을 증명해야했다. 저기, 나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라고 아등바등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아, 한심. 

계획이란 내게 지구멸망처럼 허황된 것이었는데 이렇게 어영부영 1년을 보내고 나니 계획을 세워야겠단 마음이 불끈 든다. 지난 몇년간 펑펑 놀 땐 이런 생각 안들었는데, 과연 놀지 않으니 알차게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뇌구조는?? 

   출처 : http://maker.usoko.net/nounai/

놀 遊 와 거짓 噓 로 가득 차있다;;;;;;;;;;;;;;;;;;  겉으로는 노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진국이다도 아니고; 겉으로는 노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속 알맹이도 역시나 거짓 뿐이다. 인건가!!!!!!! 솔직함이 매력이란 말을 가끔 듣기도 하는 나의 정체는 바로 이러하다!!!!!!!!!!!!!!!!!!!!  -_-  솔직함 마저 없어지면 난 뭐가 매력인건가?? 

2010년의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2010년을 좌우할 사건이 12월 하반기에 있을 예정이므로 계획은 그 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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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2-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술먹은 다음에 반점이 생겨요. 우리 그 증상에 대해 좀 더 얘기를 나눠보도록해요.^^

난 뽀님의 그 이니셜들을 쪼큼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그 사람'은 누군지 궁금하고, 정말 친해졌을지 또또 질투도 나고(이건 그 사람이 알면 바보 아치라고 할게 분명하지만) 크크. 그래요.
12월엔 뽀님에게 더 멋진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아, 요새 포게러블이라고 쓰던데 계속 뽀라고 불러도 됩니까?

Forgettable. 2009-12-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에 찾아봤거든요.;; 간이 약하져서래요. 그런데 소주를 계속 마셨을 때 다시 하앟게 되는 증상에 대해선 아무도 언급을 해두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 헌혈할 때 보면 ALT 지수(?) 다 지극히 정상으로 나오는데.. 이거 더 얘기해봐야 할듯!

아치님은 질투쟁이군요! 내가 맨 앞에다 심지어 '매력적인'까지 붙여서 언급해줬는데도 질투라니! ^^

풀네임을 쓰는건.. 제가 제 자신을 뽀라고 부르는 건 왠지 귀척하는 것 같아서-_- 스스로 뽀라는 지칭을 할 땐 마치 "저 뽀에요, 아잉~" 이런 뉘앙스가 담겨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굳이 풀네임을 ㅋㅋㅋ

Arch 2009-12-02 14:59   좋아요 0 | URL
소주 먹으면 웃자는 소리로, 간이 소독돼서...? 흠~ ALT지수가 철분지수인가? 이거 알만한 사람이 보면 아치랑 뽀랑 되게 무식하다 이럴 것 같아요. 반점은 암튼 무서워요. 뽀랑 나랑 같은 반점인진 모르겠지만.
네, 전 질투쟁이에요. 매력적인 것으로는 만족 못해요. 아아앙~ (점심이 너무 맛없어서 이러는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 그럼 난 계속 '뽀'라고 불러도 된다는 말이로군요. ^^

Arch 2009-12-02 13:28   좋아요 0 | URL
뽀님 문자 받고 웃겨 죽는줄 알았어요. 아, 행복해라.
내가.. 댓글 바꾸면 돼요? 응?

Forgettable. 2009-12-02 13:37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바꿉시다. ㅋㅋㅋ 아무도 모를거에요;;;;;
전 바꿨음 -_-;; 안면철피 ㅋㅋㅋㅋㅋㅋ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이랑 말이 있죠- ㅎㅎ 뭐라 부르셔도 전 상관없습니다, 뽕이라고 하셔도 되요. (난 밥 맛있었는데??)
아치님께도 러브레터를 하나 써드려야 겠군용- 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4:36   좋아요 0 | URL
취미가 러브레터였던거야!
차라리 "뽀의 러브레터" 카테고리를 하나 열지 그러세요? 쳇.

Arch 2009-12-02 14: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둘이 응? 러브레터를 응? 주고받았단 소리군? 응응? 쳇!
우리 말로만 듣던 삼자관계 되는거야? 삼각관계보다 더 채무적이고, 어른스러운 삼자관계? 응?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5:58   좋아요 0 | URL
아치/ 쿨럭.

Forgettable. 2009-12-02 16: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삼자관계가 왜 채무적이에요? 잘 이해 안가요 -_-;;

저 왠지 질투의 삼각(혹은 삼자??) 관계의 정점에 서있는 것 같아서 두근두근한데요!!! ㅋㅋㅋ
신난다

Arch 2009-12-02 16:23   좋아요 0 | URL
뽕~ 이런 질투 즐김쟁이 같으니!^^

삼자관계에서 왜 채권, 채무를 떠올렸는지 난 잘 몰라요. 그냥 그게 떠올랐어요. 미잘, 기침기있네.ㅋ

Forgettable. 2009-12-02 16:42   좋아요 0 | URL
뽕 ㅋㅋㅋ 애정결핍이 약간 있는건지 애정관이 약간 뒤틀려 있는 것 같아요 '-'
생각해봤는데- 삼각자.... 이렇게 연관되어서 수학적인 걸 떠올린 게 아닐까요????

아.. 오늘 감사나와서 자료준비해놓고 기다리는데 안오네요. 나쁜사람들. 야근하게 생겨뜸 ㅠ_ㅠ

lazydevil 2009-12-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올 한해동안 제가 못한 거 엄청 하셨군요. 쳇~~ ㅡ.ㅡ

Forgettable. 2009-12-02 13:45   좋아요 0 | URL
오 데빌님의 이런 까칠하신 면모라니.(재미없는 책 리뷰 제외하면 이런모습 처음이에요!!!+_+)
페이퍼 쓴 보람이 있군요. 흐흐 ^^

별 것도 없는걸요..ㅠㅠ 그것도 막 일부러 생각해낼려고 노력해서 떠오른 것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