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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처녀 ㅣ 캐드펠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캐드펠 시리즈를 읽을 때 좋은 점은 선남선녀가 등장하고, 그들의 로맨스가 이루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고, 귀족들의 생활에 대한 로망을 충족시켜주고, 언제나 해피엔딩이고, 소소한 반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중세시대 수도사의 이야기라지만 은근히 자극적..이고,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풍부한 직관이 독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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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난 이베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게 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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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엘라이어스 수사는 길을 아는 듯했다. 또는 무엇인가가 그를 이끌어 그저 가고 있을 뿐인지도 몰랐다. 그곳에는 엘라이어스 자신만이 아는 끔찍한 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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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 위한 대답으로 '말끔한 피부, 호리호리한 몸매, 유머감각' 세가지를 본다고 준비해두었다. 왜냐면 느낌이라고 대답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은 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대답을 원하기 때문에 야유하며 더 괜찮은 대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저런 준비된 답변과는 상관 없이 느낌이 좋아야 한다.
캐드펠 시리즈를 계속 읽게 되는 것은 이상형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캐드펠이 범인을 구별해내는 방법은 단서도 단서이지만, 사람을 만났을 때의 인상에 많이 의지한다. 그는 수도사가 되기 전에 대단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사람을 판단하는 데에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그것이 대부분 맞는다는게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럽다. 내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더라도 캐드펠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좌절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난 이 사람의 이야기를 일요일 저녁에 읽는다. 이 책을 읽으며, 우울한 일요일 저녁 시간을 신나게 보낼 수 있고, 다음 날, 조금 더 열심히 밥벌이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것이다. 좌절한 청춘에게 듬직한 나무처럼 옆에서 가만히 믿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캐드펠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또한 희망의 빛에 감사하며 새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들에 동지감을 느끼며. 아직 12권이나 남아있다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