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친구의 폭이 좁았던 것은 아마 아기였을 때 빼고는 없는 것 같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인지, 타고난 성격이 좋아서였는지(?) 항상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고 매일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고,
만났던 사람은 한달 뒤에나 겨우 시간을 내서 만날 정도로 시간이 없었다.
아, 이건 한참 잘나갈 때 이야기고- 조금씩 많은 사람 만나는 것에 염증을 느끼다가 소량의 외국 생활을 하고 와선 다량의 인간관계를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그 때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졌고 그나마 만나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하는 이야기도 정해져있으니 부모님이 걱정까지 한다-_-
처음에는 금요일 밤에 집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는 게 무슨 죄라도 짓는양 전전긍긍했었는데, 한두번 들어오다보니 오히려 금요일 밤에는 집에서 혼자 노는 게 더 좋다. 몇 년간 날 지배해온 놀아야 한다는, 혹은 놀고 싶다는 강박관념에서 슬슬 벗어나는가 싶다. 그만큼 지출도 줄고( 지출의 2/3가 음주가무였으니) 좋으나 딱히 돈이 더 많이 모이는 건 아니다. 그만큼 다른 데 쓰니까.
그런데 문제는 술이 주니까 살이 찐다. 난 안주빨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빈속에 술 먹는 걸 즐기는데- 위를 타고 흐르는 소주의 느낌이라니- 그 술을 잘 안마시게 되니,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푹 잔다. 하루에 0.5 키로씩 찌는 것만 같다. 흑흑 몸이 가득 찬 듯한 이 느낌.. 스트레스다, 흑
만나서 진지한 얘기 하는 건 초반에 만날 때나 서로를 알아야 할 때 하는 것으로 족하다. 지겹잖아. 그냥 실없이 웃고, 떠들어대고, 음담패설을 하거나 누굴 씹거나, 하며 집에 돌아올 때 오늘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보냈다는 느낌만 남아있는 만남이 그립다. 허무할 리 없는 즐거운 시간, 내 속을 다 쏟아내놓으며 웃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언젠가 다시 가져볼 수 있을까. 속 얘기 필요 없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출근길에 매번 마주치는 뒷모습 훈남만나서 기분좋은데 왜 페이퍼는 우울하게 마무리하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