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예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예상치도 못했던 시간에 빵빵 터지기 마련인데, 또 조용하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또 어디 뭐 없나 하면서 어슬렁거리며 자극적인 사건들을 찾아헤매이기도 한다. 우습기도 하지,
끔찍했던 관계를 겨우 떼어놓고(만난지 24시간만에 이렇게까지 표현되는 관계란 도대체 어떤 것이냐..) 도망치듯이 파타야로 갔을 땐, 그저 인도에 갈 때까지만이라도 방콕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싶단 생각에 훌쩍 버스에 올랐던 것이었다.
나는 뭐 태국은 정말 인도갈 비행기표 끊는 지점으로만 생각해서 아예 공부도 하나도 안하고, 그 흔한 여행책자 하나 구경해보지 못하고 갔기에 알고있던 도시가 방콕과 파타야 두개^^
알고보니 파타야 너무 환락가 중심이라 나중에 만난 사람들이 여자 혼자 뭐하나 의아해했었다고-
(진짜 거리에 뚱뚱한 백인 할아버지와 깡마른 타이녀 커플밖에 없어서 좀 놀랐었다. 얘기 들어보니 대표적인 동네라네)
도망치듯 온 파타야니깐 그사람만 피할 수 있다면 비싸도 상관없다며 엄청 허름한 호텔에 엄청 비싸게 주고 들어 앉아서 희희낙락 즐겁게 쇼핑하고 레게머리 가격물어보고다니고 망고스틴(!!!)이랑 화이트와인 사와서, 이왕 호사로운거 더 호사롭게 놀자며 에어컨방으로 옮기기까지-
그런데 샤워하고 나오니 현금을 넣어둔 복대가 사라졌네, 두둥!
남들 다 하는 생난리 다 치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제 집에 가야겠다며 한바탕 울고, 다행히 카드랑 여권은 따로 놔둬서 아빠가 카드에서 돈 찾아서 계속 여행하고 오라고(흑, 새삼 고마워 아빠-) 달래주고, 호텔비 반만 환불받고 늦게서야 방으로 돌아와 와인먹고 TV에서 노래채널 찾아서 듣고 춤추며 놀다가 울다 쓰러져 잤다.
아침에 주섬주섬 짐을 싸고 이불을 개는데 베개 아래서 복대가 나왔다.
찾을 때 가장 먼저 본 곳이 베개 아래였는데 이게 왠.. -_-
여행끝날때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서 귀신이야, 귀신. 이라고 단정지었으나
(왜냠 전날 밤에 창문 열어놓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창문이 닫혀있다.)
한국에 와서 친구들에게 귀신인 것 같다고 얘기하니깐
아무래도 전화하고 호텔비 받으러 에이전시 가고 그럴 때 겁먹은 청소부가 와서 놓고 간 것 같다고 해서 그제서야 이해했다.
아,, 이얘기 되게 재밌는 얘긴데 왜이렇게 재미없지.. -_-
암튼 그래서 방콕 돌아가다가 동쪽, 서쪽 터미널 중 어느 터미널로 가야할지 몰르겠어서 하루 더있자 해서, 길건너 보이는 한국인 도미토리에 가서 기말고사 과제도 하고, 산호섬도 가고, 머리도 땋고, 재밌는 사람들 많이 만나서 클럽도 가고, 술도 마시고, 인도 비행기 미루고 친해진 사람들이랑 치앙마이랑 빠이랑 꼬창 다 갔다가 재밌게 놀다가 인도로 무사히 넘어가서 친구만나서 재밌게 잘 놀다왔다는 해피엔딩- ㅎㅎ
왠만하면 한국인들 피하자는 주의인데 도착한지 일주일도 안되서 혼자 산전수전 다 겪고 나니 한국인이 저절로 찾아지더라-
아 미놀타- 던져도 부서지지 않던 나의 소중한 x-700.
사진을 보니 왜 카메라가 그립기 ㅋㅋㅋ
이런게 길바닥에 널려있는 파타야^^ 1시간만 돌고 와도 필름 한롤 다 쓸 수 있다-
요즘 왜이렇게 여행얘기 끄적대냐- 이게 다 잉x님하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