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부들의 성경주해 - 구약성경X(이사야서 1-39장), 스티븐 A.맥키니언 엮음, 토머스 C.오든 책임편집, 정영한 옮김, 분도출판사
2009년 1월에 출간된 신학관련 서적 중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도출판사의 <교부들의 성경주해- 구약성경X>이다.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즉 세계 기독교인이 함께 참고할 수 있는 주해서를 만든다는 목적 아래 드루 대학교가 주관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담아놓은 '교부들의 성경주해' 총서 중 한 권인데, 1권과 10권이 적어도 10권까지는 '확실히' 나올듯하다. 가능하면 완역되었으면 좋겠다(물론 예상과 달리 안 나올수도 있다. 이를테면 한스큉의 <신은 존재하는가>는 1권만 출간되었고, 2권은 출간되지 않았다). 교부들에 대한 관심이 개신교, 가톨릭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데, 이런 흐름만큼은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좀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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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교권력과 한국천주교회, 강인철 지음, 한신대학교출판부
두번째 책은 <한국 개신교와 반공주의>(중심, 2007)의 저자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강인철 한신대학교 교수가 펴낸 <종교권력과 한국천주교회> 이다. 목차를 훑어보니 천주교의 '민주화 이전'과 '이후'를 다루고 있는데 주안을 두고 있는데, 90년대 이후 기독교 정치참여를 일정한 틀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는 흔치 않은 책이다. 이 책과 <한국 개신교와 반공주의>를 읽는다면 한국 현대사에서 기독교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 그 대강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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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콘과 아방가르드, 이덕형 옮김, 생각의 나무
세번째 책은 이덕형의 <이콘과 아방가르드>다. '교양인을 위한 이콘 개론서'라기에는 가격이 적잖게 부담되고(39000원!!), 머리말 부터 심히 머리가 아파오지만(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 : 우리는 초월적 성스러움의 관점에서 '새로운 중심'을 형성하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교부 미학과, 중심을 '재코드화'하는 비잔티움 정교회, 그리고 '탈중심-재영토화'하는 러시아 정교, 그 중심을 해체하면서 '다원적 중심'을 향하는 아방가르드의 이콘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것인대, 그리스도교의 이천 년과 함께하는 이콘의 역사는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문화적 겹지층'의 살아있는 실례가 된다.(30)), 동방정교에 대해서 지극히 제한적인 지식만을 얻을 수밖에 없는 이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귀한 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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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예수: 가스펠, 예수 그리스도 지음, 테리 이글턴 서문, 대한성서공회, 김율희 옮김, 프레시안북
마지막으로 눈여볼만한 책은 <예수: 가스펠>이다. 본문을 읽기 위해 애써 이 책을 살 필요는 없다. 내용상 이 책은 성서의 사복음서를 그대로 모아놓은 모음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때문에 옮긴이에 '대한성서공회'가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앞부분에는 50p정도 되는 테리 이글턴의 서문이 붙어 있고, 그 점이 이 책을 '사서 읽어볼만한 책'으로 만든다. 훑어본바 이글턴의 서문은 그의 다른 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위트나 재치는 떨어지며,특별한 통찰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신중하고 사려깊다. 예수라는 인물은, 그리고 예수의 말들은 꼬장꼬장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조차 칼을 접고 이렇게저렇게 궁리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예수에 대한 허다한 연구서와, 해석서, 그리고 전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그와 만나는 가장 좋은 길은 사복음서를 펼쳐 읽는 것일 터이다. 그 사복음서를 '읽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읽을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