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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아주 드물게, 에세이-강유원의 말을 빌리자면 '규정적 단어들로써 주관적 자의식을 표현하여 자기 스스로에게는 상황을 명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나 타인에게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글-가 여러가지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경우가 있다. 에세이의 필연적인 한계를 의식하면서, 그것을 껴안은채 문제를 밀고 나아가 그 글을 접하는 타인에게까지 공감대의 형성을 불러일으킬 때 그 글은 좋은 에세이가 된다.
2.디아스포라 기행은 그러한 의미에서 좋은 에세이이다. 그는 통념상 이산유대인을 일컫는 '디아스포라'를 자신의 위치에서 재정의하고, 디아스포라의 역사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그 성격을 되짚는다.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근대가 다루어지며, 근대의 파국, 혹은 얼룩이라 할 수 있는 파시즘과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등 온갖 폭력들이 언급되고 있다. 에세이 답게 일정한 체계로 엮어지지는 않고 파편화되어 있지만, 그 파편들 속에서 지은이의 성찰을 엿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3.그에게 있어 디아스포라라는 '긍정적인 자기규정을 할 수 없게' 자기규정이 된 서글픈 숙명을 지닌 존재이다. 국적으로는 한국인이면서, 모어가 일본어이고 일생의 대부분을 일본-한때 한국을 지배했으면서 여전히 껄끄러운 국민감정을 공유하고 있는-에서 보낸 그는 디아스포라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디아스포라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을 긍정한다. 그 긍정은 '자기 위안'이라는 소극적 긍정이 아닌 , '디아스포라'만이 지닐 수 있는 시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긍정이다. 그러한면에서 이 책의 프롤로그는 지은이의 자기성찰의 결론이자, 그 성찰을 뒷받침한 디아스포라들에 대한 연대의 선언이다. 이는 엄청난 시공간적 차이를 갖지만, 구약시대의 디아스포라들에게도 언뜻 보엿던 부분이기도 한데, 아마 이러한 시선으로 성서를 바라본다면 또 다른 통찰이 얻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