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버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터뷰집 <다시, 그림이다>를 드문드문 읽었다. 현재 생존해 있는 화가 중 가장 선호하는 작가(라고 해봤자 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다른 시기에 견주어 일천한 편이지만)일텐데, 그의 작품들이 그렇듯 너무 젠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
"Q: 당신은 세계라는 것이...앞으로도 영원히 탐구될 수 있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까?
A: 네, 그렇습니다.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기기는 힘듭니다. 그것은 많은 결정을 수반합니다. 3차원을 어떤 형태로든 양식화하고, 해석해야 하니 말이지요. (머리말, 11. 부분수정)"
"Q: ...왜 그렇게 나무에 매력을 느끼는 겁니까?
A: 나무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명력의 가장 큰 징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무도 서로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같지요. ...나무를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적당한 때에 그곳에 있지 않으면 나무의 형태와 부피를 간파해내기 어렵습니다"(29)
"우리는 미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엄청난 수의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은 훨씬 더 의심스럽습니다.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52)
"분명한 것은 전시공간의 조건이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마크 로스코가 1950년대에 뉴욕의 시드니제니스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했을 때, 작품들은 전시장의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닿았고 벽의 반을 뒤덮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작품을 보았다면 그 붉은색에 압도당했을 겁니다. 그러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로스코의 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80)
"모네는 당신이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반 고흐 역시 그렇습니다. 그는 당신이 주변 세계를 보다 열정적으로 살피게 만듭니다. ...그림은...(그 그림을 보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85)
"제약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것입니다. 그것은 자극제가 됩니다. ...다섯 개의 선 또는 100개의 선을 사용해 튤립 한 송이를 그리라 한다면, 다섯개의 선을 사용할 때 훨씬 더 창의적인 그림이 나옵니다"(98, 부분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