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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
이남호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2월
평점 :
...'혼자만의 시간'의 문체는 담백하다. 고종석씨가 지적한대로 이남호는 '교과서적'이라 불릴 정도로 어떠한 수사적 화려함을 배제시킨채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옮긴다. 그런 문체속에서 내는 울림은 김훈의 화려한 단문과는 또 다른 문체의 미학을 선보이는데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문장을 배우기 시작할 때 혹은,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을 때 능히 하나의 전범으로 삼을만하다.
...하지만 그려한 교과서적인 문체에 담긴 그의 생각은 나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글속에서 그는 클래식과 순수문학과 같은 '고상한' 문화를 선호하는듯하며 환경주의적인 면모와 부분적으로(혹은 때때로 노골적으로)보수적인 면모를 내비친다. 클래식과 순수문학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에 나는 전혀 불만을 가지고 있지않다. 하지만 그러한 애정이 대중음악에 대한 폄하로 나타날때 , 이를테면 이런 문장-어떤 오디오, 어떤 날씨, 어떤 마음 상태, 어떤 연주라 하더라도 싸구려 대중음악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줄 수 있는 음악적 감동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때때로 대중음악의 멜랑콜리에 잠시 매혹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매혹은 일시적이다.-을 접할 때 나는 상당히 불편하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지미 헨드릭스의 'voodoo child'나 프린스의 'purple rain'에서 마찬가지의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애호하는 클래식 역시 당대에는 오늘날의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았고, 대중들에 의해서 살아남은 음악 장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악뿐만이 아닌 문학,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생각,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그것도 순결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때때로 매혹적이지만, 그만큼의 욕지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은 분명한 판단아래 그러한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내게는 현문화장르에 대한 그의 전반적인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복고주의, 순결주의가 얼마만한 정치적 후안무치를 드러내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르는 듯하다. 나는 몇년전인가 조선일보에서 벌어졌던 서정주논쟁에서 그가 보여준 철없음을 꽤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