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근무하면서 읽은 책은 이용재의 '딸과 함게 떠나는 건축여행2'(+). 알라딘에서 일하던 시절 을 재미있게 읽었고, 어딘가로 슬며시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어 도서관에서 빌렸다. 이리하여, '언젠가 갈 곳' 리스트만 에 몇 개의 건축물과 도시가 추가된다. 일단은 추가되기만 한다. 

 

허다한 건축 에세이와 답사기가 있지만, 적어도 (한국 근현대사와 맞물려 있는)근현대 건축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시리즈를 일종의 입문서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난잡한 책 편집이 눈에 거슬리지만, 이용재의 입담은 그런 편집의 부실함을 넘어선다. 건축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런저런 인맥과 본인의 체험을 통해 얻은 잡식은 툭툭 끊겨진 단문의 구어체에 담겨 독특한 풍취를 풍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부분. 


'아라리오의 대표 김창일은 1970년대 일찍이 주식에 손을 대 떼돈을 번다. 1978년 구 천안시 시외버슽미널에 4개의 점포를 내고 장사 시작. 꿈은 화가. 그림 그리기 위해 돈을 번다. ...1986년 아예 터미널을 사들이고. 마침 터미널이 1989년 신도시인 신부동으로 이전한다. 250억을 투자해 1만 평의 대지에 아라리오 시티 조성. 터미널과 백화점, 영화관을 아우르는 멀티공간. 한화의 갤러리아백화점도 유치. 이제 아라리오 시티는 천안의 명소가 된다. ...이제 돈 쓰는 일 시작. 5층짜리 1500평 규모의 허름한 극장 리노베이션 착수. 옴니디자인의 이종환이 나선다. 지하층,1,2층은 임대주고 임대료 받아 3,4층의 아라리오 갤러리 적자 운영 메우고. 돌리고 돌리고. 외장 마감재로 코르텐 강판 붙이고 끝. 이종환이 원래 최소의 디자인만 하는 분이라. 장난치는 거 싫어한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마당에 1천 평의 아라리오 푸른조각공원. 삐까번적한 140여점의 조각품들.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 조각공원은 2007년 제2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평당 수천만운 하는 사유지를 천안 시민들을 위해 도네이션한 배짱. ...코르텐의 입구에 ...데미안 허스트의 <hymn이 서 있다. 2003년 20억 주고 사들인 명품. ...박서보,박윤영,권오상 등의 30여명의 전속작가에게 매달 2천만원 지원. 제주도 성산포에 화실 만들어 젊은 화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4천평 규모의 아라리오 뮤지엄 추진 중. ...이제 전 세계로 나간다. 2007년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리뷰 매거진은 ...대한민국 미술권력가로는 유일하게 김창일 지명. ...눈치 빠른 굿모닝신한증권은 120억의 서울아트펀드를 만들어 김창일에게 맡긴다. ...아라리오 그룹의 금년 매출은 1천억. 이익금은 죄다 아트에 투자.'(270-6) 

 

 틈틈이 읽은 '오픈북' (SB+)은 이제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중반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다루고 있는데, 그 전까지 추리물과 모험물에 국한되어 있던 그의 독서리스트는 중학교에 들어와 한결 넓어지고, 깊어진다. 일종의 '비약'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이 속해 있던 "우등반"을 도맡아 가르치던 사회선생님,영어선생님과의 만남, 그리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클리프트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159)을 구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저 계기들을 통해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지혜와 세련됨에 대한 파우스트적 욕구"(109)를 적절하게 분출할 수 있게된다. 내 경우에는 어땠더라? 독서 리스트가 한결 풍성해진 것은 아마도 중학교 3학년 시절 국어 선생님이 방과 후 논술교육을 할 때 독서리스트를 일종의 특별서비스로 제공한 이후였을 것이다. 문득, 그 리스트에 열거된 책들의 이름들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2006년 그때까지 모았던 많은 책들과 함께 월곡동 집에 묵혀있다 이내 버려졌을 그 리스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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