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테 죌레 

 

1.현대신학자 중, 현대'여성'신학자 중에서도 도로테 죌레는 퍽 친숙한 학자다. <사랑과 노동>, <다른 행복의 권리>,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그녀의 말년작인 <신비와 저항>등 적지않은 저서가 우리말로 옮겨졌고 또 (신학책치고) 널리 읽혔기 때문이다. 그녀를 여성신학자, 즉 페미니스트 신학자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녀는 여성운동 보다는 좀 더 넓은 범주, 평화운동에 주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2.도로테 죌레는 1929년 9월 30일, 쾰른에서 태어났으며, 쾰른과 프라이부르크에서 고전문학과 철학을, 괴팅엔에서 신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72년 쾰른대학에서 계몽주의 이후의 신학과 문학의 관계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했고, 1975년 이래 뉴욕에 있는 유니온신학교의 교수로 매년 한 학기씩 강의를 했다. 저서를 펴내고 적잖은 지명도를 얻은 뒤에도 그녀는 독일에서 교수가 되지 못했는데 이는 그녀의 사생활(이혼 경력과 가톨릭 사제였던 슈테펜스키와의 재혼)에 대한 적대자들의 험담, 정치적 급진성(그녀는 1968년 10월 쾰른에서 시작되어 기독교인의 평화를 위한 연대와 정치적 결단을 호소하는 '정치적 밤의 기도회'를 주도했다), 당대 신학계와의 불화가 적잖이 작용했다.  

3.신학자로서의 도로테 죌레를 저평가하는 이들은 그녀를 신학자라기보다는 에세이스트, 혹은 독문학자로 보려하지만, 그녀의 저술활동의 밑바탕에 신학이 자리잡고 있음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현대신학의 패러다임>은 그녀가 20세기에서 간과될 수 없는 신학자임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4.<현대신학의 패러다임>에서 그녀는 신학의 패러다임을 정통주의, 자유주의, 해방주의로 나누어 자신의 견해를 개진해나간다. 패러다임의 전환의 끝을 해방주의로 논다는 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신학자임을 감추지 않으며, 패러다임이 어떻게 전환되어 가는지를 살피면서 '성서와 실천' '창조와 인간과 세계' '죄와 소외' '은총' '십자가와 부활' '하나님나라와 교회'등의 개념들이 어떤 식으로 변천되어가는지, 각 패러다임들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5.도식화의 함정을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사상의 전개를 살피며, 그 안에 절박한 현실에 참여해, 그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열망을 담아 신학의 방향전환을 논하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죌레는 이를 이루었으며, 그 자체로 높게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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