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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망의 신학>은 20세기 후반 현대신학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 중 하나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읽힌 신학저작이기도 하다. 1964년 출간된 이후, 이 저작은 유럽 정치신학의 모체로, 남미의 해방신학이 태동하게 된 하나의 계기로, 20세기 후반 세계 전역에 걸쳐 일어난 기독교인들의 정치신학적 활동의 기초로 평가받았다.
2.젊은 시절 몰트만은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읽고 난 뒤, 더 이상 조직신학책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가 보기에 <교회교의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신학적 진술을 집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날 몰트만은 이 책이 빠뜨린 중요한 기독교 주제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종말론이었다. 몰트만이 보기에 바르트의 글에서는 종말론이 이렇다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비단 바르트가 아니더라도 종말론은 신학의 마지막 부분, 부록으로 취급되곤 했다. 이에 반해 몰트만은 이 저작에서 종말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종말론은 기독교 신학의 마지막 부분 혹은 부록에 위치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신학 그 자체가 종말론적으로 정립되어야한다고 역설한다.
3.기독교신앙과 신학이 본질적으로 종말론적이어야 함은 기독교신앙과 신학이 이미 시작된 하나님나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기다림을 중요 요소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기존의 질서를 변혁하는 종말론적인 세계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역사의 마지막 날에 나타날 세계이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현재화되기 시작했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통치와 함께 역사 안에 현존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파악한다.
4.이것을 믿는 이들, 예수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를 희망하는 이들은 현재 주어져 있는 고통의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 고통의 현실은 하나님께서 바라는 현실이 아니며, 그 이전에 예수를 통해 이미 결정적으로 극복되었으며, 그러한 극복은 우리의 현재 삶속에서도 드러나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하나님의 세계에 대한 희망은 현존하는 질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신학적으로 온건한 흐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이, 정치적 변혁을 꿈꾸는 이들이 영감을 준 것에는 바로 이러한 논의들이 다루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