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크린엔 감정이 흐르나

영화 속의 얼굴
자크 오몽 지음|김호영 옮김|마음산책|363쪽|1만9000원

 
영화는 철학일 수도 있다. 프랑스 영화 이미지학의 대표적 학자가 쓴 이 책은 ‘얼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영화의 모든 측면을 성찰한다. 사진과 연극, 실험 예술 같은 인접 장르는 물론 바르트와 들뢰즈의 이론까지 깊게 다뤄진다. 20세기 초 무성영화의 클로즈업은 ‘얼굴’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표현 수단임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2차대전 이후에 등장했던 ‘정제된 휴머니즘적 얼굴’은 인간성의 극한에 대한 체험으로부터 비롯된 반작용이며 누벨 바그의 열풍이 불면서부터는 최소한의 인간적 요소마저 찾아보기 힘든 물화(物化)된 얼굴이 새로운 탐구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20세기 후반 영화에서의 얼굴은 빠른 속도로 해체·파괴돼 갔다.결국 “영화는 얼굴 없이는 불가능한 매체”다. 그 어떤 수단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감정 흐름을 ‘얼굴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일은 영화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홍상수·김기덕·박찬욱 영화에 대해 신이 난 듯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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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우리 집에 가서 놀지 않을래?


우리 집에 온 파도
옥타비오 파스 원작|노경실 옮김|이상의 날개|32쪽|9000원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 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그림책으로 재구성했다. 언뜻 조합이 어색해 보이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그 기발한 발상과 경쾌한 줄거리, 깊은 통찰에 즐거워진다.

‘우리 집에 온 파도’는 옥타비오 파스의 원작소설 ‘My Life with the Wave’을 토대로 했다. 바닷가에서의 휴가가 못내 아쉬워 파도 한쪽을 뚝 떼내어 집으로 데리고 오는 아이. 야생의 바다를 떠나 문명의 도시로 온 파도가 소년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가, 도시 생활에 신물을 느낀 나머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는 줄거리다. 얼마나 어린아이다운 상상력인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압축시킨 작품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 주는 울림은 더욱 묵직하다. 부모를 떠나 모험에 나선 소년은 황무지에서 꽃 한 송이를 만난다. 그런데 꽃은 시들어서 곧 죽을 것만 같다. 소년은 물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나고, 나일 강처럼 깊고 먼 강에 닿은 아이는 두 손을 모아 물을 떠서 스무 번, 아니 수천 번 오가며 꽃에게 물을 준다. ‘물=생명=사랑’이라는 상징적이고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영국 작가 루디야드 키플링의 ‘낙타는 왜 혹이 달렸을까?’도 함께 출간됐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에게 읽히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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