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크린엔 감정이 흐르나
영화 속의 얼굴
자크 오몽 지음|김호영 옮김|마음산책|363쪽|1만9000원
영화는 철학일 수도 있다. 프랑스 영화 이미지학의 대표적 학자가 쓴 이 책은 ‘얼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영화의 모든 측면을 성찰한다. 사진과 연극, 실험 예술 같은 인접 장르는 물론 바르트와 들뢰즈의 이론까지 깊게 다뤄진다. 20세기 초 무성영화의 클로즈업은 ‘얼굴’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표현 수단임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2차대전 이후에 등장했던 ‘정제된 휴머니즘적 얼굴’은 인간성의 극한에 대한 체험으로부터 비롯된 반작용이며 누벨 바그의 열풍이 불면서부터는 최소한의 인간적 요소마저 찾아보기 힘든 물화(物化)된 얼굴이 새로운 탐구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20세기 후반 영화에서의 얼굴은 빠른 속도로 해체·파괴돼 갔다.결국 “영화는 얼굴 없이는 불가능한 매체”다. 그 어떤 수단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감정 흐름을 ‘얼굴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일은 영화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홍상수·김기덕·박찬욱 영화에 대해 신이 난 듯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