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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음주문화의 시작은 ‘통금’


서울의 밤문화|김명환·김중식 지음|생각의 나무|260쪽|1만7000원

 
자식이 신용카드를 흥청망청 쓰는 바람에 속 상한 부모가 신세를 한탄하고, 빈 속에 안주 먹을 겨를도 없이 술을 들이키다가 어딘지도 모르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쓰러진다. 무척이나 낯 익은 풍경이지만, 정작 이런 세태가 언제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현직 언론인인 두 저자는 속칭 ‘밤 문화’로 불리는 우리네 풍습의 시공간적 배경을 미시적으로 고찰해간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에 대한 ‘일고찰(一考察)’이라고 불러도 좋다.

서울의 명월관은 1930년대 후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이 막혀버린 양반집 자손과 부잣집 자제들의 놀이터가 됐다. 일부 젊은이는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꾸거나 부모의 도장을 위조했으며, 어느 부모는 “내 아들놈이 내 도장을 위조해 돈을 빌리고 다니는 모양인데 절대 이 녀석에게 돈 빌려주자 말라”는 신문광고까지 냈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한국인의 ‘속주(速酒)’ 문화는 1982년까지 37년 동안 대한민국 영토를 지배해왔던 야간통행금지(통금)와도 연관이 깊다. 술집에 들른 손님들은 밤 11시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초조해하며 거듭 술을 들이켰다. 이처럼 술집과 나이트클럽, 극장과 노래방 등 우리네 밤문화의 풍경들을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며 살피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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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영웅’중 107명은 가짜였다

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 차혜원 옮김 | 푸른역사 | 367쪽 | 1만4500원

 
1910년대 일본. 아버지는 시골에 살면서도 큰 도회지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 장서가였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은 서재에서 다카이 란잔(高井蘭山)이 번역한 세 권짜리 책을 발견했다. ‘수호전(水湖傳)…?’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쳤던 소년은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들어 마침내 108명 영웅들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소년이 훗날 중국 송대(宋代)를 연구하고 동양사학의 대가(大家)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스스로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좀 거칠게 비유하자면,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1901~1995)가 ‘수호전’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아놀드 토인비가 ‘반지의 제왕’에 대해 책을 쓰는 것만큼이나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수호전’을 통해 송대 정치·사회사의 심장을 곧바로 파고든다. 그저 허구의 이야기로 여겨지던 ‘수호전’은 송나라 때의 문헌들을 섭렵해 볼 수록 의외로 당시의 1차사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많은 실존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정확했고, 사회상과 생활양식에 대한 묘사가 생동감이 넘치는 훌륭한 역사학 텍스트였다.

그렇다면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수호지’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우선 소설의 주인공인 양산박 두목 ‘송강(宋江)’은 실존인물이었을까? 그렇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고증을 통해 놀랍게도 반란을 일으킨 ‘도적 송강’과 소설 뒷부분에 나오는 방랍(方臘)의 난을 토벌한 ‘장군 송강’이 두 명의 다른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도적 송강’은 관군과의 전투에서 싸움다운 싸움 한번 제대로 못 해본 채 무너져 버렸다.

나머지 ‘107 영웅’들은 모두 다 가공인물이다. 그렇다고 그냥 허구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인물 설정이다. 단편적인 설화들이 조합돼 만들어진 노지심과 이규는 사실 의협심과 무예를 통해 울분을 풀어버리려는 민중의 소망이 함축돼 만들어진 캐릭터고, 하루에 300㎞를 달릴 수 있었다는 신행태보 대종은 좀 더 빠른 운송수단의 출현을 바랐던 서민들의 염원을 담고 있었다.

‘양산박’은 실제로 존재했다. 황하의 물길이 수백 년 동안 바뀐 탓에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곳은 소설처럼 반체제 비밀결사의 본부였다. 인신공양이나 식인 풍습 같은 소설 속의 잔혹한 묘사도,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와 수탈도 모두 사실이었다. 공식 기록이 외면하고 싶었던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그 속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미야자키는 ‘수호전’에 반영된 이런 처절한 현실이 자신이 속한 교토(京都) 학파가 송나라 시대를 ‘중국의 르네상스 시대’로 본 것과 다르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을까봐 지레 이렇게 말한다. “앞서가는 이상과 뒤쳐지는 현실의 공존이 바로 르네상스의 특징이 아닌가?” 결국 ‘수호전’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민중의 유구한 소망이 삽입된 역사의 모습인 셈이다. 이 책을 미리 읽고 ‘수호전’을 읽으면 재미 없을 것이라는 걱정 이전에, 서점에서 변변한 완역본 한 질 찾기 어려운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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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로의 시간 여행

파라오, 이집트의 영광
델리아 펨버턴 지음 | 김희상 옮김 | 심산 | 224쪽 | 3만8000원

 
풍부한 화보와 함께 하는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이다. 기원전 3100년쯤부터 고대 이집트에는 왕, 즉 파라오의 시대가 열렸다. 단조로운 역사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남아 있는 유적지 곳곳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사진과 그림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권력투쟁과 생활모습이 손에 잡히듯 그려진다.

이미 18세기 초반부터 서구인들에 의한 활발한 발굴과 연구가 있었기에 이제 고대 이집트는 현대와 그리 멀지 않다. 1822년 마침내 프랑스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 상형문자를 판독해냄으로써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이집트 유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자연스럽게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이자 이집트 유적 발굴의 역사를 겸한다.

파라오는 신와 인간의 중재자. 따라서 이집트는 신정(神政)체제였다. 궁궐은 곧 신전이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건축물들은 따라서 우리에게 이집트의 정치와 종교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권력투쟁이 있었다. 분열은 고대 이집트의 붕괴를 가져왔고 그리스와 로마에 의해 짓밟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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