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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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해문출판사는 모스 경감 시리즈의 원작들이 출간된 순서를 무시하고 책을 내고 있다. 게다가 역자 정보나 작품 해설도 없다. -ㅅ- 이 다음 책인 <사라진 보석>이 어서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신의 가호가 있어) 모스 경감 시리즈 전집이 출간되는데 성공한다면, 그 때는 모스 경감이 십자말풀이를 하듯 시리즈를 순서대로 맞춰서 자기가 007인줄 아는지 매 편마다 여자만 보면 '동하시는' 모스 경감님의 변천사를 추적하는 것도 상당히 즐거울 것 같다. -ㅅ-
<숲을 지나가는 길>로 덱스터는 92년 골드 대거 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것이 작품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은 확실히 재미있다. 워낙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수사하는 모스 경감 때문에 "카폰을 받았다"는 구절을 읽고 당황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일단 내가 읽어본 모스 경감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우아를 떤다. 거의 잊혀졌던 사건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는 한 편의 시(詩)는 대단히 문학적인 것 처럼 보인다. 당연히 온갖 문학적인 수단이 동원된 독자 투고가 날아들게 된다. 심지어 모스의 일기까지 읽어야 한다.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통에 기억하기 혼란스러운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숲을 지나가는 길>을 읽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이런 전통적인 추리소설에는 특유의 우아함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탐정은 음식과 문학, 인간, 음악 등에 대한 빼어난 감식안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외모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성격이 은근 싸가지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 지성 때문에 적당히 상쇄된다. 문학에서 영감을 얻어 사건을 해결한다니. 속도는 느리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지름길이 아닌 곳으로, 하지만 분명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단호한 발걸음.

밑줄긋기-

휴가는 자신의 어느 부분이 퇴화했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p.40

희망 없는 수고는 과즙을 체에 붓는 것과 같고, 목표 없는 희망은 지속될 수 없다. -쿨리지. -p.52

광고 없이 사업을 하는 것은 캄캄한 곳에서 여자에게 윙크를 하는 것돠 같다. 당사자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 스튜어트 핸더슨 브릿. p.206

고백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범죄가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다. -루소. p.254

가 버린 위대한 날들 중 오직 하루, 모든 얼굴들 중 오직 한 얼굴. -어니스트 다우슨.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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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3-2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문은 골드 대거 받은 것 부터 먼저 내는 것 같아요. 그죠? 담에는 실버대거 받은 게 나오려나? ^^
전 이 책은 아직 안 읽었는데, [옥스퍼드 운하..]를 어제 읽고 이 책 사기로 맘 먹었습니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별 재미없이 읽었는데 옥스퍼드..는 참 재밌었어요. 편집이 참 읽기 쉽게 되어있기도 했구요.
기대가 됩니다. 숲을 지나가는 길. ^^ 어서 다음 권.. 보석이 어쩌고 하는 그거 나왔으면- 하는 바램..

BRINY 2005-03-2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옥스퍼드 운하..]를 읽고 이거 샀어요. [옥스퍼드 운하..]는 놀랄 정도로 읽기 편했는데, 이 책은 어떨지. 오늘 저녁부터 읽기 시작할 겁니다.

marina🦊 2005-03-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_ 정말 다음 책이 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랍니다. -ㅅ- 모스 경감이 여자들이랑 노닥이는 거 보는 재미(?)에 도끼 썩는줄 모르겠더라구요.

marina🦊 2005-03-2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_ 옥스퍼드 때 보다는 살짝 길어서 처음에는 부담이 좀 되는 느낌이었지만, 그때 처럼 잊혀졌던 사건을 끌어내 해결하는 방식이 재미있을 따름입니다. 즐거운 독서 되시길.
 
소년탐정 김전일 단편집 : 흡혈귀 전설 살인사건
아마기 세이마루 원작,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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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가 완결, 그러니까 연재 종료되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4년 만에 <흡혈귀전설 살인사건>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연재가 재개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일단. 그래서 이 한권에서 사건이 종결된다. (이전에 2권에 걸쳐 사건이 이어지는 통에 답답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없이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나.)
실제로는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만화 속에서 전일이가 자전거를 타고 떠난지가 겨우 한달 밖에 안됐다. 미유키는 전일이의 편지를 받고 시골의 '폐허풍 펜션'으로 간다. 이곳에서 흡혈귀 전설과 관련된 연쇄살인이 벌어지자, 김전일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사건해결에 나선다.
달라진 건 없다. 김전일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한마디가 아닐까. 밀실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한 김전일의 활약상. 그래서 말인데, 밀실 살인이 아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김전일을 좀 보고 싶다. 김전일 시리즈를 정말 사랑하지만, 가끔은, 밀실이 아닌 곳에서, 연쇄살인이 아닌 사건을, 범인이 옛날 자기 식구나 연인의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그런 사건을 해결하는 걸 좀 보고 싶다. 그러면, 김전일답지 않아서 시들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김전일 시리즈가 부활된다면, 진심으로 즐거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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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1
할런 코벤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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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미있는데 읽은 사람이 너무 없는 것 같다. 이야기는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흐른다. 죽다 살아난 남자, 죽은 아내, 사라진 아이. 이 와중에 옛날에 사랑했던 여자를 보고 홀딱 반하는마크를 보면서 참... 이야기 진행도 빠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추리가 목적이 아니라, 극적 진장과 죽음의 압박을 느끼게 하는 압박, 음모, 오해 등이 꽉 짜여져 있다.

아름다운 아내에 갓난아이인 딸, 미용성형이 아닌 기형이나 골절상을 치료하는 외과의사로서의 보람있는 삶을 살던 마크 사이드먼은 어느날 집에서 총에 맞고 거의 죽다 살아난다. 그는 목숨은 건졌으나 아내는 이미 총에 맞아 죽었고 6개월 된 딸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마 뒤 딸의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이 오고, 부유했던 장인이 몸값을 준다. 범인들은 말한다. 경찰에 연락하지 마라. 그러면 우린 사라질 것이다. 다시 기회는 없다. -ㅅ- 하지만 그는 변호사인 친구 레니의 충고로 경찰과 FBI에 신고한다. 몸값을 들고 범인은 사라진다. 아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18개월이 지나- 다시 범인들의 연락이 온다. 아이의 머리카락을(같은 아이의, 성장한 머리카락을) 보내온 것이다. 이번에는 경찰을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마크는, 옛 사랑이자 영원한 사랑 -ㅅ-이자 전직 FBI인 레이첼에게 은밀하게 도움을 구한다. 범인의 몸값 요구와 장인이 마크에게 또 2백만 달러를 건넸음을 안 경찰은, 마크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재개한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사실 하나 하나 꼼꼼하게 봐 두는 게 좋다. 요즘 스릴러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사건이 해결된 뒤, 다른 의혹이 또 풀리면서 반전 비슷한 분위기로 결말을 맺는다. 사실 그 반전이랄 것은 정말 스릴러 영화나 책을 좀 본 사람이라면 추측 가능하지만, 그 이유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수께끼같았던 과거의 일이 해명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후련함 보다는 깊은 회한.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할런 코벤의 필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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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0
콜린 덱스터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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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운하사건>을 읽고 콜린 덱스터의 팬이 되지 않는 사람은 추리를 경멸하거나 혐오하는 인간 뿐이다. 모스 경감은 내가 본 그 어떤 탐정/형사보다 귀여웠다. 문자그래도 귀여운 아저씨. 그리고 추리는 정직하게 한다. 정.직.하.게. 동서문화사의 책 답게 천재 탐정이 어쩌구 하는 띠지가 붙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책을 집에 두고 왔다), 천재적이라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이 평범한 듯 특별한 아저씨에게는 맞지 않는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가 장편 처녀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때와는 모스 경감의 나이 차가 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귀여운 루이스 형사도 <우드스톡-> 부터 등장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 루이스가 모스 경감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 -ㅇ- (하지만 모스에게 무시당하는 것 만큼은 <우드스톡->이나 <옥스퍼드->나 달라진 게 없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옥스퍼드에서 두 여인이 오지 않는 우드스톡행 버스를 기다리다 히치하이킹을 한다. 그런데 한 여인이 강간을 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다른 한 명은 종적이 묘연하다. 동행이었던 여인은 종적만 묘연한 게 아니라 아예 누군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 모스 경감과 루이스는 이 사건에 뛰어드는데, 진상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모스 경감은 수없이 가설을 뒤집으며 진상에 접근해간다.

모스 경감은 유머 감각이 넘치고, 담배를 많이 피우며, 여자를 보면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성범죄를 싫어하며, 범인을 잡기 위해 잠이고 뭣이고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실, CSI의 애청자로서- 이 책을 보면 세상에 범인이 정액을 남기고 갔는데 -ㅅ- 심리 추리에 열을 올리는 모스 경감이 답답해 보이긴 한다. 그 당시 DNA 검사를 했을 리는 만무하다 쳐도, 루이스에게 범인에게서 온 편지의 지문 감식을 하지 않아 한마디 듣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실로 놀라울 정도.

하지만 범인을 이끌어내는 심리 추리는 가히 감동적이다. 대단한 트릭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떤 점 때문에 범인은 그 정체가 은닉되고 있는가를 치밀하게 추리하는 모스 경감의 투지와 영감이 경이로울 뿐이다. 정말- 덱스터의 전집이 출간되면 정말 좋겠다. 사실 시니컬하고 사건을 몰고 다니는(특히 연쇄 살인을 몰고 다니는) 탐정들보다 모스 경감이 내 취향인 것 같기 때문이다. 에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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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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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피곤에 „“아서 걷기도 힘든 다리를 끌고 집에 들어간 어젯밤. 주문한 CD와 책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와 <여행보다 오래남는 사진찍기>. 사실은 덱스터의 <우드스톡->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잠도 안 자고 그대로 다 읽고 싶었다 ㅠㅠ) <여행보다->쪽이 사진도 많고 글도 얼마 없어서 읽기 시작했다. 200-201 페이지에 보면 파리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남자의 사진 오른쪽에 "무중력 상태의 몇 초. 낯선 공간으로의 유체이탈. 자지 않고 꾸는 꿈."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아주 차가운 계곡 물에 머리를 감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여행에 미친 인간이기때문에 더욱 그렇겠지.)

정성들여 썼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거리에 관한 기억은 지금쯤 먼지처럼 흩어졌을 것이다"(p.19)와 같은 순간이 수없이 이어붙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각 챕터별로 붙어 있는, 이른바 사진찍는 법이랄까 하는 것에 대한 간단한 강의(혹은 감상) 부분이 너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글들이 감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챕터를 시작하는 부분, 사진찍기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좀 더 스트레이트하게 갔어야 하지 않았나. 그래도, 프로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보면서 카메라 탓만 하는 많은 '마음은 프로, 눈도 프로'인 사진 애호가들에게 '기다림'의 중요함을 가르쳐 주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어느 카메라 쓰셨어요?"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기다렸어요?"인 경우가 꽤 된다. 특히 인물이 들어간 컷들 말이다.

쉽게 읽히지만 가슴에 오래 남는다. 이 책을 읽고 장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건 아무래도 거짓말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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