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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잔뜩 피곤에 아서 걷기도 힘든 다리를 끌고 집에 들어간 어젯밤. 주문한 CD와 책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와 <여행보다 오래남는 사진찍기>. 사실은 덱스터의 <우드스톡->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잠도 안 자고 그대로 다 읽고 싶었다 ㅠㅠ) <여행보다->쪽이 사진도 많고 글도 얼마 없어서 읽기 시작했다. 200-201 페이지에 보면 파리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남자의 사진 오른쪽에 "무중력 상태의 몇 초. 낯선 공간으로의 유체이탈. 자지 않고 꾸는 꿈."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아주 차가운 계곡 물에 머리를 감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여행에 미친 인간이기때문에 더욱 그렇겠지.)
정성들여 썼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거리에 관한 기억은 지금쯤 먼지처럼 흩어졌을 것이다"(p.19)와 같은 순간이 수없이 이어붙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각 챕터별로 붙어 있는, 이른바 사진찍는 법이랄까 하는 것에 대한 간단한 강의(혹은 감상) 부분이 너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글들이 감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챕터를 시작하는 부분, 사진찍기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좀 더 스트레이트하게 갔어야 하지 않았나. 그래도, 프로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보면서 카메라 탓만 하는 많은 '마음은 프로, 눈도 프로'인 사진 애호가들에게 '기다림'의 중요함을 가르쳐 주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어느 카메라 쓰셨어요?"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기다렸어요?"인 경우가 꽤 된다. 특히 인물이 들어간 컷들 말이다.
쉽게 읽히지만 가슴에 오래 남는다. 이 책을 읽고 장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건 아무래도 거짓말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