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절판


열망은 힘이 세다.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열정과 보람을 기준으로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좁고 험난한 길을 사서 가는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우뚝 서 있다. 매 순간 가장 합리적으로 최적화된 의사결정이 모인다고 해서, 궁극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열망의 힘 때문이다.-28쪽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바로 코앞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늦가을 아름다운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가 되려 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일찍’ 꽃을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매화가 세상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가? 가장 훌륭한가?-33쪽

오히려 옛사람들은 인간의 세 가지 불행 중 첫 번째로 소년등과를 꼽았다. (註: 나머지 두 가지는 아버지 덕으로 좋은 벼슬에 이르는 것과, 재주가 좋은데 글까지 잘 쓰는 것이다. <정민의 세설신어>, 조선일보, 2010.8.26. A30면.) ‘소년등과 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이라 하여 ‘소년등과하면 불행이 크다’거나,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 하여 ‘소년등과한 사람치고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다.-34쪽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註: ‘세계적 미래학자 3인이 보는 ’메가 트렌드‘’,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2009.4.4. C4면.)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말을 재인용)-51쪽

부모가 아주 부자가 아닌 한(그런 사람은 일찍 재테크를 시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대가 만들 수 있는 종잣돈이란 사실 미미한 액수다. ‘코 묻은 돈’ 아껴서 재테크 시작하기보다는, 차라리 다 써버려라. 물론 그 지출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책을 사고, 여행을 떠나고, 무언가 배우는 데 써라. 나중에 정말 큰돈을 만들고 싶다면, 푼돈으로 몇 년 일찍 재테크를 시작하기보다는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데 돈을 써라. 궁극적으로 최고의 재테크는 나의 가치를 높여 높은 연봉을 받는 것임을 잊지 말라.-65쪽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중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재인용)-71쪽

인간관계는 쇼핑과 다르다. 인간관계란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가 ‘되는’ 일이다. 친구 사이에서도 그렇고, 연인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106쪽

진정한 몰두를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의 혁명이 필요하다. 무엇을 성취하고자 할 때, 충분한 재능을 가졌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문제는 그 무엇에든 우리 삶을 바꾸고, 동시에 우리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을 만큼 몰두할 용기를 가졌는가, 하는 것이다. 어느 책 제목처럼 많은 바보들은 결의와 각오만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정작 실천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나태와 타성으로 포기하기 일쑤다. 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실천이요, 용기다. 그것이 혁명이다.-120쪽

일본의 대표적 경영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이렇게 말했다.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는 불평을 하느냐 감사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136쪽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먼저 작심(作心), 즉 마음을 먹는다. 삶을 사는 방식이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굳건하게 결의하면 실천은 따라온다는 식이다. 그리고 그 실천에 실패하면 자신의 의지가 나약하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삶의 방식은 결의가 아니다. 연습이다. 마치 수영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수영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달달 외우고, "내일부터 수영을 잘할 테다!" 하고 결의하면 박태환 선수처럼 될 수 있을까? 물론 천만의 말씀이다. 수영을 잘하려면 연습해야 한다.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중간에 일이 생겨서 하루이틀 거르더라도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해가면서.-152쪽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승부로 직조(織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획기적인 승부처, 전환점만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197쪽

인생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결심 중에 하나라는 담배 끊기도 마찬가지다. ‘1월 1일부터는 꼭 끊겠다’는 식으로 결의하는 사람은 대개 실패한다. 그것은 1월 1일에 끊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12월 31일까지는 피워도 괜찮다는 자기 위안이기 때문이다. 대신 ‘딱 오늘 하루만이라도 담배를 참자’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197쪽

그때부터 나는 ‘1-1 원칙’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하루에 1시간씩 1년간 투자하면 무엇이든 꽤 잘할 수 있게 된다’는 원칙이다. 물론 프로급의 최고 수준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소박한 목표는 이루게 해준다.-221쪽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기본적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는 기업이나 사회에서 원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그런 학문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성인이다. 이를 ‘학문후속세대’라고 한다. 가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대학 졸업생을 뽑아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가 없다. 새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나는 이것이 잘못된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예비 신입사원 양성기관이 아니다. 당장 기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그런 지식을 받아들이고 비판할 수 있는 지성과 학습능력을 연마하는 곳이다.-284쪽

실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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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 특히 규칙을 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의 방향과 결과도 결정이 된다. 누구도 자기가 내리는 결정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려진 결정들이 모두 불가피한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 다른 모습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런 후에야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16쪽

우리는 어떤 규제 이면에 있는 도덕적 가치에 수긍하지 않을 때 그것을 규제라 여긴다.-25쪽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1995년 한 TV 인터뷰에서 이 점을 훌륭하게 정리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까지 벌어들은 돈의 많은 부분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벌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나를 방글라데시나 페루 같은 곳에서 갑자기 옮겨 놓는다면 맞지 않는 토양에서 내 재능이 얼마나 꽃 피울지 의문입니다. 30년 후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할 거예요. 지금 활동하는 시장은 내가 하는 일에 아주 후한 보상을 내리는 환경입니다. 사실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보상이지요." -55쪽

그러나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이기심만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도 수없이 많다. 물론 이기심이 가장 중요한 동기일지는 모르나 유일한 동기라 할 수는 없다. 정직성, 자존심, 이타심, 사랑, 연민, 신앙심, 의무감, 의리, 충성심, 공중도덕, 애국심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다.-74쪽

"사회 공동체라는 것은 없다. 오직 남자, 여자라는 개인, 그리고 가족 단위만 존재할 뿐이다."라는 대처 여사의 주장과는 달리 인간은 사회라는 울타리 없이 고립된 이기적 존재로 살아 온 적이 없다.-80쪽

미국식 경제 모델을 지지하는 주장은 미국인의 생활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생활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한 나라의 평균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따지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생활수준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소위 말하는 미국의 우월성은 상당히 빛을 잃고 만다. -152쪽

문제는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상류층의 부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정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경제정책연구소(EPI)조사에 따르면 1989년에서 2006년 사이 미국 총소득 증가의 91퍼센트가 소득 순위 상위 10퍼센트에게 흘러 들어갔다. 더욱이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한 몫은 총소득 증가의 59퍼센트에 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의 경우에는 설사 ‘부자에게 유리한 재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에 따른 성장의 혜택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세금과 소득 이전 정책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금 징수와 소득 이전이 시행되기 전의 소득 분배를 보면 벨기에와 독일은 미국보다 더 불평등하고,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미국과 비슷하다. -196쪽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236쪽

모든 것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285쪽

자본주의 경제를 운용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이런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중에서도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달리 경제 성장을 늦추고, 불평등과 불안정을 고조시켰으며, (때로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 위기를 더욱 빈번하게 초래했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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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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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독서에서도 늘 유행에 한 발짝 뒤처지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런 경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이 책이 화제가 되었던 지난 12월에 사놓고도 오늘에서야 겨우 다 읽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도 시의적절한 사람이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시의적절한 책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금융위기의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대내적으로는 복지에 대한 논쟁이 점점 뜨거워지는 와중에 나왔기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을 전혀 배우지 않은 대중을 상대로 쉽고 재미있는 어조로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처럼 자유시장경제주의자들의 신화를 각개격파해가면서 말이다.

  장 교수는 아예 자유시장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규제가 없는 시장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규제가 대변하는 가치를 인정하면 마치 규제가 없는 자유시장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규제에 대해서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또는 ‘자유경쟁시장의 원리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공격한다면, 사실 이 반박은 상당히 논거가 빈약하다는 말이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화자가 그 규제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 자유시장질서를 옹호한다는 말은 언뜻 들으면 학문적으로 순수하고 중립적인 것 같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화자의 가치관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비정치성의 정치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역설이다.

   
  우리는 어떤 규제 이면에 있는 도덕적 가치에 수긍하지 않을 때 그것을 규제라 여긴다. - 본문 25쪽  
   

  더 나아가 이 책은 더 나은 자본주의가 가능하며, 자유시장주의가 자본주의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유경쟁시장이란, 인간의 절대적인 합리성과 완전한 시장정보 등의 조건이 갖춰질 때 형성되는 지극히 이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시장정보가 100% 공개된 시장은 가능하지 않다. 또,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인간의 이기심을 경제활동의 강력한 동기로 설명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임은 간과하고 있다. 이처럼 장 교수는 경제학이 학문의 엄밀성을 위해 배제한 사실들을 되짚으면서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신화를 깨고 있다. 현실과 유리된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자기들만의 성에서 나오라고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운용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이런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중에서도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달리 경제 성장을 늦추고, 불평등과 불안정을 고조시켰으며, (때로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 위기를 더욱 빈번하게 초래했다. - 본문 329쪽  
   

  그렇다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경제성장률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근거로 삼은 점이 그렇다. 물론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상대가 중요시하는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일 테지만 경제성장률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경제성장률이라는 지표가 인간의 행복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지 못하며,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경제가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하준 교수는 그동안 시장주의자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던 정부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감이 있다. ‘기름 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부산스러운 시장의 반응이 보여주듯이, 우리나라는 관치경제의 폐단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폐해 못지않아 보인다. 끝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유리한 보호주의가 세계전체로도 유익할까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여러 논쟁점이 남아 있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폐해가 사회 곳곳에서 목도되는 지금 더 나은 경제를 모색하는데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질서를 용납하면서도 그 무대 아래에 복지확대라는 거대한 그물을 설치하여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모색해야 할 다음 자본주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런 논의조차 거부하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항상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하고, 여러 대안을 놓고 갑론을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 상태에 정체하기 마련이다. 정체하면 그들이 말하는 ‘성장’도 더 이상 없다.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 특히 규칙을 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의 방향과 결과도 결정이 된다. 누구도 자기가 내리는 결정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려진 결정들이 모두 불가피한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 다른 모습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런 후에야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 본문 16쪽  
   
 
사족.
  얼마 전 한 신문의 칼럼에서는 ‘규제 없는 시장은 없기 때문에 자유시장이란 없다는 장하준 경제학의 대전제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법이 없는 국가는 없기 때문에 자유국가란 없다는 말과 똑같은 논리 아닌가.’ 라면서 장 교수의 논리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우습다. 자유시장에는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개념필수적이지만, 자유국가에 법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그 개념에 필요한 전제가 아니다. 자유국가란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국가 또는 자유주권국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보장하기 위해 헌법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논리전개 아닐까. 한마디로 엉터리 반박이며, 장 교수의 주장이 기분은 나쁘지만 딱히 반박할 논리가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또한 장 교수가 한미FTA를 반대하면서 ‘야당과 좌파에 힘을 실어준다’며 사실상 정파적이라고 비판했는데 한미FTA를 옹호하는 학자는 순수하며, 반대하는 학자는 정파적이라는 논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비정치적인 체하지만 실상은 굉장히 정치적인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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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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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출간 되었는지조차 몰랐던 책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 이 책에 대한 신문 광고를 보고 꽂히고(!) 말았다. 도발적인 제목과 인터뷰라는 형식, 조국이라는 인터뷰이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는 구어체라 이해하기 쉽고 정제된 글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어서 좋다. 책에 소개된 조국의 분류방법 - 생각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인간성이 좋은지 나쁜지라는 기준 - 에 따라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눈다면 조교수 본인은 아마도 생각이 진보적이고 인간성도 좋은 쪽에 속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잘생기고 키까지 크니 세인의 호감을 끄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나도 그간 그의 여러 칼럼을 읽어보며 호감을 가졌었는데 이제 보니 말도 참 잘하는 것 같다. 사전에 질문이 고지되지 않은 인터뷰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진단은 승자독식의 사회, 불안사회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패자부활전도 없고, 무제한급과 최경량급이 같은 링에서 경쟁하는 치열한 경쟁사회.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과실을 독식하는 눈물 없는 사회. 그 경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언제 누구에게 빼앗길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가진 것으로 충분할지 어떨지 모르니 고위계층이고 하위계층이고 있는 대로 돈을 긁어모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나 살기도 바쁜데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이웃들에게는 냉담할 수밖에. 공동체라는 말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고 우리는 서로 연대하지 못한 채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경쟁과 불안은 한 현상에 대한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조교수는 경쟁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경쟁하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패자부활전을 용납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 그 아래서 경쟁하자고 말한다.

  조교수가 제시하는 진보의 집권전략은 유연함인 것 같다. 진보가 애써 무시했던 ‘욕망이 있는 인간’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진보만의 해법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과 같은 생활과 밀접한 진보적 가치의 탐색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장하준 교수는 인간의 이기성만을 상정하는 주류경제학에 대해 인간은 이타적이기도 하다며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와 마찬가지로 조교수는 인간의 이기심에는 애써 눈을 돌리는 진보에게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다며 대안을 찾자고 말한다. 어쩌면 두 사람은 극단으로 달리는 두 마차를 가운데로 견인하여 사람 살 맛 나는 자본주의를 만들자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이 자칭 진보정치인에게 가지는 감정은 복잡하다. 진보가 주장하는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실 진보의 엄격함, 원칙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조교수는 정치의 속성을 이해하고, 좀 더 탄력적으로 접근하자고 주장한다. 보통사람과 서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원칙은 확고히 지키되 그 수단에 있어서는 유연함을 갖추는 정치를 하자는 데 나도 동감이다.

   
  정치와 정책은 바로 욕망을 가지고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을 전제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도덕주의적으로 정치와 정책을 바라보고 접근하면 실패하기 마련이죠. – 본문 135쪽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권력혐오증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 본문 253쪽
 
   


  책을 읽다보니 조광조가 떠올랐다. 조광조는 정치와 학문이 분리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났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정치인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근본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던 조광조가 학자로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조광조는 시대적 요청에 의해 정치가로 자신의 역할을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물론 조광조의 죽음이 이후 조선사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상당하지만 말이다. 굳이 지금 조광조를 떠올리는 것은 조국 교수를 정치판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학문이 홀로 서기에 힘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정치가는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학자를 정치판으로 떠밀고, 학자로서의 명성만으로 충분치 않은 교수들은 자발적으로 정치판을 기웃대기도 한다. 물론 조국 자신이 원한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스스로 권력의지가 없다고 말하는데도 오연호씨가 자꾸 정치를 권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우리가 조국을 평가하는 이유는 정치인이 아닌 학자가 오해를 받을 것을 각오하면서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조교수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조교수가 등떠밀려서 정치에 발을 담그는 순간 조교수 개인이나 그가 말하던 가치들은 순식간에 진의를 의심받게 될 수도 있다. 예쁜 꽃이 보기에 좋다고 꺾어다가 집마당에 심었는데 토양이 맞지 않아 그 꽃이 죽어버린다면 어떨까. 그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조교수가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치판으로 떠밀지 않았으면 한다.

  정명이라는 말이 있다. 군은 군답게, 신은 신답게 민은 민답게 살자는 것인데 사람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계급에 묶어두려는 의도가 보여 지금 우리가 듣기에는 너무 보수적인 것 같다. 하지만 태생계급에 묶어두지 않고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역동적인 정명’의 가치를 지금 이 시대에 세우는 것은 어떨까. 시민은 시민, 교수는 교수,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각자의 생활에 영역에서 진보적 가치를 견지해나가는 것이다. 진보란 원래 하나의 정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정의롭게 자신과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 아닌가. 모두가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정명의 기치를 올린다면, 그 굳건해진 진보의 토대위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진보정치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진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거칠게 정의하자면, 남북문제에서는 군축,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경제에서는 자유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시장에서 패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구하고, 양심·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시한 각종 정치적 기본권의 확대·강화를 지지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계급적으로 보면 진보는 강자나 부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나 빈자의 편입니다. 특권을 가진 엘리트의 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법학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서민과 보통 사람이 자존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봅니다. 진보의 길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저는 어디에 가서든 공개적으로 진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 본문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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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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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거칠게 정의하자면, 남북 문제에서는 군축,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경제에서는 자유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시장에서 패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추구하고, 양심·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시한 각종 정치적 기본권의 확대·강화를 지지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계급적으로 보면 진보는 강자나 부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나 빈자의 편입니다. 특권을 가진 엘리트의 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법학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서민과 보통 사람이 자존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봅니다. 진보의 길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저는 어디에 가서든 공개적으로 진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26쪽

제 친구, 지인들은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생각이 진보적이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생각은 진보적인데 인간적으로 싫은 사람, 생각은 보수적인데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생각이 보수적이고 인간적으로도 싫은 사람입니다. 이념, 가치의 문제와 인간의 문제는 항상 일치하지 않거든요. 과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도덕적 우월감을 내비치거나, 상대방과 소통하기보다 가르치고 지시하려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겠죠.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그 사람의 고민과 처지를 인정하면서 조금씩 소통하게 되면 서로 인간적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41쪽

이런 것이 '쇼'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치인은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쇼'를 적시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중은 정치인의 말이나 행동을 100퍼센트 믿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 사람, 진정성이 있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 사람이 해주는구나', '나의 꿈과 고통을 저 사람이 알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면, 그를 밀어줍니다. 이런 '쇼'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무게'를 잡고 '급'을 따지면서 '거물' 행세를 하거나 당내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모습만 보이면 대중은 채널을 돌려버리죠.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 '왕' 밑에서 안주하는 '영주'에게 미래는 없습니다.-69쪽

진보는 열정을 가지고 미답未踏의 장, 미완의 장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바로 후ㅚ하거든요. 연어가 물길을 거꾸로 오르듯이 팽팽한 자세로 새로운 장으로 뛰어올라가 새로운 과제에 대해서 계속 화두를 던지면서 한 단계 한 단계 계속 전진해야 하는데….-74쪽

사회 구성원을 정글 속에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으로 살 수 있또록 국가와 사회가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설치해주어야 합니다. 요컨대,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권장하면서 동시에 연대의 원리가 사회운영의 원리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93쪽

그런데 진보·개혁 진영은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었어요. 대중의 욕망을 직시하면서 이 욕망을 '진보적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재개발 모델이 없었던 겁니다.-132쪽

정치와 정책은 바로 욕망을 가지고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을 전제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도덕주의적으로 정치와 정책을 바라보고 접근하면 실패하기 마련이죠.-135쪽

'꿈'을 꾸는 데만 그친다면 무능한 것이겠죠. 그러니 그 '꿈'을 다른 사람과 같이 꾸면서 현실화해내야죠.-143쪽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입양아로 자라나서 고교 졸업 후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대학인 리드 칼리지Reed College를 1년 다니다가 중퇴했어요. 잡스가 한국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성공했을까요? 세계 최고의 광고상을 휩쓴 세계 광고의 총아 이제석 씨는 대구에 있는 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는데, 대학시절 국내 대학생 공모전에 꾸준히 응모했지만 상을 하나도 못 탔어요. 졸업 후 수십 군데 지원서를 냈지만 취업하지 못하고 동네에서 간판장이 일을 했죠. 이 씨가 뉴욕으로 유학을 간 후에야 비로소 광고 실력이 생겼던 것일까요? 한국 사회는 그를 단지 지방대 졸업생으로 분류하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157쪽

그렇다면 진보·개혁 진영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항상 민생민주의 문제에 중심을 두면서 통일 문제를 배치해야 합니다.-200쪽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검찰은 삼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삼성맨들은 자신들이 한국을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삼성이라는 조직과 그 수장을 위해 충성을 다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경제 외에도 정치와 사회 분야까지 삼성의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요. 요컨대, 저는 검찰을 검찰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236쪽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권력혐오증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253쪽

차세대 주자들은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안전 위주의 보신주의 경향을 버려야 합니다. 바로 그 경쟁을 통해 모두가 크는 것이니까요.-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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