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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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가 착해졌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넘쳐흐르는 피와 날이 선 쇳덩이들만 없을 뿐 여전히 박진감 넘치고 스릴이 가득했다. 그의 글들은 영화와 어울린다. 장면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분명 정유정은 우리 문학에서 대체할 수 없는 본인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리고 이 번에도 그 위상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의 결말을 ‘아름답다’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다. 작가는 우리를 때때로 미소 짓게 하고, 간간이 울컥 이게 했다. 결국, 진심이 담긴 우정은 종간의 경계도 허물어내는 것 같다. 그리고 수많은 ‘예수이야기’의 변형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본인의 삶을 내어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삶과 죽음이 절대 동떨어져있지 않음을 이해한 사람들만이 가능하고,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성서의 거룩함 때문에 도저히 체감할 수 없었던 감동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고난 이후에도 가슴이 뭉클하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날 이곳을 나서며 무엇을 꿈꾸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꿈을 꾸기엔 미래에 대한 욕망이 너무 약했고, 꿈 없이 살 만큼 삶에 대한 욕망이 강하지도 않았다. - P47

내 재촉이 치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야 협력한다. 애정, 욕망, 자기만족, 생존, 그 밖에 다른 무엇이든 간에. 그렇지 않은 존재를 세상은 ‘호구’라고 부른다. 내게도 그녀와 한 팀이 될 이유가 필요했다. - P164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 P367

타인의 기쁨에 기뻐하고, 타인의 아픔에 아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을 이끄는 최고의 지도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P369

트라우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인간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러나 트라우마로 인해 ‘여기가 나의 한계다’라는 인식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바로 그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으려는 불굴의 투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 트라우마 이후에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이 ‘트라우마 이후의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 진이와 민주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준다. 트라우마는 자칫하면 인간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마침내 자신이 트라우마보다 훨씬 크고 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 P376

지니의 삶을 훔쳐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이는 그 길을 걸어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간 아닌 모든 생물들의 삶을 착취하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도 성찰도 하지 않았던 호모사피엔스 모두의 죄책감을 한꺼번에 등에 짐 진 자처럼. 진이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보노보 지니의 삶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간다. - P379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중차대한 시점에서 엉뚱한 길에 홀리고, 홀린 김에 기수를 아예 돌려버리기도 한다. 의외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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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양장 한정판)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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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소 깊이가 얕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이 책은 인문학의 주요 개념을 활용한 단상(斷想) 모음집이다. 사상이나 이론의 깊은 부분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주된 개념만 가져와 글쓴이의 생각을 곁들인 책이다. 접하지 못했던 개념을 거칠게나마 이해한다거나 현실적인 통찰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려운 철학을 쉽게 이해하려고 했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결국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원전이든, 그리스 철학부터 쭉 서술한 그렇고 그런 개론서든, 직접 부딪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제목은 참 매력적으로 잘 뽑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제목은 다소 현학적일 것 같은 철학을 어떻게 삶에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매력적으로 들린다. 언제고 안 중요했겠느냐마는, 요즘 들어 책의 제목을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뽑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 출판의 수사학이라고 해야 할지그런 흐름들이 보인다. 모든 책이 명실상부하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아쉽다. 이 책은 유익했지만, 뭔가 허전함을 남기는 책이었다. 제목만큼만 매력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저자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기도 했다. 장 칼뱅의 예정설이나 멜빈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을 소개할 때 보면 특히 그랬다. 승진할 사람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든지, 인사평가제도에서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조직의 안정이나 건강성을 위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든지 이런 말들을 보면. 물론 모든 것이 최적수준이 있어서, 사회나 조직의 공정성을 최대치로 높이면 다른 부분에서 비효율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공정성이 실현될 수 있을까?’라고 회의를 품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개인의 힘으로 사회 제도나 사회 체제를 바꿔 본 경험이 없는 일본이다 보니, 조직에서 느끼는 개인의 무력감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매력적인 개념은 반취약성(anti-fragile)이라는 개념이다. ‘깨지기 쉬움의 반대말은 단단함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세상이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고, 다변화되면서 단단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게 되어버렸다. 차라리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깨지지 않는 반취약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졌다. 유연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깨지지 않는 개인, 조직이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런 특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이 책을 계기로 나심 탈레브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으로, 미래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지금 사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저자의 말도 아름다웠다.

그들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어서 일을 했다. "혁신이 정체되어 있다"라는 말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정체를 초래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 즉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요인은 아이디어나 창조성의 결여가 아니라 애초에 해결하고 싶은 과제 또는 어젠다가 없다는 사실에 있다. - P12

지옥으로 가는 길은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선의로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자기 기만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세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상을 잃지 않은 채 그러한 ‘이상 사회’를 꿈꾸며 운동을 벌이는 일이 독선과 기만에 빠질 위험성 또한 동시에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과거의 철학자가 남긴 사회에 대한 고찰이 우리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 P31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 P56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P69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 P100

우리는 신념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과관계는 그 반대라는 사실을 인지 부조화 이론은 시사한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이 일어나고, 나중에 그 행동에 합치되도록 의사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나중에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라는 것이 페스팅어가 내놓은 답이다. - P112

밀그램 교수가 실시한 ‘아이히만 실험’의 결과에서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권위에 대항하는 약간의 반대 의견 또는 양심과 자제심을 부추기는 작은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인간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는 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이것은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맨 먼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 - P122

칙센트미하이가 설명한 도표를 살펴보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과제 수준과 능력 수준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불안’의 영역에 있었다 해도 계속해 나가는 동안에 능력이 향상되어 결국은 ‘각성’의 영역을 거쳐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몰입 영역에서 같은 일을 계속하면 결국은 많은 기술을 습득하게 되어 몰입에서 ‘자신감’ 영역으로 옮겨간다. 그러헥 되면 이른바 ‘안정’ 영역에 들어가 편안한 상태가 되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 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즉, 자신의 능력과 업무의 난이도는 역동적인 관계이며 몰입을 계속 체험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를 주체적으로 바꿔 가야만 한다. - P126

브리지스의 말에 의하면 경력이나 인생의 전환기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다. 거꾸로 말하면 무언가가 끝남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의 ‘새로운 시작’에만 주목해 대체 무엇이 끝났는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끝’에 관한 물음에 진지하게 맞서지 못한다. - P15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 형성하는 것 등의 요건이 중요해진다. 하나하나의 조직과 커뮤니티는 취약할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과 커뮤니티의 존속보다도 그 사람의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의 축적이다. 만약 속해 있던 조직과 커뮤니티가 소멸된다 하더라도 소속된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면 그 사람의 사회 자본은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고 아메바형으로 분산되어 유지될 수 있다. - P190

모든 일이나 상황이 관련성이 점차 복잡해지고 한층 더 역동적으로 변해 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지적인 톱다운 사고에 의지해 최적의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는 지적 오만을 넘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최적의 해답을 최적의 접근법으로 찾으려만 하지 말고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휴리스틱으로 추구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대다. - P215

중요한 것은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재빨리 도망치는 일이다. 시선을 응시하고 귀를 기울여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라. 앞서 언급한 아사다 아키라의 발췌에서는 "의지가 되는 것은 사태의 변화를 인식하는 센스, 우연에 대한 직감, 그뿐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내가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에서 "축적형 이론 사고보다 대담한 직감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위에서 아직 괜찮다고 안심시키더라도 스스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도망쳐라. 이때 중요한 것은 위험하다고 느끼는 안테나의 감도와, 도망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다. 사람들은 으레 착각하곤 하는데, 도망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가 있기에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 P242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요, 의무다. 남 모르는 노력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사고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자. - P263

"결국 ○○이라는 뜻이죠?"라고 정리하는 것은 가장 낮은 듣기 단계인 ‘1단계: 다운로딩’에 불과하다. 이렇게 듣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상대와 더욱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창조적인 발견과 생성을 이끌어 내려면 ‘결국 ○○이다’는 식으로 축소해서 인식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의 데이터와 조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결국 ○○이라는 뜻이죠?"라고 요약하고 싶어질 때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 P270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는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자금 지원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례를 보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혁신의 대부분은 ‘왠지 대단한 것 같다’는 직감에 이끌려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P311

지금 존재하는 세계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행한 의사 결정이 축적되어 지금 이 세계의 풍경이 그려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의 경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까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남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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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38억 엔 적자 회사를 최강 기업으로 만든 회장의 경영 수첩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박제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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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본 가장 최악의 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속에서도 무인양품유니클로만은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기에 그 비결이 뭘까 궁금해서 집어 들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성공하고 있다지만, 이 기업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인간은 성공하면, 자신의 경험담을 해괴한 법칙으로 포장한다. 그렇게 자신의 성취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PDCA법칙은 계획(Plan)-실행(Do)-점검(Check)-개선(Action)의 약자다. 그런데, 계획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지 않는 조직이 있을까? 그것은 PDCA라고 명명하기 전에 이미 다 알고 있고, 늘상 하고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지은이는 이 법칙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된 과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도 못한다. 결국은 수첩을 잘 활용해서 이 법칙의 실현과정을 체크했다는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이 또한 구체적이지도 않고 독창적이지도 않다. 수첩에 기록된 식사, 식당에 대한 평가, 취침시간. 기업의 성과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설사 있다고 한들 그 연관성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꼰대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행동들이 더 눈에 띄었다. ‘사풍(社風)’우리 사회에는 사풍이라는 말도 이제 익숙하지 않다을 만들기 위해 했다는 행동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주 2회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사원들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봐 줄만 하다. 그런데, 답인사를 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의 직속상사를 불러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인사를 하게끔 했단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괘씸한(?)’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내고 사풍으로 정착시켰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한다. 그리고 쓰레기가 떨어져 있지 않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사풍 만들기의 사례로 소개한다. 이러한 사례를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일본 조직 문화의 후진성을 오히려 실감하게 됐다. 군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태가 아닌가. 과연 그러한 경험담이 회사의 성공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의문이다. 과연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 아서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러한 황당한 영웅담을 듣고 따라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러한 책은 자연스럽게 잊혀져야 마땅하다. 굳이 기억하지면 이 두 가지만 남기자. 첫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관리한다, 둘째, 생활 속에서 수첩 등을 활용하여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자. 나머지는 지은이에게 미안하지만, 버리자.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공세를 가할 때다. 당시의 양품계획처럼 무턱대고 공세를 가하다 보면 크나큰 대가를 치르기 십상이다.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수반되는 ‘성장’을 하려면 순항 속도를 넘어서는 성급한 확대는 금물이다. - P94

인간은 한 번의 실패만으로는 제대로 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담당자는 본인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예측해 초래한 결과임에도 ‘황금연휴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장마가 길어서’ 등 그럴 듯한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내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저 운이 나빠서 생겨난 우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가 결국 두 번째 실패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두 번 실패하면 그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제야 겨우 실패가 자신의 탓이라고 인정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 원인을 진지하게 찾기 시작한다. 문제의 본질을 깨닫기 위해 인간은 어쩌면 두 번 실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 P98

이렇게 성과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나아가야만 할 때,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일을 맡기로 한 이상은 전망이 좋든 나쁘든 성과를 낼 때까지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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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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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거칠게 말하면 상록수식의 끝맺음이다. ‘우리 모두 시민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원함으로써 권력을 감시하자는 결론은 옳지만, 너무 옳아서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랐고, 1권부터 커질 대로 커진 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잔뜩 뒤집어 까놓고, 시민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는 식으로 마무리되어 솔직히 허망했다. 메시지는 좋지만, 소설적으로 너무 투박하고 순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어색한 희망가라고 해야 할지. '소설' 이상의 것을 하려다보니 정작 '소설'답지 못하게 돼버렸다. 생각할 거리는 다양하게 던져줬지만,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잃었다.

 

   물론 소설의 결말대로 시민단체는 더 많아져야 한다. 더 많은 시민단체가 생기고, 더 활발하게 활동했으면 한다. 하지만 성리학의 전통이랄지 너무 교조적으로 흐르거나 타협하지 않는 투쟁방식은 경계하고 싶다. 선민의식도 안된다. 솔직히 말해 장우진 기자와 같은 영웅담은 어느 정도 시민들의 관심을 촉발하는 데 유용하겠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민주주의에서는 사회자가 필요할 뿐, 지도자란 필요 없기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와 인정의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태범이나 임예지의 행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모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는 것. 그래서 이 사회의 범죄와 적폐들이 재벌과 권력자들에게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평범한 갑남을녀들도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우리들 모두 관행범죄사이의 그 어디쯤에서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다. 어떤 관행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를 좀먹는다. 모든 관행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고, 그 관행에 대한 일탈을 허용하는 사회문화, 조직규범도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광장에서의 민주주의도 좋지만 이제 현장에서의 민주주의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우리 삶 속에서 비민주적인 부분을 시정해나가야 한다. 내일부터 이른바 갑질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시민의회도 인상깊다. 사실 평소에 가졌던 생각과 비슷하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 누구나 추첨에 의해 선발되어 입법권을 가지는 방식을 생각했었다. 효과적인 구현방안은 고민해봐야겠지만, 우리 사회가 꼭 시도해봤으면 하는 제도 중에 하나다.

"모자라는 게 아니라 내가 장담할 수 없고, 모르는 부분이오. 최변, 우리 모든 인간들의 세 가지 공통점이 있잖아요. 한 번 태어나는 것, 한 번 죽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것. 바로 그 완벽하지 못한 것에다 10점을 배정한 거요. 최변도 그 10점은 배정받고 있는 거고, 그래서 서로 함께 살면서 그 10점을 서로가 발견하고, 이해하고 감싸고, 용서하면서 100점을 채워가려는 노력이 결혼 생활 아니겠소?" - P67

편함을 두고 불편함을 습관화한다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성가신 고역이었다. 그저 목적이 있으니까 마지못해 참고 견디는 고행이었다. 그건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특권이 금세 몸에 배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권력의 단맛은 얼마나 빨리 습관화되어버리던가. - P115

국민들의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권력자들은 그 순간 광야의 포식자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건 권력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하는 직무 유기를 저지르는 것은 모든 권력자들에게 맘대로 직무 유기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고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국민이 저지르는 가장 큰 어리석음과 망상은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리라고 믿고 방심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심장이 뛰듯이 살아 움직이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병들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는 시들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절대 불변의 사실입니다. - P215

모든 기업은 투명하고 정직하게 경영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익만으로도 기업인들은 보통 시민들보다 몇십 배에서 몇백 배 부자로 잘 살 수 있습니다. - P216

우리는 ‘광장’에서 위대한 민주주의 혁명을 이루었지만, 정작 실제 삶이 영위되는 ‘현장’에서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민주주의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얼마나 민주적인 제도와 문화가 실행되고 있는가. 광장에서 당당하게 대통령을 비판하듯이, 삶의 현장에서 교장, 총장, 사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가. 광장민주주의와 현장민주주의는 여전히 비대칭적으로 괴리되어 있다. - P323

‘시민의회’란 기존의 국회와 별개로 존재하는―선거가 아니라 추첨에 의해 뽑힌 시민 대표들로 구성되는―말하자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외의 제4부라고 할 수 있다. 4년 임기 내내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현재의 무의미한 국회는, 원칙적으로는, 폐지하는 게 옳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 폐지도 결국은 현 국회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이상,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타협적으로 현행 국회는 그대로 두고, 그 국회와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통제·평가하는 권한을 가진 시민의회를 따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 P367

하지만 원래 민주주의란 지도자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잘났든 못났든 민초들 자신이 공적 공간에서의 자유롭고 평등한 대화를 통해서 최선의 집단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에서는 사회자가 필요할 뿐, 지도자란 필요 없는 존재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우리가 몇 달 동안 광장으로 나간 것은 단지 ‘지도자’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P368

‘모든 권력은 횡포하고, 타락한다. 그러므로 줄기찬 감시 감독이 필수다. 그 역할을 대신 맡는 게 시민단체들이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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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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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과 달리 극적인 사건이 터지지 않지만,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입법·사법·행정·언론·기업의 5대 권력이 학연·지연·근무연으로 서로 얽히고 얽혀,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우리 사회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 않다는 것이 더욱 슬프다.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지면 더 강하게, 더 오래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지만, 힘깨나 쓰는 자들이 법 위에 앉아서 자가증식하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가.

 

   이런 조폭놀이의 철저한 객체였던 김태범이 이 번 권에서는 주체로 변신한다. 성화그룹의 권력과 인맥에 철저히 깨졌던 김태범이 이제 다른 위치에서 그들과 똑같은 일을 벌인다. 이런 모습은 상징적이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하다. 조직에 들어가면 누구나 그 조직을 위해서 조폭의 논리를 구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조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모든 조직의 조폭화, 모든 개인의 행동대원화가 우리 사회 전반을 요약하는 말이 아닐까? 정말 작가의 말대로 이거 날 샌 나라는 아닌지. 그래서 김태범의 슬픈 개인사를 보면 한 없이 응원하고 싶지만 덮어놓고 응원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이 모든 악습과 적폐를 끊어낼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고석민의 입을 빌려 모든 것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것처럼 이야기 한다. 이것은 광야에서 달려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순진한 생각이다. 대통령의 선한 의지는 중요한 필요조건이 될 수 있겠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법과 제도가 이런 악습을 금지하고 제제하도록 강화되어야 하고, 느리지만 문화가 달라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들을 찾고 검토하고 행동해야 한다. 답답한 마음으로 이제 3권을 펼쳐든다.

 

문제는 대통령이고, 결론도 대통령입니다. 모든 게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_ 284

‘도시는 자꾸 비대해지고, 비대해지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경쟁은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고, 그 적대감은 서로를 경계하며 소통이 차단되는 개체화가 되고, 그 분열은 서로를 소외시키다가 끝내는 자기 자신까지 소외시키기에 이른다. 그 자기 소외는 곧 정신 질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현대 도시인들이 갖는 가장 큰 비극이다. 그 치유책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하소연할 수 있고, 넋두리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이다.’ - P15

돈과 지위가 보장하는 기득권의 그 달콤함과 안락함은 그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었고 막강한 힘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흐물거리지 않고, 허물어지지 않는 권력이 있었던가. 모든 국가권력은 돈 앞에서 하나같이 물컵 속의 각설탕이고, 용광로 속의 쇠붙이고, 끓는 물 속의 얼음덩이였다. 국회의원이고, 판검사고, 공무원이고, 모두 마음먹은 대로 주무르는 쾌락은 마치 내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돈의 위력이란 그다지도 막강하고 무한대였다. 그 힘에 실려 느끼는 황홀한 쾌감이란 그 어떤 것하고도 비교가 안 되는 최고의 세상살이 맛이었다. 일개 하수인일 뿐인 자신의 기분이 그럴 때 정작 회장님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분명 자기가 천하를 지배한다는 황홀경에 취해 있을 거였다. 그 권력을 줄기차게 누리기 위해서 회장님은 비자금 확보를 그렇게 중시하는 게 아닌가. - P18

"국민이란 실체가 아니라 형체일 뿐이야." - P198

감정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색깔을 섞으면 검정색이 되듯이. - P272

전관 변호사는 지는 재판이 없다는 말을 흔히 들어왔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보니 그건 참 너무 야비했고, 조폭 찜 쪄 먹는 조직 범죄였던 것이다. - P343

겸손을 모르는 자한테 겸손한 것은 겸손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 P350

"사시·행시 패스한 자들이 절대 못 고치는 고질병이 있어. 난 머리 좋아, 난 남달라, 난 특대를 받아야 해, 하는 생각이 머리에 꽉 들어찬 인종들이야. 그 옛날 과거 급제한 것하고 똑같이 생각한다니까. 그런 거만, 자만, 오만, 3만이 만발한 자들이 국가의 사법권이고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게 뭐야. 이거 날 샌 나라야." - P350

글쓰는 일은 언어와의 싸움입니다. 첫째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고, 둘째 단어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셋째 단어의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기본적인 행위의 첫 번째가 국어사전을 부지런히 찾는 것이고, 두 번째가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 원시적인 방법의 끈질긴 실천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성실을 잃지 않으려고 제 자신에게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수련이 일기 쓰기와 편지 쓰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일찍부터 글쓰기 수련의 왕도라고 일컬어져 왔을 것입니다. 일기는 일과 중심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관찰과 인식과 의식 중심으로 써나가면 글쓰기에 큰 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에 몇 줄씩이라도 일기 쓰기를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노력이 저를 지탱해 온 힘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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