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38억 엔 적자 회사를 최강 기업으로 만든 회장의 경영 수첩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박제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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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본 가장 최악의 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속에서도 무인양품유니클로만은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기에 그 비결이 뭘까 궁금해서 집어 들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성공하고 있다지만, 이 기업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인간은 성공하면, 자신의 경험담을 해괴한 법칙으로 포장한다. 그렇게 자신의 성취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PDCA법칙은 계획(Plan)-실행(Do)-점검(Check)-개선(Action)의 약자다. 그런데, 계획하고 실행하고 피드백하지 않는 조직이 있을까? 그것은 PDCA라고 명명하기 전에 이미 다 알고 있고, 늘상 하고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지은이는 이 법칙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된 과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도 못한다. 결국은 수첩을 잘 활용해서 이 법칙의 실현과정을 체크했다는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이 또한 구체적이지도 않고 독창적이지도 않다. 수첩에 기록된 식사, 식당에 대한 평가, 취침시간. 기업의 성과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설사 있다고 한들 그 연관성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꼰대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행동들이 더 눈에 띄었다. ‘사풍(社風)’우리 사회에는 사풍이라는 말도 이제 익숙하지 않다을 만들기 위해 했다는 행동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주 2회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사원들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봐 줄만 하다. 그런데, 답인사를 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의 직속상사를 불러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인사를 하게끔 했단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괘씸한(?)’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내고 사풍으로 정착시켰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한다. 그리고 쓰레기가 떨어져 있지 않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사풍 만들기의 사례로 소개한다. 이러한 사례를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일본 조직 문화의 후진성을 오히려 실감하게 됐다. 군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태가 아닌가. 과연 그러한 경험담이 회사의 성공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의문이다. 과연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 아서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러한 황당한 영웅담을 듣고 따라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러한 책은 자연스럽게 잊혀져야 마땅하다. 굳이 기억하지면 이 두 가지만 남기자. 첫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관리한다, 둘째, 생활 속에서 수첩 등을 활용하여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자. 나머지는 지은이에게 미안하지만, 버리자.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공세를 가할 때다. 당시의 양품계획처럼 무턱대고 공세를 가하다 보면 크나큰 대가를 치르기 십상이다.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수반되는 ‘성장’을 하려면 순항 속도를 넘어서는 성급한 확대는 금물이다. - P94

인간은 한 번의 실패만으로는 제대로 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담당자는 본인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예측해 초래한 결과임에도 ‘황금연휴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장마가 길어서’ 등 그럴 듯한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내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저 운이 나빠서 생겨난 우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가 결국 두 번째 실패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두 번 실패하면 그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제야 겨우 실패가 자신의 탓이라고 인정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 원인을 진지하게 찾기 시작한다. 문제의 본질을 깨닫기 위해 인간은 어쩌면 두 번 실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 P98

이렇게 성과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나아가야만 할 때,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일을 맡기로 한 이상은 전망이 좋든 나쁘든 성과를 낼 때까지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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