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시간술 - 적게 일하고 제대로 쉬는 기술
가바사와 시온 지음, 정지영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이런 책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삶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일어 설 계기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뻔한 이야기군!' 하며 책장을 덮기에는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들어온 녹색불이 눈에 밟힌다. 나는 최근 한 달간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 타고 집에 돌아온 뒤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했다. (162) 책 한 줄 읽을 시간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짜증만 낼 뿐이었다. 몸은 지치고 머리는 멍해져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왜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살았던 걸까.'(49)

 

   이 책은 시간 관리를 통해 인생을 더 알차고 즐겁게 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바 집중력을 활용한 시간 관리법이다. 요약하자면,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기상 후 2~3시간이 지난 아침 시간대이며, 이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들을 배치하면 된다. 사람의 집중력은 15, 45, 길게는 90분을 넘지 못하므로 그 사이사이 재충전할 수 있는 산책이나 대화, 짧은 수면이 필요하다. 1시간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이렇게 낮 동안 효율적이고 알차게 일한 후에는 저녁에는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보내야 한다.

 

  참 아름다운 삶이다. 나 또한 꿈꾸는 삶이기도 하고. 아마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는 이 시대 20~40대의 청장년들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간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원할 때 퇴근할 수 없다면 그 신묘한 기술을 몇 백번을 부려도 내 삶은 더욱 더 고단해질 뿐이다. 간혹 누군가만 해내는 '신'의 시간술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술이 되려면 고위직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의 생각이 바뀌고 나아가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신통한 시간술로 얻을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이 '신'과 같은 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나머지 장삼이사들의 삶은 어쩌란 말인가. 휴. 이제 조금 회사 일로부터 한숨을 돌리게 된 지금, 나도 2018년의 남은 며칠들은 꼭 이렇게 보내고 싶다. 어렵더라도 내년 이맘때까지만이라도 이 마음과 이 평화를 잃고 싶지 않다.

 

 

p.s. 하지만 이런 책들의 저자들은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집필'을 한다고? 일 년에 한 권 내던 책을 다섯 권이나 내게 됐으니 생산성이 몇 배 높아진 거라고? 환자들과 씨름하지 않으며 오전에 책 쓰고 저녁에 영화 보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당신의 결단이기도 하지만, 그런 삶을 꿈꾸는 갑남을녀들이 당신의 책을 많이 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디 당신의 성취에 취해 '나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도 우리가 찾아서 불러주기 전에는 이름 없는 꽃에 불과하였다.

집중력이 높은 시간은 기상 후 2, 3시간, 휴식한 직후, 퇴근전의 시간대, 마감 전날 등인데, 그렇게 집중력이 자연히 높아지는 시간대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집중력을 가미해서 일의 계획을 세우기만 해도 업무 효율은 2배, 아니 그 이상 달라질 것이다. 집중 업무와 비집중 업무를 직소 퍼즐처럼 각기 알맞은 시간대에 끼워 넣기만해도 업무가 눈에 띄게 효율화되고 시간이 창출된다. 이것이 시간의 직소 퍼즐 이론이다.
_26쪽

미국인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깨달음을 얻은 순간 내 머릿속의 회로가 완전히 전환됐다. 어째서 나는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보냈던 걸까.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자!
_ 49쪽

"기상 후 2, 3시간, 뇌의 골든타임을활용하자"고 해도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다음 세수하고, 몸을 단장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고, 출근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뇌의 골든타임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빨리 일어나서 출퇴근 러시가 시작되기 전에 전철에 탄다. 전철 좌석에 앉아 편안히 독서를 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_ 111쪽

낮에는 척척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가장 건강하게 일하는 방식이다. 즉 하루 동안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타고 집에 돌아온 뒤 바로 목욕과 식사를 끝내고 그대로 이불로직행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가장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이다. 쉴 틈도 숨 돌릴 틈도 없다.
_ 162쪽

일에 중독되어 "나는 일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쉬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병에 걸린다. 자유 시간을 일하는데 돌리면 업무 시간이 끝없이 늘어난다. 만약 ‘좀 더 일하고 싶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 좀 더 수입을 늘리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업무 효율을 올리기 바란다.
_ 215쪽

지금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행복감이 0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감 100을 느낄수는 없다. 작은 행복이라도 좋으니 그 행복감을 지금 느낄 수 있는가? 오늘 느낄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즐기는 일이 바로 인생이다. 지금 참는 사람은 평생 계속 참을뿐이다. 여러분이 자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즐기는 데 우선적으로 할애하기 바란다. 그것도 TV나 게임같은 표면적인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다고 느끼는 활동에 자신의 정말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_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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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oad5304 2018-12-2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보고 갑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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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기를 써보자는 다짐을 몇 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군대시절 수첩에 세네줄씩 쓰던 일기는 아직까지 남아 그때 일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두 달 전의 일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은다. 기록은 중요한 일이고 그 시간을 견디고 이해하는 의식과 같다. 다시금 이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자서전 쓰기에 대한 엄청난 스킬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시대와 나의 삶을 엮는 연표 쓰기, 인간관계와 에피소드를 기록하기. 모두 단순한 지침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스킬이 있을리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그의 수강생들이 쓴 그들의 역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연이 있고, 어느 드라마나 영화가 담을 수 없는 애환이 있다. 차라리 지은이가 끊지 말고 그들의 자서전을 오롯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의 성공과 관계 없이 개개인의 역사는 이토록 귀하고 옹골지다. 나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부터라도 일기를 남기고 틈틈이 연표로, 목차로 남겨보자고 마음 먹었다.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라는 단서 조건이 왜 붙게 되었는지 잠시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이제부터 써내려 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완전히 밀착된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 동떨어진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시대 의식을 가지고‘라는, 이른바 시대론적인 요소를 자기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넣도록 지도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 역사란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동시대의 구체적인 역사를 실마리로 삼아 돌이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사라고 할 수 있다.
_ 9쪽

결국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있어 부모님 내지 가계와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기술방식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다면 이를 위해서 필요한 준비 작업을 조금 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모님 내지 친척 중에 집안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를 들어 두는 것이 좋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기억에 따라 쓸 수 있지만, 가계와집안 일과 관련한 이야기일 경우에는 자신의 기억만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집안이든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집안 역사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다. 그 사람을 찾아가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방법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
_ 54쪽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읽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으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_ 79쪽

자기 역사의 후기‘에서 그는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의 ‘계획된 우연성 이론‘을 인용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의 만남에 의해서 인생의 80퍼센트가 결정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_ 116쪽

결국 ‘자기 역사 연표‘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 ‘에피소드 수첩‘ 이 세가지가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한 3대 준비 작업이라고 해도 좋다.
_ 273쪽

인생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동시에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에서 지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뻔한 규칙에 질 것이 뻔해 보이는 게임은 서둘러 던져 버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으로 이행하는 것이 인생에서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올바른 전략은 이기고 지는 것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이기고지는 것에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는것이다.
_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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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oad5304 2018-12-23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은 되지만, 일기쓰기는 생각 만큼 실천하기 어려운거 같아요~혹시 비결이 있나요~??^^
 

요즘은 명실상부한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퇴근길 인문학’이란 제목은 더 없이 아름답지만 내용은 이름에 비해 많이 모자란다. 꼭지별로 수준차도 심하고, 이런 글을 읽는 것이 왜 인문학인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퇴근길에 한 꼭지씩 읽고 흥미를 돋우길 바랬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기자 조지 앤더스는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라는 저서에서 인문학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돈이 되고 고용을창출하며 혁신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미국의 전공별 고소득자를 살펴보니 철학·정치학·역사학 전공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증권·금융은 물론이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설립자의 3분의 1이 인문학 전공이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미국 대선 경쟁에까지 나섰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등도 인문학 전공자들이다.
_ p.7

레밍은 대략 4년 주기로 급증했다가 대량 사망하고, 개체 수가 줄면 빈공간을 이용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기적인 사이클을 보인다. 레밍이 한꺼번에 죽었을 때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먹이가 모자라 굶어 죽은 게 아니었다. 과밀화 상태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지레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돌변해 정상적인 대사 리듬이 깨어진 상태였다. 남을 공격했는데 내가 망가지는 ‘부정적 그물‘에 덜컥 걸려들고 만것이다. 검은 기운이 덮친 레밍을 포식자가 잡아먹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레밍은 별 수 없이 스트레스에 번번이 패한다.
_ p. 27

전문가로 뜨긴 떴지만 지는 것도 쉬워 보인다. 견디는 힘을 키우면서변신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게 상책이다. 환경은 바뀌고 사회의 요구도달라진다. 변할 수 있는 힘을 넓혀야 살아남는다.
_ p. 53

과례나 관행도 문제다. 과거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답습하게 된다면 꾼대질에 갑질을 더하게 된다. 잘못된 악습이나 구습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대대손손 따르고 싶어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기 조선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며,
저지르는 갑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며느리도 귀하게 자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생각보다 며느리는 일꾼이라는 구닥다리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에 빠삭한 50대가 있다고 치자. 대학 다닐 땐 정작 민주화 운동을 못 본 체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스펙도 쌓았다. 고속 승진으로 50대에 기업의 임원이 된 그는 이제 정치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러나 정작 회사에서 사건이 터져 부하 직원이 불이익을 받고 힘들어할땐 옳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소중하게 여긴다.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은 손톱만치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에게정의는 박제된 채 입만 살아 움직일 뿐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불의도 못 본 적하고 이익만 챙기면서 겉으로만 국가의 대의를 논하고 정의를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_ p. 63

취음에 나치는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다.
역시 침묵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내 이웃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묵했다.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뭔가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들이 잡혀갔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다.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내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뮐러 Martin Niemiller
_ p. 65

가 마크 트웨인도 재테크 투자에서는 뉴턴 못지않았다. 주가상승천호돼 몰빵투자(집중투자)를 했다가 거덜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월은 주식투자에 극히 위험한 달이다. 또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1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_ p. 323

여기서 문제는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가일상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데 있음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일상은 팽개치고,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까마득히 높고 멀리있는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을 찾으려 한다. 그것을 ‘관심‘이라는 말로 포장해놓고, 하다가 안 되면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인 양 포기한다.
무관심의 끝은 참으로 슬프다. 자기가 해야 할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공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남에게 밀어버린다. 자신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객관화시켜 저 멀리 내보내고 만다. 오히려 그런 생활을 즐기기까지 한다. 인생을잘 살기 위한 공부인데 내가 먼저 찾아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_ p.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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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일 - 경험하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장인성 지음, 김규림 그림 / 북스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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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마케터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일 잘하는 사람’이 마케팅도 잘한다고.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소한 것도 더 나아지도록 고민할 뿐만 아니라 ‘왜’라고 물어보고 고민한 다음에 일에 달려드는 사람이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므로, 일 잘하는 사람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해가 안 돼’, ‘원래 그래’라는 말은 소통과 발전의 문을 닫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틀리다’라고 말하기보다 ‘다르다’라고 말한다.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이 ‘이해력’을 망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일이 직업인 마케터에게는 나쁜 표현입니다. 생각을 제한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표현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를 꺾고, ‘당연하다’는 표현은 이야기의 진행을 막습니다. ‘원래 그렇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다’로, ‘당연하다’는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좋은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_ 57쪽

  또한, ‘설득’은 이해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절반은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내 입장을 관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 때문인지 찾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고, 과정상 잘못하지 않았어도 결과가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 없고 잘못한 게 없어도 일은 종종 잘못됩니다.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운 좋아서 성공하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잘못 없이도 잘못될 수 있는 것이 보통 사람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누구 잘못인지부터 찾아 따지게 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 분명하니 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냐며. 내 잘못이 아니라고 방어하고,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버립니다. 자꾸 뒤를, 과거를 캐는 거예요. 그렇게 해도 해결되는 건 없죠. 애초에 아무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_ 175~176쪽

  저자가 말한 대로 일을 잘해서, 팀장이 되고 조직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도 답한다. 리더는 팀원들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 하는지 적절히 파악해서 그들에게 적합한 일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리더가 사사건건 챙기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결과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팀원이 아닌 리더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벤처기업이나 소규모 역동적인 조직에서는 어울리겠지만, 대기업이나 공공 조직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일’ 잘하는 법은 그 조직의 규모나 성격을 떠나 어디서든 비슷하다고 본다. 언어 사용에 대한 고민 등 유용한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가 겪은 세계보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더 답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랄까. 실제 조직 생활을 해보면, 팀장들 사이의 사적인 감정 때문에 작은 업무협조마저도 거부하는 경우를 만난다. 일은 잘하지 못해도 화려한 처세술로 윗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도 있다. 어떠한 논리와 설득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도 많다.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많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의 조언이 통할까? 우리만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 건지, 아니면 우리의 인격이 덜 닦인 건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인성과 열정을 두루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나 조직장과 일하게 된다면? 저자가 언급한 답은 간단하다. ‘도망가세요.’ 도망간 곳도 마찬가지라면? 저자는 다시 답한다. ‘동료들을 우선 믿어주고 사랑해보세요’, ‘나부터 소중한 동료가 되어 보세요’ ‘동료나 리더로 인해 일이 잘못되었더라도, 발본색원하지 말고 일을 잘 수습해보세요.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왜 착한 사람은 항상 피해를 보는가? 경험칙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궂은일은 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요즘 드는 고민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과연 좋은 것인가? 삐딱하고 성질이 더러워야 그 앞에서 조심하고, 일 못 해야 일을 안 맡기는 것이 현실인데도? 건강한 리더와 모범적인 조직은 너무나도 드물지 않은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싸워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 손자병법인 줄 알았는데, 공자님 말씀을 들은 느낌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옳지만, 그 결실을 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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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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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라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재밌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알쓸신잡에서 익히 봐왔던 대로 문장을 짧게 짧게 잘 구사하고, 비유가 좋다. 중간 중간 이해를 돕는 사진과 그림자료도 덧붙여져 속도감 있게 읽힌다. 물론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치에너지를 구해 진시황과 파라오의 권력을 비교하는 엉뚱함과 진지함은 재미있다. 한편, ‘괴베클리 테페를 근거로 건축이 농업보다도 먼저 시작된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라고 주장할 때는 건축학도의 자신감이, 동학혁명은 실패했지만 6월 항쟁은 성공한 이유를 온돌과 보일러의 차이로 설명할 때는 건축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워낙 입담이 좋아 위화감은 없다. 건축이라는 게 그만큼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이고, 건축을 통해 역사, 경제, 사회,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힐 뿐이다.

 

   나는 어릴 때 서울의 서쪽 끄트머리에서 살았는데, 대학생이 될 때쯤 재개발 바람이 불더니 아파트가 군데군데 들어섰다. 그런데 새로 생긴 아파트들이 단지를 빙 둘러서 담을 쌓아놓는 바람에 그동안 편하게 오갔던 골목길이 다 사라져버렸다. 아파트 주민이 아닌 죄로 담벼락을 빙둘러 돌아갈 때의 분노와 슬픔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등하교길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을 모두 빼앗겨버린 느낌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건축물의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일텐데,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이렇듯 폐쇄적이다. 주민의 안전을 이유로 벌어지는 만행이다.

 

   주변과 이야기하지 않는 건축, 획일화 된 건축은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학교 등 공공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한 신문 칼럼에서 학교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교도소를 지을 때보다도 덜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 학교건축은 교도소나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비판한다. 하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신도시에 새로 지어지는 학교조차도 여전히 내가 다니던 6~70년대 지어진 학교와 똑같은 모습으로 지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건물에서 자란 아이들은 폭력성과 획일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건축결정론이 될 수 있어 경계해야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획일화되고 전체주의적인 사회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 건축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건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대형 학교 건물 안의 똑같은 교실, 숫자만 다른 3학년 4반에서 커 온 아이들은 대형 아파트의 304호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살다가 나중에 똑같은 납골당에 나란히 안치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체주의적인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이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과 대형 쇼핑몰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_ 28~29

   언제부턴가 사는 곳은 돈벌이의 대상이 되어 사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미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부동산 만큼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 투자라고들 한다. 며칠 전에 발표된 주택정책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회의주의자들은 무엇으로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는 수요가 많아서 그러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강한 정책은 어리석은 자들의 만용으로 비춰져 비판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무능한 집단이라고 다시 비판을 받는다.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라고 재인식하게 되는 데서 시작해야 된다고 믿는다.

 

   정치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하고, 건축도 그 국민의 가치관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좋은 건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그래서 건축가만 좋은 생각을 해서 바뀔 수가 없다고 한다. 시민 대다수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가, 시공자, 허가권을 가진 관리,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서 이것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개발이익만 생각하는 천박함으로는 좋은 도시를 얻을 수 없다. 주변환경과 소통하고, 이웃과 교류하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진다.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기억해보자.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1층은 엄마 주고, 2층은 동생 주고, 3층에 와이프랑 애기랑 살고 싶다는 꿈들. 집값과 땅값에 혀를 내두르며 잊히고 말았던 그 소박한 꿈들을 낡은 일기장 속에써 꺼내볼 때다.

  

제대로 설계된 공간은 갈등을 줄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고, 건물 안의 사람과 건물 주변의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도 더 화목하게 한다. 좋은 건축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다. 물론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건축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다. 세상을 더 화목하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건축을 조금씩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_ 370쪽

 

   끝으로, 아쉬운 점은 책이 덜 정돈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책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체계가 없는 것 같다. 이 것도 의도된 바라면 할 말이 없지만, 체계가 없어서 동어반복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장과 장 사이가 아예 독립적이라면 상관 없지만, 서로 연결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순서가 엉켜 있어서 아쉽다. 예컨대 12공간의 발견이나 8위기와 발명이 만든 도시는 공간과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앞으로 오고, 나머지 부분은 2, 5, 6, 7, 11장과 같은 에피소드와 1, 3, 4, 9, 10장 같은 우리나라 건축에 관한 통찰 및 제언 같은 부분으로 구분하여 재배치한 후 내용을 정돈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쉬운 점일 뿐 의미있고 재미있는 좋은 책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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