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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엔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실체가 없으며 인간의 얄팍한 지식으로 단정 짓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한다. 마치
인간의 의무이자 책임인 것 마냥. 행복과 불행. 당신이라면 어떻게 정의 내리겠는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인간의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는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행복한 나를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의 현대사회에서
행복의 기준은 예전과 달라진듯하다. 아니, 예전부터 그랬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 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사회는 과거와 달리 개방적인
사회다. 여러 가지 도구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면 행복의 기준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다음의 공식과 같다. 행복 = 성공.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희생한다. 성공이란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듯하다. 이 세상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설마 그게 사실이라면 인류의 역사는 오래전에 끝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나조차 '행복 = 성공'이라는 공식을 완강히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되어버린 듯하다.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행복에
관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유능한 사업가가 해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이른 시간이지만 작은 배에 큰 고기를 꽤 많이 잡아오는 어부를 보고 의아해하며, 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고기를
잡아서 배도 바꾸고, 당신 회사도 만들고, 체인도 열지 왜 그러고 사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부는 "그리곤?"라고 되물었다. 사업가는 한심하다는
듯이 "기회가 된다면 회사를 상장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거지요!!"라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또다시 어부는 웃으며 "그리곤?"이라는
짧게 말을 이었다. "충분히 이룰 것을 이루었으니 고향으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놀아 주고, 오후엔 사랑하는 사람과 낮잠도 자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노래도 부르며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사업가는 흐뭇해하며 말을 맺었다. 그 말을 들은 어부는 "그게 내가 지금 하는 거요."라며 유유히
사라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책의 제목처럼 행복을 정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행복을
정복하기 위해선 행복을 가로막는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불행과 행복이란 무엇이고 그것들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너무나 많다. 셀 수 없이 많다. 아마 행복의 원인보다 불행의 원인을 말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 많은 요인 중에 현대사회에 가장 팽배해
있는 절대론적 원인 제공 요인들이 있다. 경쟁,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등이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경쟁이 없이, 시기와 질투가 없이, 죄의식이나 피해 망상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과연 존재할까.
불행의 조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가 아니라 '가능하다'. 가능하다고 말한 이유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사랑, 가족, 친구, 일, 음식, 취미 등등. 행복의 조건 또한 무수히 많다. 다만, 그것들을
진정 느끼고 추구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말한 것들은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인 셈이다.
저자는 불행과 행복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불행과 행복을 정의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불행과 행복이 무엇인지 그 존재론을 우리가 파악할 수 있다면 어쩌면
조금 더 행복에 그것들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하고 막연하게만 여겼던 '행복'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책의 제목처럼 언제 가는 반드시 인류가 행복을 정복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