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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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여행하는 살인마와 살아남은 소녀의 대결". 책 제목과 표지가 아닌 부제만으로 단번에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소설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시간 여행과 스릴러의 만남은 여태껏 보지 못 했던 조합이다. 과연 이야기의 맥락을 이어나갈 두 개의 큰 흐름이 여러 개의 강줄기가 만나 바다로 흘러가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아들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그것은 괜한 우려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과 그래픽 노블은 물론 영화 시나리오까지 두루 재능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그녀의 전작인 <Zoo City>로 영국에서 출판된 SF 장편소설들에 수상하는 아서 C. 클라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Moxyland>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 소설상을 수상했다. 환상 소설, 사이버 펑크, 그래픽 노블, 스릴러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써 내려가는 작가의 작품들을 볼 때면 타고난 스토리텔러임을 입증한다. 그런 작가가 새롭게 펴낸 <샤이닝 걸스>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때는 전 세계의 대공황이 불어닥친 1931년, 미국의 한 도시 시카고에서 별 볼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퍼 커티스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신비한 일이 발생한다. 늦은 밤 우연히 찾게 된 '더 하우스'라는 낡은 집에서 낯선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오롯이 하퍼 자신에게만 들린다. 하퍼는 곧이어 낡은 집의 낯선 목소리를 통해 각기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9명의 소녀들을 살해할 것을 강요받게 된다.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저 그는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시간 여행을 하며 9명의 '빛나는 소녀'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게 된다. 그러나 9명의 빛나는 소녀들 중 단 한 명 커비 마즈라치는 그렇게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커비는 그 후 자신을 죽이려했던 한 남자의 살인 행각을 추적하는 신문기자가 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연쇄 살인마 하퍼. 이제부터 다시 한번 목숨을 건 대결이 시작된다. 과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하퍼,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범의 범죄 행각을 막기 위해 나서는 커비.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 것인가.

과거와 현재를 쉴 세 없이 오가며 벌어지는 목숨을 건 대결구도.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1초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이야기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정신없이 낯선 타임 스릴러의 세계로 인도하는 보기 드문 스릴러 명작이다.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이야기를 써온 작가의 저력이 이 책 한 권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이는 결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 미래소설의 대가 윌리엄 깁슨,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 등 동료 작가들과 CNN, 뉴욕 타임스, 옵서버, 선데이 타임스 등 언론계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프로덕션과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의 자회사에서 TV 드라마 시리로 제작 중에 있다. 소설 속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최신 기술이 곁들여진 영상과 사운드로 다시 한번 세상에 나오게 될 <샤이닝 걸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다소 친절하지 못한 살인 사건의 배경, 이유들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호불호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갖는 매력을 반감시키기엔 그것들은 역부족이다. 오히려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음이다. 소설을 통해 궁금증과 호기심이 해소되지 않은 점들은 곧이어 제작되어 방영될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북 트레일러 못지않은 많은 기대가 되는 작품이 될 듯하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샤이닝 걸스>의 다음 이야기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한다. 그런 날이 오길 학수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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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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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마치 새로운 문학 장르인 것처럼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흔히 동화라 하면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을 주제로 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동화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잔혹하고 무서운 면을 발견할 수가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여러 작품들 속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동화의 이런 잔혹한 면을 소재로 하여 새롭게 각색한 영화들이 개봉하기도 했는데 예상외로 원작 동화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제인 니커선의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란 작품은 어릴 적 많이 봤던 고전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의 작가이며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에서 이야기의 모티브를 따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 원작 동화인 <푸른 수염>을 알지 못했기에 온전히 새로운 작품으로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하면서 느낀 첫인상은 강렬했다. 우선 제목부터 궁금증과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 원작을 알지 못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덕분인지 '푸른 수염'과 '다섯 번째 아내'라는 단어가 흥미를 끌었다. 그와 더불어 책 표지의 검은 바탕에 황금빛으로 치장한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섬뜩함을 느끼게 하며 매력적인 잔혹동화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가난하지만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겨온 변호사 아버지를 둔 17살 소녀 소피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동안 자신의 후견인이었던 버나드로부터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을 받는다. 부유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버나드. 그는 이 어린 소녀가 맘에 들었던 걸까. 끊임없이 그녀에게 구애를 하며 자신과 함께 살 것을 요청한다. 가족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세우면서. 결국, 지금껏 살아온 삶을 벗어나 새롭게 화려한 삶을 살아보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은 매력적인 후견인 버나드에게 향하게 되고 그녀는 미시시피의 대저택으로 향하게 된다. 어린 소녀의 감성이란 동경과 호기심이 언제나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법이던가. 하루아침에 대저택의 안주인이 되면서 부를 누리게 된 그녀였지만 점차 버나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점점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는 버나드를 보게 되고 전 부인들에 대한 과거를 알게 된다. 그것은 4명의 전 부인 모두 그녀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미인이었다는 점과 그녀들의 결혼생활이 비극으로 끝났다는 사실. 어느 날, 버나드는 사업차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녀에게 저택의 모든 문을 열수 있는 열쇠 꾸러미를 맡긴다. 단 하나의 조건을 달면서. 그 조건이란 저택 내 교회는 절대 열지 말 것. 어디서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소피아는 그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마는데... 과연 버나드가 절대 열지 말라고 했던 교회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그리고 소피아의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잔혹 동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낸 매력적인 소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감상평은 한마디로 일축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원작 동화를 알지 못했기에 그와 같은 감상이 가능했던 것일까.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자마다 4시간 만에 독파를 해버렸다는 누군가의 얘기가 진정 사실이었음을 새삼 느꼈다. 나 또한 새벽 내내 소설을 읽으며 여명의 아침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고딕 동화와 흥미로운 악당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멋진(?) 잔혹 동화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도리어 원작 동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듯하면서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또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어떤 영상과 사운드가 곁들여질지 기대된다. 그간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잔혹동화에 매력을 느껴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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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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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사랑을 테마로 한 소설들은 지금껏 내가 접한 소설들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주된 이유는 아마도 소설 속에 녹아져 있는 정서적인 측면이 내 개인적인 감성과 잘 들어맞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다. 예부터 지금까지 복잡 미묘한 관계가 지속되어 오고 있는 희한한 이웃 나라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다른 듯 닮아 있는 이유다. 그래서 이곳 한국 땅에서 읽는 일본 소설이 낯설지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하다.

소설의 배경은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해외 첫 수출의 쾌거를 이뤄내며 타이완에서 그 첫 프로젝트 진행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타이완 고속철도 준공 과정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인연은 모두 타이완과 연결되어 있다. 스무 살에 타이완에 배낭여행을 통해 처음 만난 일본여자 하루키와 타이완 청년 료렌하오, 타이완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위해 타국 땅에 와서 일하고 있는 일본 상사원 마코토와 타이원 호스피스 여인 유키, 과거 타이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했지만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져야만 했던 가쓰이치로와 랴오총, 소꿉친구에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인 되었지만 그는 백수생활을 전전긍긍하고 있고 그녀는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중 일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돌아온 채 재회하게 되는 천웨이즈와 창메이친. 일본의 고속철도가 일본을 넘어 타이완에서 새롭게 달려가듯이 일본과 타이완의 청춘 남녀가 인연의 길을 이어간다.

타이완이란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에 요시다 슈이치만의 소설적 매력이 더해져 보기 드문 로맨스 소설이 탄생한 듯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치 타이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이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타이완의 거리, 음식, 날씨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타이완의 모습이 눈앞에 풍경처럼 그려진다. 작가가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작품은 타이완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했던 작가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이처럼 잘 쓰인 소설을 읽고 있자니 지금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소설에 빠지게 되면 금세 주위가 조용해지고 책장 넘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 머릿속은 온통 소설 속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요시다 슈이치. 그는 말이 필요 없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얼마 전엔 <분노>라는 작품으로 그를 만났었다. 불과 한 달 도 채 되지 않은 어느 시점에 말이다. 그전부터 나는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를 좋아해왔다. 아니, 여전히 그것은 진행 중에 있다. 작가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아니 정체기에 있을 때에도 그의 작품들을 생각하며 곧이어 나올 작품을 기대한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은 그런 내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단비 같은 소설이다. <분로>라는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감동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그 감흥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의 전작인 <동경만경>을 잇는 또 하나의 연애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사견을 듬뿍 담아 그간의 작가의 작품을 평했을 때 가장 멋진 연애소설이 탄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한편의 소설에서 나는 희로애락을 넘어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내가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었으며 나아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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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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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 부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흘러가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우연히 찾아온 작은 균열에 불과하다. 늘 가던 길을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처럼 그렇게 일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틈이라 부른다.

세 여자가 대중목욕탕에서 갓 목욕을 마치고 걸어 나온다. 미처 드라이를 할 새도 없었던 걸까. 머리에서 물기가 남아있다. 그녀들은 갑자기 생각난 듯 학창 시절 먹었던 떡볶이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추억을 곱씹으며 매콤한 떡볶이를 입안에 넣고 잘근거리고 오물거린다. 세 여자는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았지만 오늘처럼 얘기 꽃을 피우고 한마음이 되어 분식집까지 찾아간 것은 처음이다. 그녀들이 만난 게 된 건 각기 다른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 '틈'에 의해서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행복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 남편의 갖은 외도에 이골이 나며 급기야 이제는 맞바람을 피우며 서로를 인정하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전세 집값을 걱정하며 평범한 주부지만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목격해버린 여자. 각기 말할 수 없는 사정을 갖고 있는 그녀들이 우연히 집 근처 대중목욕탕에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아픔을 들어주며 위로를 받고 위안은 얻게 된다. 평범했던 일상에 우연히 생겨버린 틈은 자꾸만 커져간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 틈을 더 벌어지게 하는 것도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메꾸는 것도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세 여자의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틈이 벌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멈출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거기까지만 보여준다. 그녀들의 일상에 벌어진 틈을 메꾸는 일은 오롯이 그녀들의 몫이라고 말하는 있는 듯하다. 평범했던 일상을 하루아침에 뒤바꿔 놓는 것은 어찌 보면 이렇게 작은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틈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견고한 유리가 깨지는 것도 단단한 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그 시작은 작은 틈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틈과 틈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슬아슬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조금만 잘못하면 쉽게 깨져 버릴 수 있는 그런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의 인생은 유리와 달리 복원이 가능하다. 복원이 힘들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그러면서 삶은 이어진다. 또 다른 틈을 만나기 전까지.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여자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예전 자신의 모습으로 남편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소설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바로 이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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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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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여행하며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 정말 생각만 해도 꿈만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과연 나는 어느 나라의 어떤 도시로 여행을 떠나게 될까. 1년은 12개의 달로 이루어져 있고 각 달마다 어울리는 도시가 있지 않을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그에 속한 공간도 변한다. 달이 바뀔 때마다 그 발걸음엔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며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목적과 여행을 통해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들은 저마다 다르다. 같은 곳으로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떠난다고 해도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제각기 다르듯이 말이다. 여행을 떠는 이유와 목적지는 다르지만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통해 모두가 바라는 것은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우리가 원하는 여행을 위해서 꼭 큰돈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때로는 물질적인 부족함이 없는 호사로운 여행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느낄 수 있는 모험 가득한 여행이 더 값진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한 달씩 각기 다른 도시를 여행할 수 있었던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퀴즈쇼에서 1등을 하며 엄청난 상금을 거머쥐게 된다. 그로 인해 그동안 단지 꿈에 불과했던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라는 어느 CF 광고의 카피처럼 그렇게 그녀의 여행은 시작됐다. 어마어마한 상금 때문에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호화로운 여행이겠구나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정반대다.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도 서슴지 않는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특별한 경험들이 그녀의 여행 내내 이어진다.

호주의 시드니부터 쿠바의 아바나를 거쳐 자신이 살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까지 되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녀가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인연'이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각 도시를 돌며 조금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도시에 머무는 동안 특별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특별한 소원성취 프로젝트를 통해 혼자서 낯선 곳을 여행하며 도저히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별한 인연들은 그녀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12도시를 돌며 직접 찍은 도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며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1년여의 특별한 여행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인생에서 이렇게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생각해보면 쉽게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 듯하다. 그래서 그녀의 여행기가 더욱 특별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의 여행 여정을 눈으로 마음으로 따라가면서 멀리 떨어진 이곳 서울 하늘 아래에서 그녀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특별한 여정을 따라갈 날이 있지 않을까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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