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잔혹동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마치 새로운 문학 장르인 것처럼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흔히 동화라 하면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을 주제로 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동화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잔혹하고 무서운 면을 발견할 수가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여러 작품들 속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동화의 이런 잔혹한 면을 소재로 하여 새롭게 각색한 영화들이 개봉하기도 했는데 예상외로 원작 동화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제인 니커선의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란 작품은 어릴 적 많이 봤던 고전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의 작가이며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에서 이야기의 모티브를 따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 원작 동화인 <푸른 수염>을 알지 못했기에 온전히 새로운 작품으로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하면서 느낀 첫인상은 강렬했다. 우선 제목부터 궁금증과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 원작을 알지 못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덕분인지 '푸른 수염'과 '다섯 번째 아내'라는 단어가 흥미를 끌었다. 그와 더불어 책 표지의 검은 바탕에 황금빛으로 치장한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섬뜩함을 느끼게 하며 매력적인 잔혹동화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가난하지만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겨온 변호사 아버지를 둔 17살 소녀 소피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동안 자신의 후견인이었던 버나드로부터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을 받는다. 부유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버나드. 그는 이 어린 소녀가 맘에 들었던 걸까. 끊임없이 그녀에게 구애를 하며 자신과 함께 살 것을 요청한다. 가족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세우면서. 결국, 지금껏 살아온 삶을 벗어나 새롭게 화려한 삶을 살아보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은 매력적인 후견인 버나드에게 향하게 되고 그녀는 미시시피의 대저택으로 향하게 된다. 어린 소녀의 감성이란 동경과 호기심이 언제나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법이던가. 하루아침에 대저택의 안주인이 되면서 부를 누리게 된 그녀였지만 점차 버나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점점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는 버나드를 보게 되고 전 부인들에 대한 과거를 알게 된다. 그것은 4명의 전 부인 모두 그녀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미인이었다는 점과 그녀들의 결혼생활이 비극으로 끝났다는 사실. 어느 날, 버나드는 사업차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녀에게 저택의 모든 문을 열수 있는 열쇠 꾸러미를 맡긴다. 단 하나의 조건을 달면서. 그 조건이란 저택 내 교회는 절대 열지 말 것. 어디서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소피아는 그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마는데... 과연 버나드가 절대 열지 말라고 했던 교회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그리고 소피아의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잔혹 동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낸 매력적인 소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감상평은 한마디로 일축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원작 동화를 알지 못했기에 그와 같은 감상이 가능했던 것일까.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자마다 4시간 만에 독파를 해버렸다는 누군가의 얘기가 진정 사실이었음을 새삼 느꼈다. 나 또한 새벽 내내 소설을 읽으며 여명의 아침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고딕 동화와 흥미로운 악당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멋진(?) 잔혹 동화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도리어 원작 동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듯하면서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또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어떤 영상과 사운드가 곁들여질지 기대된다. 그간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잔혹동화에 매력을 느껴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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