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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2008년 한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김윤석, 하정우라는 두 명의 연기파 배우가 열연을 펼쳐 누적 관객 수 500만의 흥행 성적을 거둔 그 영화의 이름은
<추격자>다. 그 뒤를 이어 2015년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한편의 영화가 있다. 연쇄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도>다. 뜬금없이 두 편의 영화 얘기를 먼저 하게 된 이유가 있다. 두 영화는 사실
과거 한 인물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또는 그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들어진 영화다. 그 인물은 바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다.
지난 2004년 7월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온 시선을 그러모았다.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의 혐의로 10년 넘게 교도소에 복역했던 그는 2003년 9월부터 총 21명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이듬해 사형 판결이 내려졌다. 그의 살인 행위는 연약한 노인이나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으며 그 방법도 매우 잔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을 통해
피의자의 과거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데 어려서부터 불온한 가정환경과 성인이 된 후 이혼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연쇄살인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경 범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매우 단순한 질문에 사로잡혀 35년 넘게 지금까지 그 호기심을 연구해오고 있다. 그 단순한 질문이란 다음과 같다.
'왜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은 사실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세상에
일어났던 무수히 많은 범죄행위가 왜 일어난 것일까. 사건의 피의자들은 왜 그와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일까. 과연 그들이 어린아이일 때부터
그와 같은 범죄 및 폭력성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고 의문시되어 왔으며 여전히 뚜렷하고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동안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범죄자로 태어나지 않고 그가 살아온 주변 환경에 의해
범죄자가 된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하여 항간에서는 그와 정반대되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즉,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범죄자라는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주장은 이미 1870년대부터 논의되어 왔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현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뇌와 유전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간의 생물학적인 요인이 범죄 DNA가 될 수 있음이 제기되고
있다.
저자를 비롯한 신경 범죄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 범죄 DNA가 만들어지는 주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유전자다. 끊임없는 유전자 연구결과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MAOA라는 유전자는 충동 억제, 주의력 및 기타 여러 가지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대사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다면 평균보다 낮은 IQ, 충동성 증폭, 주의력 결핍, 약물 남용 등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폭력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쉽게 말하자면 부모가 범죄자였다면 그만큼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상적인 기능하지 못하는 뇌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저자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편도체, 해마, 변연계 등 뇌의 특정 영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며 범죄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범죄자들을 연구함으로 인해서 뇌 기능과 범죄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신경 범죄학적인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폭력성은 이미 정해져 있는듯해 보인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래에 범죄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미래에는 10세 이전의 아이들에 대해 범죄
성향을 측정하거나 부모의 자녀 양육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실시될 것이라 예측될 것이라 한다.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음을 예견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유전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입증된 범죄 DNA는 변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유전자는 사회적, 환경적 요건으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 한가지 예가 바로 여자들의
임신 중 흡연, 음주를 들 수 있으며 나아가 어릴 적 영양섭취라든지 마약으로 대표되는 약물 등의 남용 방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결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범죄 예측 프로그램과 인간과의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인권을 무시한 채 범죄 행위의
예측만이 올바른 길인가 하는 점은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다. 저자는 한쪽에 치우친 단편적인 주장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사회적은 측면에서
폭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범죄 예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논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이 책이 일조를 하길 바란다. 저자의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점차 발전하는 현대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그의 연구가 차후 어떤 결과를 세상에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