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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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민주화가 정착된 지 20년이 되었다. 과거 군사독재가 한창이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민주주의는 가히 혁명의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국민은 진정한 민주주의에 목말라한다. 대다수의 국민 모두가 일궈낸 이 땅의 민주화라는 것은 반쪽자리 민주화였기 때문이리라. 국민들의 피와 땀을 통해 정치 민주화는 이룩했을지 몰라도 경제 민주화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아니 어쩌면 그 이전으로 퇴보해가고 있는지 모른다. 진정한 민주화란 정치와 경제가 혼연일치가 되어 자리 잡은 민주화라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민주화의 현주소다.

2010년 문학과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그해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던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조정래 문학을 비롯하여 <정글만리>까지 오랫동안 조정래 작가님과 함께 했던 해냄 출판사에​서 양장본으로 재 출간되었다. 아쉽게도 첫 출간 당시 해당 작품을 읽지 못해지만 이렇게 기회가 되어 새롭게 읽게 되었다.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을 골자로 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이 시기가 어쩌면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더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달리 말하면 5년 전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는 아픈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허수아비춤>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 및 정계 인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까지 까발리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구성인원을 소수의 재벌들과 다수의 서민들 이렇게 크게 둘러 나뉘어 봤을 때 다수의 서민들은 소수의 재벌들의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대충 어림짐작만 할 뿐 그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눈과 글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은 허구의 산물이라고들 하지만 과연 소설이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만 만들어진 결과물이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이 그 속에 녹아들어가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을 다수의 서민들이 원하는 대로 결론을 내리진 않는다. 악랄한 그네들을 심판하여 다수가 원하는 해피엔딩을 말이다. 그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약육강식이 철저하고 뿌리 깊게 박혀있는 사회의 모습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아볼 수는 있다. 여전히 소수에 미치고 민주화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시민 단체의 모습들을 보노라면 그렇다. 물질만능주의에 잠식 당하지 않고 옳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바라는 '경제 민주화'의 앞날은 밝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거대하고 길을 멀다. 오늘날과 같이 정치 민주화가 정착될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두 배, 세배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히지만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반드시 이뤄지는 것이 진정한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서 조정래 작가님의 글은 역시 힘이 있다. 무엇도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힘 말이다. 그렇기에 그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작품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다. 현시대를 바라보는 냉철함과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갖춘 몇 안 되는 지성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말 출간된 <조정래의 시선>이란 책이 있다. 이 소설과 함께 그 책을 같이 읽어보면 더욱 좋을 듯하다. 조정래 문학론 및 작가의 인생관과 민족의식, 사회 인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염원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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