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리가 보이는 사람들 - 뇌과학이 풀어낸 공감각의 비밀
제이미 워드 지음, 김성훈 옮김, 김채연 감수 / 흐름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소리를 듣지 않고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이다. 초능력은 아닐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슈퍼 파워와는 상관이 없다. 다만 일반 사람들 모두에게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며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전문용어로 말하면 '공감각'이라고 한다.
우리가 감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인상을 말한다. 하지만, 공감각은 이러한 일반적인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감각인상과 물리적 자극은 1:1
대칭을 이룬다고 한다. 즉, 시각과 가시광선, 청각과 음파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공감각은 이러한 원칙을 초월한다. 음파가 귀를 자극할 때
소리뿐만 아니라 색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냄새를 보는 소녀>라는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던 웹툰이 있다. 웹툰 속 주인공 소녀가 바로 공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감각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느냐. 존재한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다. 그런데 그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들 중 몇몇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반 고흐, 칸딘스키, 오르한 파묵, 블라드미르 나보코프, 리처드 파인만, 니콜라 테슬라, 빌리 조엘, 레이디 가가 등이 그런
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부터 오르한 파묵, 레이디 가가처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언급한 공감각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바로 예술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반드시 예술 직종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미술 또는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감각이란 초능력까진 아니더라도 특별한
능력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하지만, 공감각이란 어디까지나 뇌과학 측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기에 공감각 현상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뇌과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이미 워드가 바로 공감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공감각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공감각이라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실제 공감각자의
사례를 예로 들고 있어 생소한 이들에게 신빙성을 더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른 영화가 있다.
1999년에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던 영화 <식스 센스>다. 아마도 영화 제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감각은 몇 가지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2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잘 알려진 5대 감각을 제외하고도 인간의 감각은 그 종류가
많다고 한다. 단지,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공감각이라는 것도 그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이란 사실 지극히
상대적이다. 가령 똑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개인마다 그 맛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감각이란 인간의 몸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판단되는 결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서 얘기했듯이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어쩌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공감각 분야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한다. 뇌과학의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발전해 가는 단계인 것처럼 공감각도 그와 다르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 했던 공감각 현상에 대해 포괄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준다.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이해하는 정도로 조금은 가볍게
읽으면 더욱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