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표류 -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을 위한 인생 가이드
오쿠다 쇼코 지음, 서라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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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년 남성이 현대 사회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 40대에 접어들게 되면 우리는 그들을 중년이라 부른다. 중년.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인생이란 삶의 여정을 우여곡절 끝에 반이나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년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깊이는 남다르다. 철없이 살아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시기이며 남아있는 반절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재도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중간이라는 그 위치는 때론 애매하고 어중간하기도 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는듯하고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겐 다른 세대보다 특히 고민이 많은 듯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중간 세대들이 느끼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중년하고도 남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년 남성들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 그야 당연히 같은 중년 남성이 아닐까. 중년 남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년배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중년의 여성이다. 오랫동안 신문사 기자로 일해왔으면 이 책에 실린 중년 남성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부터는 르포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심리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까. 중년 남성의 심리는 누구보다 같은 처지의 중년 남성이 잘 알 수 있는 건은 당연지사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가지 읽고 난 후에는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중년 남성이 현대사회 속에서 마치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받은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애매하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보니 그들의 고민도 한층 배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와 같은 중년 남성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추적해오며 인터뷰한 이들의 육성과 저자 나름의 역설을 덧붙여 중년 남성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저자가 바라본 중년 남성의 표류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는 다음과 같다. 건강 표류, 효도 표류, 가정 표류, 애정 표류, 직장 표류. 나열된 다섯 가지 유형만 얼핏 보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중년 남성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표류 현상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중년이라 불리길 꺼려(?) 하는 나 자신의 삶에 비춰봤을 때 비단 중년 남성들만이 갖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아니었다. 모든 남성들 또는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갱년기 현상. 중년의 남성들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대처할까.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외도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단 남성들의 문제만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역시 성적 욕구 충족에 있어서는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해당사항이 많을 듯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젊음을 잃어간다는 것이고 그만큼 정력과도 무관하지 않기에 예민해진다. 그리고 정력 개선에 신경 쓰면서 똑같이 갱년기가 찾아온 아내보다 젊은 여성을 찾게 되고 외도의 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된 사례의 중년 남성들이 하나같이 깨달은 점은 그러한 외도는 한낱 구운몽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외도로 인한 가정파괴 그리고 찾아온 고독, 외로움은 중년 남성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중년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연로하신 부모를 돌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삼 자신의 어깨의 무거움을 알게 된다고 할까. 더구나 아직 미혼이라면 그 중압감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진다. 부모가 건강하다면 그나마 상황은 나아진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부모를 돌봐야 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형제자매가 없다면 또 그만큼 가중된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중년의 남성은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일과 결혼, 그 무엇도 동시에 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초고령 사회가 돼가는 시점에서 남일 같지 않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물론, 정부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30대 중반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은 아마도 나머지 세 유형이 아니었나 싶다. 가정 표류, 애정 표류, 직장 표류. 어느 것 하나 남일 같지 않아 보였다. 이제는 명실공히 남자들도 육아에 참여하는 세상이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의 육아 참여는 당연시 되어가고 있고 그 부분에서 남다른(?) 육아 스킬을 보여주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남성들의 육아.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욕심에서 비롯되는 잘못된 육아 교육 등.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 세계 육아남의 한 명으로서 200% 공감했다. 혼기가 지난 나이에도 결혼을 못하는 남성들의 중압감과 아랑곳하지 않는 주위의 시선에 스트레스받는 중년 남성들. 그들의 고민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정년이 다가오고 중간 관리자가 되어 부하직원을 리드하며 실적을 내야 하는 중년 남성들의 고민, 어려움. 남일 같지 않다. 지금의 내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에 더더욱.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공감되는 중년 남성 심리 보고서가 또 있을까. 고민이 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아빠가 아닌 엄마였다. 너무 비약이 심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이 갖고 있는 특유의 편안함이 남성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지만 중년 남성들을 오랫동안 추적 인터뷰하고 연구하며 쌓어온 저자의 노하우가 발휘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로써 '진짜' 남성들의 심리 보고가 만들어졌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 했던 남자들의 고민거리가 궁금하지 않나. 남자들에겐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여성들에겐 자신과 함께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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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처럼 생각하고 리드하라 - 명장들에게 배우는 리더십 전략
유성은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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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라는 이름은 과거 일본의 침략에 맞서 우리나라를 구한 명장으로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와 더불어 '이순신'이라는 이름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더십 측면에서 전쟁 중에 그가 보여준 모습과 말들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모범이 된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명량>은 전 국민적으로 이순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영화 덕분이랄까. 이순신과 관련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기도 했다.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딱히 누구라 할 것 없이 각자 처한 상황에 맞는 리더십이 필수불가결하다. 요즘처럼 리더십이란 말이 대중화된 적도 드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쓰인다. 리더십이라는 말의 홍수 속에서 과연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리더십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답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속에서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들과 그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침략자로부터 나라를 구한 이순신을 비롯하여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의 칭기즈칸, 16세기 초 유럽의 후진국에 지나지 않던 영국을 해가지지 않는 강대국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십을 갖춘 이들을 보면 그들에겐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공통점이란 바로 위기 극복 리더십이다. 위기 극복 리더십이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그룹이 난관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리더십을 뜻한다.

성공적인 리더들이 갖추고 있는 리더십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방법을 얘기한다.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은 다음과 같다. 비전, 긍정적인 생각, 의사소통능력, 여유로움, 신뢰, 위기 대처 관리능력, 자기조절 능력 등이다. 이외에도 리더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배움의 자세다. 리더란 결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리더란 자리는 늘 깨어있어야 하며 누구보다 배움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 자리다. 아무나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면 리더십의 중요성은 무색해진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면 늘 비교가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선조와 원균 그리고 류성룡의 리더십이다. 이들은 각각의 인재상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십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으며 올바른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훌륭한 리더십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란 팔로워들의 신뢰가 쌓여 만들어진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 또는 더 나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의 자신에 머물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순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리더의 역량 강화 방법과 기술을 안내한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훌륭한 리더십 교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며 나에게 부족한 리더십 기술은 무엇인지 진단해보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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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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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 전 임진왜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가토 기요마사에게 단검이 하사된다. 전쟁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검에 불과하지만 그 검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바로 조선 침략의 위대한 명분이 깃들어 있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다시 현재. 뼈아픈 과거를 뒤로한 채 한국과 일본은 국교를 채결하고 문화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역사적 고리는 남아있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풀어야 할 숙원으로 남아 있다.

일본과의 역사적 사건은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속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어쩌면 이 소설도 그 일환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서 소설적 허구를 겻들여 현실이 처한 단면을 꼬집고 있다. 소설이 갖는 힘이 아닐까 싶다.

지방의 언론사를 거쳐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가 된 영민에게 어느날 형사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의 형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형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본 형의 모습은 단순한 교통사고 흔적으로 치부하기엔 어딘지 석연치 않다. 깨끗하게 잘린 한쪽 귀와 둔기로 얻어 맞아 심하게 깨진 머리는 뺑소니라고 할 수 없다. 그로인해 사건 담당 형사는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으로 여기고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피해자의 동생이자 기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십분 활용하기로 한 영민은 의문 가득한 형의 죽음을 파혜쳐 나간다. 죽은 형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형이 일하던 인천 세관에 방문하데 된 영민. 영민은 그곳에서 형이 압류물품 창고에서 물건을 빼돌린 사실을 알게된다. 평소 형의 소심한 성격을 잘 아는 영민은 그와 같은 형의 행동에 배후가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담당 형사가 은밀히 흘린 정보를 통해 사건 용의자의 윤곽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 용의자는 다름아닌 자신의 국회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주 봐오던 양보좌관이었는데... 형과 양보자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걸까? 양보좌관이 모시는 국회의원이 최근 금란가사 문화재 반환을 성사시킨 것과 연관이 있는걸까? 형이 압류물품 창고에서 빼돌린 물건이란 대체 무엇일까? 영민의 계속된 조사속에서 점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 진실은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결말로 치닫게 되는데... 과연 형의 죽음에 얽힌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 <가토의 검>은 현재까지 그 존재 유무가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유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국제적 정치 상황을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인의 수명은 짧다. 재선, 삼선을 통해 오랫동안 정치판에 일해온 사람은 그 권력과 이권에 눈이 멀어 정치는 뒷전이 되고 만다. 오로지 자신의 자리보전에 신경 쓸 뿐이다. 과거 일본은 온건 세력과 극우 세력이 번갈아가며 정치권을 장악해왔다. 온건세력이 장악했던 시기는 일본 안팎으로 발전을 꾀했던 시기다. 반대로 극우 세력이 장악한 시기는 전쟁으로 혼란했던 시기다. 현재 일본의 정치 현황은 현 정권을 필두로 극우 성향의 세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문화재 반환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자 함에 뜻을 모은다. 한국의 정치인은 금란가사 문화재 반환이라는 외교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일본 극우 정치인은 가토의 검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과 뜻에 대한 명분을 세우고자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한일의 정치적 이권 다툼 속에서 또 한 명의 권력 욕망을 드러나는 제삼자가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이 소설의 반전 포인트이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게 권력에 편승해 가는 인간의 모습이 자못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치밀하다. 물론 어릴 적 자신이 처한 가정환경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소설을 읽으며 단순하게 그저 일본의 극우 세력에 반하는 정치적 그리고 외교적인 해피 엔딩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허를 찔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처참하고 분하도록 말이다.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그 배후가 결국 제삼자였다는 점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라는 점에 체념하게 된다. 그래서 아쉽고 아쉽다. 소설에서만이라도 현실을 뛰어넘는 해피엔딩을 바라는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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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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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는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탐독한다'라고 말한다. 탐독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하루 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고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그런 자신이 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탐독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감정과 같다.

나무가 좋아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를 연구하고 나무와 한 평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나무박사인 저자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나무와 함께 해온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에게 저마다의 삶이 있듯이 나무에게도 저마다의 삶이 있다. 우리가 보기엔 그저 똑같아 보이는 나무일지라도 나무마다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는 다르다. 나무박사인 저자는 그런 나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무와 우리를 연결해준다. 그는 나무를 해석하고 우리는 나무를 이해한다.

어딜 가든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무다. 고층 빌딩이 솟아 있는 도심 한복판이라 할지라도 나무가 없는 곳은 없다. 그렇게 나무란 존재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나무란 존재에 무관심하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법이다. 사실 그동안 길에서조차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도심의 삭막함을 덜어주기 위해 세워진 존재쯤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나무박사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를 보고 난 후엔 조금 시각이 달라졌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나무는 무슨 이유로 여기 있는 걸까? 저 나무는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속으로 되묻게 된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나무를 찾아 여행을 하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추억을 곱씹으며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며 오늘날의 나무 문화까지 아울러 본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시 '역사와 함께한' 나무 이야기다.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나무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봤던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색다른 그리고 신선한 시각이었던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각종 소설의 주제가 되었던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 그곳에도 나무가 있었다. 안타까운 사도세자의 비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했던 나무 이야기. 대한민국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 경판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 항일 유적지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나무 이야기. 궁궐 속 나무 이야기. 그리고 나무와 함께 해온 우리들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가 마치 역사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민진진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이 쌓인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이테가 늘어 날 수록 빛을 바란다. 사람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무의 연륜이 사람보다 깊다. 그런 나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깊이를 깨닫게 됨을 의미한다. 불현듯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처음엔 돈을 벌수 있는 열매를 주고, 다음은 집과 배를 만들 수 있는 나뭇가지와 몸통을 주고 마지막엔 편히 쉴 수 있는 그루터기까지 되어준 나무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처럼 나무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 우리는 과연 어떤지 자못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무박사의 나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색다르게 인생의 한 조각을 맛본 듯하다. 나무 탐독에 대한 여운이 길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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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 아우름 6
김이재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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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과목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중고등하교 시절 어려웠던 지리 수업이다. 왜 그렇게 지리 명칭들이 암기가 되지 않던지.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어렵고 힘들었던 지리 수업에 대한 기억만 남고 그 당시 무엇을 배웠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사실 지금은 학창시절 어렵고 싫어했던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역사, 과학, 지리 등의 분야들이다.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특히, 역사 관련 서적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흥미롭다.

지리도 마찬가지다. 요즘 접하는 지리 관련 책들은 학창시절 배웠던 지리 수업과는 사실 크게 다르다. 지리학이라는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지리학에 대해서 몰랐던 점을 배울 수 있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통한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 또는 저명한 인사들의 삶을 통해 지리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진정한 배움이란 책상머리맡이 아닌 넓은 세상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했던가. 지리 교과서에서 미처 배우지 못 했던 우리 삶 속에 녹아져 있는 재미있고 다양한 지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야말로 진정한 지리학자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연구하는 그야말로 행복한 문화지리학자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경인대학교 사회교육과 부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여전히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좋아해 동남아 지역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이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삐삐처럼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 있게 하며 살자" 일념 하나로 이름까지 바꿨다.

힘들고 지칠 때 사람들은 오롯이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를 찾곤 한다. 그곳은 오직 나만을 위한 곳이다. 그곳에서 조용히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렇게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오늘의 나를 위로하고 내일을 나를 격려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때론 절망하고 좌절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무엇일까.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지리적 상상력'이 그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버락 오바마, 마윈, 손정의, 오드리 헵번, 강영우 박사와 같이 절망을 딛고 희망을 퍼뜨리는 일명 '나비파' 부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무라카미 하루키, 김영하, 생텍쥐페리, 김연아, 강수진, 조수미,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두둑한 배짱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삐삐파' 부류의 사람들. 모두 '지리적 상상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하나 갖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행복한 변화의 시작이 된 셈이지요.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이 깃든 여러분만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곳에 가보았나요? 자, 우선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지도를 펼치고 지리적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 보시겠어요?'

지금껏 살아오면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 어디였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뿐인 인생에 반드시 한 번의 터닝 포인트는 찾아온다. 그 인생의 전환점에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해주는 나만의 공간. 행복이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상상력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공간을 찾아 떠나는 지리적 상상력. 지금 내가 있는 여기 이곳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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