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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표류 -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을 위한 인생 가이드
오쿠다 쇼코 지음, 서라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중년 남성이 현대 사회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 40대에 접어들게 되면
우리는 그들을 중년이라 부른다. 중년.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인생이란 삶의 여정을 우여곡절 끝에 반이나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년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깊이는 남다르다. 철없이 살아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시기이며 남아있는 반절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재도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중간이라는 그 위치는 때론 애매하고 어중간하기도 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는듯하고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겐 다른 세대보다 특히 고민이 많은 듯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중간 세대들이 느끼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중년하고도 남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년 남성들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 그야 당연히 같은 중년 남성이 아닐까. 중년
남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년배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중년의 여성이다. 오랫동안 신문사
기자로 일해왔으면 이 책에 실린 중년 남성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부터는 르포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심리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까. 중년 남성의 심리는 누구보다 같은 처지의 중년 남성이 잘 알 수 있는 건은
당연지사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가지 읽고 난 후에는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중년 남성이 현대사회 속에서 마치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받은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애매하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보니 그들의 고민도 한층 배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와 같은 중년 남성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추적해오며 인터뷰한 이들의 육성과 저자 나름의 역설을 덧붙여 중년 남성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저자가 바라본 중년 남성의 표류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는 다음과 같다. 건강 표류, 효도 표류, 가정 표류,
애정 표류, 직장 표류. 나열된 다섯 가지 유형만 얼핏 보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중년 남성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표류 현상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중년이라 불리길 꺼려(?) 하는 나 자신의 삶에 비춰봤을 때 비단 중년 남성들만이 갖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아니었다. 모든 남성들 또는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갱년기
현상. 중년의 남성들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대처할까.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외도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는 비단 남성들의 문제만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역시 성적 욕구 충족에 있어서는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해당사항이 많을
듯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젊음을 잃어간다는 것이고 그만큼 정력과도 무관하지 않기에 예민해진다. 그리고 정력 개선에 신경 쓰면서 똑같이
갱년기가 찾아온 아내보다 젊은 여성을 찾게 되고 외도의 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된 사례의 중년 남성들이 하나같이 깨달은 점은 그러한
외도는 한낱 구운몽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외도로 인한 가정파괴 그리고 찾아온 고독, 외로움은 중년 남성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중년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연로하신 부모를
돌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삼 자신의 어깨의 무거움을 알게 된다고 할까. 더구나 아직 미혼이라면 그 중압감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진다.
부모가 건강하다면 그나마 상황은 나아진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부모를 돌봐야 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형제자매가 없다면 또 그만큼 가중된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중년의 남성은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일과 결혼, 그 무엇도 동시에
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초고령 사회가 돼가는 시점에서 남일 같지 않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물론, 정부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은 30대 중반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은 아마도 나머지 세 유형이 아니었나 싶다. 가정 표류, 애정 표류, 직장 표류. 어느 것 하나 남일 같지 않아
보였다. 이제는 명실공히 남자들도 육아에 참여하는 세상이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의 육아 참여는 당연시 되어가고 있고 그 부분에서 남다른(?)
육아 스킬을 보여주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남성들의 육아.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욕심에서
비롯되는 잘못된 육아 교육 등.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 세계 육아남의 한 명으로서 200% 공감했다. 혼기가 지난 나이에도 결혼을 못하는
남성들의 중압감과 아랑곳하지 않는 주위의 시선에 스트레스받는 중년 남성들. 그들의 고민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정년이 다가오고 중간 관리자가 되어 부하직원을 리드하며 실적을 내야 하는 중년 남성들의 고민, 어려움. 남일 같지 않다. 지금의
내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에 더더욱.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공감되는
중년 남성 심리 보고서가 또 있을까. 고민이 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아빠가 아닌 엄마였다. 너무 비약이 심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이 갖고 있는 특유의 편안함이 남성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지만
중년 남성들을 오랫동안 추적 인터뷰하고 연구하며 쌓어온 저자의 노하우가 발휘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로써 '진짜' 남성들의 심리
보고가 만들어졌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 했던 남자들의 고민거리가 궁금하지 않나. 남자들에겐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여성들에겐 자신과
함께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