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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평점 :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는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탐독한다'라고 말한다. 탐독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하루 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고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그런 자신이 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탐독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감정과
같다.
나무가 좋아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를
연구하고 나무와 한 평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나무박사인 저자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나무와 함께 해온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에게 저마다의 삶이 있듯이 나무에게도 저마다의 삶이 있다. 우리가 보기엔 그저 똑같아 보이는 나무일지라도 나무마다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는
다르다. 나무박사인 저자는 그런 나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무와 우리를 연결해준다. 그는 나무를 해석하고 우리는 나무를
이해한다.
어딜 가든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무다. 고층 빌딩이 솟아 있는 도심 한복판이라 할지라도 나무가 없는 곳은 없다. 그렇게 나무란 존재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나무란 존재에 무관심하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법이다.
사실 그동안 길에서조차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도심의 삭막함을 덜어주기 위해 세워진 존재쯤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나무박사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를 보고 난 후엔 조금 시각이 달라졌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나무는 무슨 이유로 여기 있는 걸까? 저 나무는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속으로 되묻게
된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나무를 찾아 여행을 하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추억을 곱씹으며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며 오늘날의 나무 문화까지 아울러 본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시 '역사와 함께한' 나무 이야기다.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나무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봤던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색다른 그리고 신선한 시각이었던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각종 소설의 주제가 되었던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 그곳에도 나무가 있었다. 안타까운 사도세자의 비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야 했던 나무 이야기. 대한민국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 경판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 항일 유적지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나무 이야기. 궁궐 속
나무 이야기. 그리고 나무와 함께 해온 우리들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가 마치 역사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민진진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이 쌓인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이테가 늘어 날 수록 빛을 바란다. 사람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무의 연륜이 사람보다 깊다. 그런 나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의 깊이를 깨닫게 됨을 의미한다. 불현듯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처음엔 돈을 벌수 있는
열매를 주고, 다음은 집과 배를 만들 수 있는 나뭇가지와 몸통을 주고 마지막엔 편히 쉴 수 있는 그루터기까지 되어준 나무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처럼 나무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 우리는 과연 어떤지 자못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무박사의 나무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색다르게 인생의 한 조각을 맛본 듯하다. 나무 탐독에 대한 여운이 길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