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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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순수한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른인 비행사 '나'가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어린 왕자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짤막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 여운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어린 왕자>를 만날 때까지 우리의 무의식 어딘가에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도 순수함을 지닌 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도 모르는 그 어떤 힘은 아닐까 생각된다.

재작년 초 많은 사람들에게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해준 책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라는 책이다. 여행이라는 모두의 염원을 통해 인문학적 감성을 전해준 인상 깊은 책으로 뇌리에 남아는 책이다. 그 책과 더불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유럽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고전 또는 인문학 관련 에세이들을 선보여온 정여울 작가가 이번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생텍쥐페리의 작품들로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생텍쥐페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어린 왕자>다. 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1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을 만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그 소설을 읽었다. 워낙 <어린 왕자>가 인기가 높기 때문일까.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데뷔작인 <남방 우편기>를 비롯해서,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전투 조종사> 그리고 탈고하지 못한 채 유작이 되어버린 <성채>까지 그의 문학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그간 접해보지 못 했던 생텍쥐페리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왕자>에선 '어른을 위한 동화'의 세계에 주목했다면 다른 작품들 속에서는 인간 생텍쥐페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하늘을 나는 비행 조종사로서의 삶은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준 듯하다. 비행 조종사로서의 삶과 고뇌가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간의 모습도 보인다. 그가 찾고자 했던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비행 조종사였던 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롭고 고독한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이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을까. 장미를 길들이고, 여우를 길들이고, 카멜레온을 길들인 것처럼. 그렇게 내가 너를 길들이고 너에게 내가 길들여지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어린 왕자>의 생텍쥐페리가 아닌 새로운 생텍쥐페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간 알지 못 했던 작품들을 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가 태어나기 전 이 세상을 살다간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그를 만났다. 70여 년 전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해준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만 불 수 있다'라고 말하는 생텍쥐페리. 그동안 살아오면서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순간은 언제였는지 돌아보게 한다. 생명, 사랑, 꿈, 희망, 용기, 외로움, 고독, 만남과 이별 그리고 죽음. 인간의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능한 천천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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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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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과연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할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또 다른 정보는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개인이 그 정보의 사실 여부 혹은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정보 또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널린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팩트 체크. 사실 여부를 검증한다. 이는 JTBC 뉴스룸의 간판 ​코너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독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 앵커와 JTBC 정치부 기자인 김필규 기자가 뜻을 모아 세상의 무분별한 정보의 진실을 가려낸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정치인들의 말을 검증해 피노키오 개수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정치인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워싱턴 포스트의 검증이 팩트 체크의 시작이 되었다.

한국판 팩트체크는 워싱턴 포스트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가 주로 정치 사안만을 검증한다면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는 국내 핫이슈부터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다룬다.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팩트를 메일 체크한다니.."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손석희 앵커의 말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하루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 속에서 팩트를 가려낸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해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묵묵히 그날의 팩트를 체크해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런 그들의 노력이 신뢰도 1위 프로그램이라는 명예를 낳았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팩트체크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내용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회차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그 내용은 다시 이슈, 경제, 정치 사회, 상식으로 총 5가지 테마로 나누었다.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 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좀 더 심층 있게 다뤄 부족함을 느꼈을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갈증해소가 되어준다. 팩트 체크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해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음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와 더불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역시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답다.

책을 읽으면서 '거짓 정보의 공해 속에서 팩트에 귀 기울여 주길'바라는 팩트체크 팀장인 김필규 기자의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거짓에 속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팩트체크가 우리를 대신하여 세상의 거짓 정보를 가려내는 진실의 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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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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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을 떠나보내고 병신년 새해를 맞이했다. 어제와 오늘 별다를 것 없는 똑같은 하루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새로운 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랄까. 조금은 진취적인 생각마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나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더해간 게 벌써 서른하고도 일곱 해를 지나왔다. 철부지 어린 10대 시절이 엊그제 같고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20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른 중반을 넘어 마흔 언저리를 바라보고 있다. 한 살의 무게를 새롭게 느끼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 보려 한다.

나이라는 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까짓 것'이 되는가 보다. 2016년을 시작하는 월간 샘터의 이야기는 바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때는 어서 빨리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어려서 무시당하는 게 싫었고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그러한 생각은 절정에 다다랐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된 지금은 반대로 어린 시절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려나.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이란 한 번뿐이기에 한번 지나가면 되돌아갈 수 없음에도 여전히 꿈꾼다. 참 아이러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롭게 말이다. 나이 때문에, 주위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생 100세 시대 아직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나에겐 로망이 있다. 그 로망이란 은퇴를 할 무렵 소소하지만 정감이 있는 북 카페를 여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부담 없이 책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잔잔한 음악이 깔린 카페에는 책 넘기는 소리만 바스락거릴 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추운 겨울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카페 한가운데 놓인 장작 난로가 타오른다. 그 위에 올려진 주전자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생각만 해도 낭만이 있다. 그곳에서 종일토록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가끔은 카페 한쪽 벽을 스크린 삼아 오래된 영화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1월은 계절로는 아직 겨울이지만 기분은 봄과 같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 때문일까. 추운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을 나서지만 마음 한구석은 따스함이 솟아나는 봄이다. 그래서 1월은 봄기운을 담고 있는 계절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한 해가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펼쳐진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월간 샘터 2016년 1월 호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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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혁명
임현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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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활성화가 되지 못 했던 핀테크 산업이 금융 규제 개혁안에 따라 본격적인 활성화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핀테크 관련 산업 및 기업들의 빠른 성장이 앞으로 기대될 전망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에 대한 움직임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는 차기 금융 산업을 선도할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위와 같은 핀테크 관련 기사를 접한지도 어느새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핀테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어느덧 기존의 신용화폐를 대신하고 있다. 가상화폐란 우리가 물건을 사고 치르는 화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현재 내가 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물건을 사고파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쉬운 예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신용화폐와 가상화폐는 모두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화폐란 사용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한 그저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997년 우리나라의 IMF 사태나 2008년 일어난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는 어쩌면 신용화폐의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전 세계 금융경제를 뒤흔드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때도 신용화폐의 가치는 보장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새로운 미래의 화폐 시스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20년 일본발 경제 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악순환으로 몰아넣는다.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하나씩 하나씩 경제 시스템이 무너진다. 이러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테미스라는 회사는 갈수록 성장세를 보인다. 그 이유는 테미스 사는 오랫동안 준비한 실물화폐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테미스 사에는 서버가 해킹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테미스 사는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된다. 실물화폐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던 찰나라에 중국과 미국에서 테미스 사 매각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제의를 마냥 물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연 차세대 전 세계 화폐 경제 시스템을 이끌어가게 될 테미스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연구원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경제, 금융 및 화폐 제도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관심에 상상력이 덧붙어 만들어진 소설이다. ​2020년 일본발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그간의 경제 시스템의 기반이 되었던 신용화폐는 새로운 화폐 체계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새로운 화폐 체계인 '실물화폐'다. 실물화폐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화폐처럼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쉽게 말해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는 것이 커피 상품 자체를 갖고 있게 되며 사용자는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체인점에서 해당 상품을 실제 커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현재에도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쿠폰이나 키프트콘 등이 실물화폐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된다.

상상력으로 쓰인 소설이라고는 하나 마냥 상상력이라고 치부하기엔 안될 듯하다.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지금도 소설 속 미래의 모습들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미 미래에 와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 생각해본다면 실물화폐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가올 미래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예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폐 혁명>은 그런 차원에서 우리에게 신용화폐에 대한 가치와 미래 사회의 화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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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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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한 여인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오는 서점을 발견한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다. 그런데 그곳은 여타 다른 서점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길은 서점을 향한다. 서점에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고른다. 하지만, 서점 주인은 그녀가 고른 책을 그녀에겐 팔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그녀에게 다른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이야말로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고 치유해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랑에 아파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이상하지만 특별한 약국이 있다. 그곳은 선상 위에 만들어진 "종이 약국"이라는 서점이다. 책을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곳이다. ​종이 약국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서점의 주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이다. 서점 주인인 페르뒤씨는 서점에 오는 손님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의 상처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이 서점에서 책을 사기 위해서는 서점 주인의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 책이나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특별한 '종이 약국'을 찾는다.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점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신비롭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지만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는 이미 책을 처방해주는 '종이 약국'을 알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자신이 즐겨 찾는 서점 또는 도서관이 우리에겐 페르뒤씨가 있는 '종이 약국'인 셈이다. 그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보다 더 나은 처방전이 있을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페르뒤씨도 자신 안의 상처까지는 치유할 수 없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 20년 전 연인이 보낸 편지가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배신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편지는 그녀가 왜 그에게 돌아갈 수 없었는지 그 이유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많이 아팠으며 죽기 전에 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페르뒤씨는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그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던 종이 약국의 닻을 올리고 출항을 준비한다.

페르뒤씨의 특별한 여행은 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는 도중 종이 약국에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을 태우게 된 것이다. 종이 약국이 물 위를 흘러가듯이 여러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삶의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모양과 크기라 할지라도 사랑은 결국 하나의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불어 내 안에 감춰진 진실한 사랑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역시 특별한 '종이 약국'만의 특별한 처방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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