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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평점 :
연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한 여인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오는 서점을 발견한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다. 그런데 그곳은 여타 다른 서점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길은 서점을 향한다. 서점에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고른다. 하지만, 서점 주인은 그녀가 고른 책을
그녀에겐 팔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그녀에게 다른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이야말로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고 치유해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랑에 아파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이상하지만
특별한 약국이 있다. 그곳은 선상 위에 만들어진 "종이 약국"이라는 서점이다. 책을 통해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곳이다. 종이 약국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서점의 주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이다. 서점 주인인 페르뒤씨는 서점에 오는
손님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의 상처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이 서점에서 책을 사기 위해서는 서점 주인의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 책이나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특별한 '종이 약국'을 찾는다.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점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신비롭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지만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는 이미 책을 처방해주는 '종이 약국'을 알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자신이 즐겨 찾는 서점 또는 도서관이 우리에겐 페르뒤씨가
있는 '종이 약국'인 셈이다. 그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보다 더 나은 처방전이
있을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페르뒤씨도 자신 안의 상처까지는 치유할 수 없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 20년 전 연인이 보낸 편지가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배신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편지는 그녀가 왜 그에게 돌아갈 수 없었는지 그 이유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많이 아팠으며
죽기 전에 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했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페르뒤씨는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그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던 종이 약국의 닻을 올리고 출항을 준비한다.
페르뒤씨의 특별한 여행은
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는 도중 종이 약국에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을 태우게 된 것이다. 종이 약국이 물
위를 흘러가듯이 여러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삶의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모양과 크기라 할지라도 사랑은 결국 하나의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불어 내 안에 감춰진 진실한 사랑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역시 특별한 '종이 약국'만의 특별한 처방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