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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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든 한 사람을 위한 짝사랑이든지 말이다. 사랑을 하는 이들에겐 항상 두 가지 마음이 자리 잡는다. 만남과 이별. 사랑은 그렇게 행복과 슬픔을 공유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의 오로라가 넘쳐흐르기 때문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반대로 사랑에 실패하고 이별을 겪은 사람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폐인의 오로라가 주위를 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 성공과 실패가 중요할까? 사랑이란 우리 인생과 같아서 돌고 돈다. 사랑에 빠진 사람도 어느 순간 이별을 하기도 하고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도 하니까 말이다.

<러브 메이 페일>이란 소설은 사랑엔 실패했지만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으로 위로받는다.

문학을 좋아하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포샤 케인. 그녀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포르노 사업을 하는 돈 많은 남자의 아내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그녀는 남편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 길로 엄마가 살고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자신의 방에서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공식 인류 회원증'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꿈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한때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문학 선생님이었던 네이트 버논. 그는 아이들에게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을 가르치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일에 만족감과 사명감까지 갖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그날 모든 것이 무너졌다. 수업을 듣던 아이 중 한 명이 그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그를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 후 그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페인처럼 살아간다. 언제가 자살할 생각을 가슴에 품고서.

하나님과 결혼한 매브 수녀. 그녀에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한 명 있다. 그러나 그 아들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하지만, 자신은 아들의 불행을 위로하지 못한 채 아들과 멀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하늘의 섭리라 여기는 그녀는 아들과 화해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녀에겐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젊음이 무기였던 20대, 척 베이스는 마약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이 세상은 부조리했고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그는 그저 루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법. 마약중독자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치료시설에 입원하게 된다. 그곳에서 힘겨운 생활을 해나가는 동안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주신 '공식 인류 회원증'이었던 것.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후 새 삶을 살기 시작한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소설은 4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4명의 주인공은 얽히고설킨다.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지 그리고 서로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버논 선생님 살리기'다. 고등학교 시절 '공식 인류 회원증'을 주신 은사였던 버논 선생님을 사고 후유증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과정이다. 주인공들의 만남은 그래서 우연이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운명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남편의 외도를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포샤가 매브 수녀를 만난 것도 고향에 돌아온 포샤가 고등학교 동창의 오빠인 척을 만난 것도 그들이 '공식 인류 회원증'을 갖고 있는 것도.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다. 때론 사랑해 실패할 때도 있고 때론 망가진 삶을 살 때도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하지만 인생이란 돌고 돈다는 것. 실패할 때가 있으면 성공할 때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꿈과 희망을 되돌아보길 바라는 듯하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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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은 50가지 순간 - 실전 자녀 교육 보고서
마티아스 푈혀르트.안드레아 캐스틀레 지음, 이지혜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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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 미칠 것만 같은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는 부모라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그 순간은 극에 달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나아질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이의 연령 때에 맞는 힘겨운 상황은 늘 존재하는 듯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더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 때문에 부모가 미칠 것 같은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에 부모의 그런 고민을 조금은 해소해 줄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인 마티아스 혀르트는 자녀교육에 있어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가족연구소인 패밀리랩 독일지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오고 있다. 패밀리랩은 올해로 12년이 되는 가족연구소로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가족 상담사 중 한 명인 예스퍼 율에 의해 설립되었다. 현재는 유럽과 미주지역을 위주로 그들의 노하우를 부모들과 미래의 가족 상담사들에게 전달한다. 패밀리랩이 강조하는 자녀교육의 진정성은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역할 행동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이러한 교육방식은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하나의 생명이 나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만큼 기쁘기 그지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못할 일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양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우리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못할 일이 무엇이랴. 더구나 부모인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이와 함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동안 육아서에 보아오던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을 벗어난 현재 부모들이 겪고 있는 순간들을 포착해 그 순간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조언한다. 책 제목과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50가지 상황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 상황들이다. 이미 겪은 부모들도 있겠고 나처럼 이제 막 겪기 시작하는 초보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유대감이다. 유대감이란 단순히 부모의 애정으로만 형성되지 않는다. 아이와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믿음과 자유를 주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부모란 아이가 원하는 데로, 바라는 데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부모다.

완벽한 사람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부모와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아이를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가 원하는 부모의 진짜 모습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때로는 약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부모의 모습이다. 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속에 아이에 대한 강요와 집착이 숨겨져 있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내 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은 50가지 순간'은 말 안 듣는 아이를 말 잘 듣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 부모의 역할을 돌아보고 무엇이 아이에게 필요치 않은 역할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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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은 한국사 -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안형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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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단군이래 지금까지 5,000년이라는 장엄한 역사의 기록이다. 긴 시간만큼 그 역사의 뿌리는 깊고 넓다. 한국사를 단순히 한반도의 역사 기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몇 해 전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을 보면 한민족의 역사는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까지 뻗어나간다. 역사 전문가들에 의해 연구되면서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기 어쩌면 한국사에 대한 연구는 세계사적 측면으로 방향 전환을 해서 연구가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국경을 넘은 한국사>는 한국사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첫 번째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5,000년 한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융성하고 번영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사가 어떻게 세계사적 측면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시기란 8세기 신라, 11세기 고려, 15세기 조선을 말한다. 8세기 무렵은 세계의 패권은 동아시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중국 즉, 당나라는 세계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제국이었다. 그런 당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높은 정치적, 문화적 수준을 이룩한 통일 신라는 당 제국과의 활발한 교류로 개방된 국가였다.

11세기 고려 또한 신라 못지않은 개방 국가였다. 고급관료에 외국인을 등용했을 뿐 아니라 무역항 벽란도를 통해 서역인들과 교역을 활발히 함으로써 신문물을 수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 당시 고려는 동아시아 최고의 국제 국가였다. 황제의 나라였던 중국과의 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고려의 승려들이 저술한 불교 경전들은 중국 천태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려의 역동성과 개방성은 고려 말 조선 건국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당연하다.

마지막 15세기 조선은 통일신라부터 고려를 거쳐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시대다. 그 당시 조선의 임금은 역대 최고의 왕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었다. 어쩌면 15세기 조선은 세종대왕의 개방적인 사고와 이념으로 인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앞섰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시기 조선은 고려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에 대해 포용력이 넓었다. 회회 사문, 유구국, 베트남 등에서 귀화한 외국인들이 많았으며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조선 고유의 문자인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해 자격루, 해시계, 신기전 등 과학과 천문학에도 뛰어난 업적을 이룩했던 시기다.

8세기 통일신라, 11세기 고려, 15세기 조선의 눈부신 번영의 역사를 보면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개방성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의 쇄국정치와 왜구의 침략에 의한 피지배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 그 당시 신라, 고려, 조선은 동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인 나라였다.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이를 응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어쩌면 이와 같은 개방적인 사고와 문화적 교류가 천자의 나라인 중국도 쉽게 넘보지 못한 자긍심과 힘을 갖출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조선 중기부터 조선말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뼈아픈 조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개방 사상이 쇄국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조선이 개방에서 쇄국으로 돌아설 때 일본은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가 아는 슬픈 역사다.

이 책을 통해 과거 한국사의 새로운 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중요한 국가적 이념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개방성이다. 물론, 단순한 개방적 사고가 모든 면에 이롭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틀에 박힌 제한적 사고로 인한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기초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작금의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 책에서 시사하는 그런 열린 사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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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각 분야 전문가 46인이 모여 향후 20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가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현재 극복해야 할 약점들, 우리가 가진 강점들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대한민국 미래의 방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


미래는 준비하고 예측하는 자에게만 열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할 단 하나의 보고서!!
















"경제는 살아있는 인문학이다"
이 말외에 달리 어떤 말이 필요할까.

자본주의 경제와 관련된 인문학적 명저 40여권을 통해 살아있는 경제학과 인문학을 동시에 배운다.

경제학의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며 우리가 지녀야 할 현대적 경제 철학은 무엇인지 되짚어 본다.

고전을 통해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국내 중국 전문가 18인이 말하는 현재 중국의 모든 것.

중국에 불어닥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역사 4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접근해 나간다.

G2를 넘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중국의 성장에 따라 지금의 중국과 미래의 중국의 모습을 예측해본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중국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금융은 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금융공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역사적 사건과 실생활의 사례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금융과 경제에 기초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금융공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

이 책 한권으로 금융공학을 마스터해보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퇴직연금이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이고 향후 어떻게 쓰이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퇴직연금 전문가의 노하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으로 단순한 노후 대비가 아닌 좀 더 합리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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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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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밀의 언어 - 암호의 역사와 과학
사이먼 싱 지음, 이현경 옮김 / 인사이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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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있다. 정보에 대한 보안이다.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했을 뿐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수천 년간 왕과 여왕, 장군 들은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 효율적인 통신수단이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엉뚱한 자의 수중에 들어가 중요한 비밀이 경쟁국으로 유출되거나, 사활이 걸린 정보가 적군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때 생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적이 자기들의 메시지를 가로챌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메시지를 위장하는 코드와 암호문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자칫 잘못하면 중요한 개인 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새 노출되고 만다.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정보 보안의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이 바로 데이터 암호화다.

<비밀의 언어: 암호의 역사와 과학>은 정보 보안의 핵심인 암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암호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암호화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미래의 암호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문자 그대로 암호의 역사와 과학에 대해 심층 있게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먼 싱은 우리에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책으로 더 친숙하다. 작년 초여름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350년간이나 풀리지 않았던 수수께끼와 같던 수학 공식이 어떻게 해서 그 베일을 벗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었지만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난도의 수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페르마의 정리'가 어떻게 해서 풀리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통해 사이먼 싱이라는 저자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던 터라 암호의 역사와 과학에 다룬 <비밀의 언어>라는 책을 봤을 때 그때 느꼈던 흥분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암호화에 조금 더 흥미를 갖게 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화 기계인 애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에 관한 책과 영화를 본 후였기 때문이다. 정보 보안과 암호화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IT 업종에 근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에 조금의 지식과 관심이 있던 터라 더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 애니그마의 암호화와 해독도 다루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마냥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암호와 해독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암호는 전쟁 중에 적에게 들키지 않고 군사작전을 안전하게 아군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카이사르 암호와 같은 초기의 암호문부터 애니그마와 같은 기계화된 암호문까지 갈수록 정교해졌다. 그러나 암호를 제작하는 이가 있다면 암호를 해독하는 자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호 제작자와 해독자간의 투쟁도 함께 벌어졌다. 결코 깨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난공불락 애니그마 암호가 해독되었을 때 암호 제작자와 해독자간의 투쟁은 해독자의 승리가 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결과는 반대가 되었다.

현재까지 그리고 당분간은 절대 깨질 수 없는 암호화가 탄생했다. 그 암호화 시스템의 명칭은 RSA다. 아마 이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RSA 암호화란 두 개의 키 즉, 공개키와 개인키를 통해 메시지를 안전하게 암호화하고 복호화 할 수 있는 암호화 시스템이다. 공개키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진 일반적인 키를 말하고 개인키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갖고 있는 키를 말한다. 공개키로 암호화된 메시지는 개인키로만 복호화 할 수 있다.

RSA 암호화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가상 인물이 있는데 앨리스와 밥 그리고 이브다. 앨리스와 밥이 중요한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서 이브가 이를 알고 해당 메시지를 가로채려고 한다. 그래서 앨리스와 밥은 RSA 암호화를 통해 서로의 메시지를 안전하게 보내고자 한다. 먼저 앨리스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밥의 공개키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암호화 한 후 밥에게 보낸다. 이때 이브는 앨리스가 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가로챈다. 밥은 앨리스로부터 자신의 공개키로 암호화로 된 메시지를 받고 자신의 개인키로 암호화된 메시지를 복호화 해 앨리스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 앨리스의 메시지를 가로챈 이브는 밥의 개인키를 알아내지 못하는 한 어떤 방법으로 메시지를 복호화 할 수 없다. 이것이 1978년 3명의 MIT 연구자들에 의해 발명된 이래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암호화 시스템이다.

RSA 암호화 시스템이 개발된 이후 데이터 통신은 그야말로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 제작자의 완벽한 승리다. 과연 그럴까. 확언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암호화의 미래인 양자 암호 때문이다. RSA가 난공불락 암호화인 이유는 그것의 알고리즘이 되는 큰 숫자의 인수분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고성능 컴퓨터 수천만대로 인수분해를 한다고 해도 우주의 나이보다 더 걸릴 거라고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이용한 암호 해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993년 발표된 쇼어 알고리즘은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여 임의의 정수를 다항 시간 안에 소인수 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만약 이 이론이 상용화된다면 RSA 암호화 알고리즘은 해독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암호 해독자의 승리는 결코 될 수 없을 듯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양자역학을 이용한 암호화 때문이다.

 

1995년 제네바 대학 연구원들에 의해 광섬유를 통해 양자 암호로 통신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스위스에서 마찬가지로 광섬유를 가지고 한 실험을 통해 한 도시 안에 있는 금융기관들 간에 비밀 통신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현재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간의 양자 암호망 구축은 가능한 상태다.

​암호의 역사와 그 안에 숨겨진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암호 제작자와 해독자와의 대결 구도처럼 이어진 듯하다. 하지만 실제 암호화가 거쳐온 과정이 그러하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구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비밀번호에 대한 암호화가 이렇게 긴 역사를 갖고 있었으며 정교한 과학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인 줄 미처 알지 못 했다. 새삼 암호화에 대한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 더불어 정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에 그 기반이 되는 암호화 시스템에 알게 되어 조금은 뿌듯함도 느낀다.

이 책은 어쩌면 암호화와 복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암호가 아닌 세계사의 흐름 속에 암호와 해독을 바라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책을 이해하는데 <비밀의 언어>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비밀의 과학>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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