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애니 베전트 지음, 황미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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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듯하다. 주로 책을 통해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소설, 에세이, 철학, 인문학, 역사, 종교 등 그 장르 또한 다양하다. 형태만 달리한 채로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약 700만 년 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바로 인류의 기원이다. 그에 얽힌 이론은 난무하지만 무엇 하나 뚜렷하게 증명된 것은 없다. 지구 상에, 아니 전 우주상에 인류가 살아있는 한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탐험은 계속 될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바로 '내가 어디에서 온 것일까'하는 점이다. 나란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되는 이유다. 그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역시 '미래의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하는 점이다. 이렇게 3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음으로써 나란 존재를 규명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소우주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구성요소가 우주의 그것과 닮아 있기에 일컬어진 말이다. 1986년 영국의 뉴사이언스 과학잡지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별자리를 컴퓨터에 입력해 그래픽화하면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즉,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확대한다면 우주의 모습이 된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잡지에서 발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허망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과연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류의 기원을 쫓아가다 보면 인간의 능력, 지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가령, 종교적인 관점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때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들도 더러 있다. 과연 이것들도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나란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과정에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크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인류의 기원 자체가 그야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가까운 이야기들 아닌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란 책은 우리에게 뚜렷한 목적의식 또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나란 존재'에 대해 사색할 수 있게 이끌어줄 뿐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신지학'이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종교와 철학, 윤리 사상 속에 흐르는 커다란 하나의 가르침이 있다는 관점으로 그 '근본적인 하나의 가르침'을 지칭한다. ​그것이 곧 '고대의 지혜'다. 이는 우리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범우주적인 넓은 시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자 할 때 도움을 준다.

실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우주에 속한 작은 먼지에 불과하지만 우주 그 자체다. 결국 '나란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의를 찾는 마지막 종착점은 '나'로 귀결된다. 내 안에 질문과 해답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인 결국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내 안에 있는 답을 찾기 위해 나를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힘, 지혜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그 지혜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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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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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노래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그를 추억하는 우리들만이 남았다. 지난달 6일이 그가 떠난 지 꼭 20년이 되던 날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영원한 가객으로 그를 기억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의 이름 석자 김광석을 아로새기면서.

평소 우리가 그를 추억하는 방법은 살아생전 그가 불렀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색다르게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듯하다. 흔히 김광석의 노래엔 철학이 담겨 있다고들 말한다. 시대의 부조리와 삶의 모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등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다 그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불현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듣게 되나 보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삶의 의미와 깊이를 철학적인 사색으로 재해석하여 들여다본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한 첫 번째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2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이 가객 김광석을 만났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철학적 사색은 다음과 같다.

사랑의 슬픈 추억을 간직한 채 어두워져 가는 거리에서 모든 것이 꿈결같다고 노래하는 '거리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 행복을 이야기한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인간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공포, 자만, 색욕, 갈망, 연민, 쾌락, 고통,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을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느끼곤 한다. 기복이 심한 상태에서 우리가 만족할만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중용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이러한 중용은 인간에게 있어 최상의 상태를 나타낸다. 결국 행복이라는 감정은 덜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중용으로서의 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행복을 이렇게 단순히 정의 내릴 순 없다.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듯이 자기 자신에게 맞는 행복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가객 김광석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 같다. 그 말을 부인하듯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만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아픈 사랑은 죽음과도 같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죽음은 삶의 의미도 갖는다. 하이데거 또한 죽음 이면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감정이 불안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보았다. 불안은 미래 속의 가능성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인간은 불안을 극복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보통의 인간'이라 불렀으며 이와 달리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을 '실존'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그는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것은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다.

이 외에도 '이등병의 편지'와 칸트가 만나 비판의 철학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헤겔이 만나 자유의 철학을, '타는 목마름으로'와 마르크스가 만나 혁명의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철학 사상가들의 이론을 재미있게 만날 수 있었다. 항상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듣던 김광석을 철학적 사색과 함께 읽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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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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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배신. 사람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 것은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우다. 그 이유는 사람은 감정을 갖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는 다른 어떤 상처보다 그 충격은 배가 된다. 또한, 그 상처가 아무는데도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배신을 당했다면 어떻겠는가.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다. 이기적이라고 비난할지언정 그 일만은 결코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한다. 그래서 배신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겁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정도로.

공인회계사인 로빈은 사람들의 자산관리를 해주며 그들을 재정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산 직전에 몰려 심각한 위기에 빠진 한 남자가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폴이다. 그는 미대 교수이자 유명한 화가다. 로빈은 첫눈에 보헤미안 스타일의 이 매력적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직감한다. 그렇게 위험한 불같은 사랑은 시작되고 그들은 결혼하기에 이른다. 모든 일에 계획적인 로빈과 달리 폴은 돈을 헤프게 쓰는 버릇이 있다. 결혼 전 파산 위기에 몰려 자신을 찾았던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로빈을 실망하게 된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폴은 뜻밖의 휴가를 제안한다. 젊은 시절 폴이 그림을 그리며 머물렀던 북아프리카 모로코로 여행을 가자는 것이다. 폴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빈은 결국 폴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들은 오랜 비행 끝에 모로코의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에 도착한다. 폴은 에사우이라의 일상을 화폭에 담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로빈은 프랑스어를 배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로빈은 폴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를 갖기로 폴과 약속했던 로빈은 이곳에서 그 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꿈은 폴이 로빈 몰래 정관수술을 받은 사실이 들통 나면서 산산조각 나버리고 만다. 대체 폴은 왜 자신을 배신한 걸까. 야속한 거짓말에 속은 로빈은 폴에게 죽어버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이 사실을 안 폴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뒤늦게 죽어버리라는 메시지를 남긴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돌아온 로빈을 기다리는 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진 폴의 흔적뿐이다. 도대체 폴은 왜 사랑하는 아내 로빈을 배신하고 사라져 버린 것일까. 남편 폴을 찾아 나선 로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작가가 되어버린 <빅 픽처>의 더글러스 케네디. 전작인 <빅 퀘스천>을 통해 더글러스 케네디라는 인간의 민낯을 숨김없이 보여주었던 그가 후속작으로 배신이라는 뜨겁고 치명적인 감정을 들고 나왔다. 국내 처음 소개된 그의 작품인 <빅 픽처>부터 지금까지 그의 소설은 한 가지 중심 테마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되물어왔다. 그리고 <빅 퀘스천>에선 본인의 대답을 어렴풋하게 들려준다. 그의 진솔된 에세이를 통해 여태껏 몰랐던 그를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랑, 이별, 기쁨, 슬픔, 행복, 배신과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로 답을 찾아간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다. 그의 작품 <위험한 관계>에서도 믿었던 사랑에 대한 배신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작품에서도 로빈처럼 우연히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자 샐리가 등장한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고 결혼이라는 행복한 선택을 하게 된 샐리지만 남편 토니의 자상했던 모습은 한순간이었다. 결혼으로 바뀐 환경과 때마침 하게 된 임신으로 극도로 신경은 예민해져 불면증까지 찾아오지만 남편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다. 위험한 결혼 생활은 결국 남편의 외도와 이혼으로 이어지고 법정 싸움에까지 치달아간다. 한 여자의 '불행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소설이다.

이전 작품인 <위험한 관계>와 <비트레이얼>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진짜 나를 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두 소설에 담겨있다. 인생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며 결코 내 뜻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인생을 살아가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 <비트레이얼>의 로빈은 자신을 배신하고 사라진 남편 폴의 쫓아 헤매다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노 목사에게서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보려고 하지 않죠. 상대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받게 될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지요." "목사님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춘 것 같아요." "타타에서 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함께 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더없이 절망적인 외로움이 찾아오거나 타인에 대한 의심으로 번민할 때 누군가 옆에 함께 있어주며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때도 있지요." 사하라 사막을 홀로 달릴 때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으셨나요?" "네,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에게 무슨 말씀을 남겼는지 듣고 싶어요." "한시바삐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의 길이다. ​때론 멀리 돌아서 올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빅 퀘스천> 이후 처음 만나는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이 내게 큰 깨달음을 던져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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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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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없다. 다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완전하다는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 그 자체일지 모른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생은 바다의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 때로 바다는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고요하다. 그것이 하늘이 아니라 바다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 때문이다. 그러나 한순간 바다는 거칠고 사나운 생명체가 되어 살아 움직인다. 그 생명력은 흡사 이 세상을 다 쓰러버릴 것처럼 거대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원하는 데로 바라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론 거친 풍랑을 만나 넘어지고 쓰러진다. 그러면서 때론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다시 고요한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며 2015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뽑힌 이 소설은 바다와 같은 우리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라바>라는 책 제목부터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소설이다. 처음 접하는 뜻 모를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되뇌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느껴진달까. 마치 주문과도 같다. 사실 주문이 맞다. 소설 속 주인공이 어린 시절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이집트에서 만난 친구와 주고받던 둘만의 비밀스러운 주문이다. 아픔, 상처, 고통, 이별, 사랑, 행복을 표현하는 단 한마디가 바로 '사라바'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았던 주인공 아유무의 인생은 오히려 그 반대다. 누구보다 평범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어릴 적부터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쳤던 누나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소극적이고 튀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에겐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동네에선 조용하고 예쁘장한 아이로, 학교에선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는 동급생으로, 사회에선 인기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늘 주위의 기대에 부흥하며 자신을 속여오던 그의 삶의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던 세상의 마이너리티였던 누나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아유무 앞에 나타난다. 그것도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너무나 평안한 모습으로. 더구나 삶의 낙오자로 전락해버린 아유무에게 진심 어린 조언까지 한다. 가족 중에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가 비정상이라고 여겨왔던 그다. 더구나 가장 기피했던 누나였는데... 아유무가 잊고 살았던 것은 무엇일까. 문득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난다. 힘들 때마다 가만히 손을 잡아주면서 속삭여주던 둘만의 주문, '사라바'도 함께. 아유무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어린 시절 이집트에서 만났던 친구를 찾아서.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과연 아유무는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아온 그 누구라도 자신의 기억 한 편에는 행복했던 순간이 자리하고 있다. 그 행복의 여운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끔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바로 그 행복했던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라바.' 지금껏 내가 들어본 가장 멋진 주문이다. 그 짧은 세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힘들 때는 위로가 기쁠 땐 더 없는 행복이. 아유무가 그동안 찾아 헤맨 것은 결국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라바'가 아니었을까. 오롯이 자기 자신만이 믿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믿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나는 그 믿음을 갖고 있는가.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라는 주인공 아유무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나는 왼발을 내디딘다'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새롭게 출발한다. 그렇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차례다. 때론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때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가만히 내 안의 나에게 주문을 걸어야겠다. 사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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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 - 중국 전문가 김만기 박사의 가슴 뛰는 중국 이야기
김만기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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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려고 하는가.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한 권의 소설책을 읽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계기는 바로 조정래 작가님의 <정글만리>라는 소설이다. 지금이야 중국 하면 일본을 밀어내고 당당히 G2 반열에 오른 세계 경제 대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글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그저 짝퉁의 나라 정도로만 생각했던 게 전부였다. 물론, 그만큼 내가 관심이 없었기에 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시선이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의 패권국이 되었다. 중국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이웃하고 있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점이 내가 중국에 높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고 우리가 중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해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중국 입문서는 아니다. 어떤 제품이든 'Made in china'​가 붙어 있던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과거의 중국을 몸소 체험했던 저자의 경험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책들보다 전해지는 느낌이 생생하다. 저자는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으로 한중수교가 된 이래 최초의 베이징 대학 유학생이 되어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중국에 대해 더 공부하고자 영국 런던대학에서 중국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헤럴드 차이나 대표로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 투자컨설팅을 했고 부동산 투자개발회사를 설립해 부동산 투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중국 선양의 랜드마크가 된 28층 쌍둥이 빌딩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다. 옛 선조 때부터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교류가 왕성했다. 현재에 이르서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에 달한다. 이는 한국이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나라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다. 한국의 해외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하고 수출액 규모는 미국의 2배 이상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총 무역액으로 따져도 2위 한미무역과 3위 한일 무역을 합친 것보다 한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이제는 명실공히 한국의 미래는 중국의 발전방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이웃나라 중국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가 강연을 통해, 방송을 통해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통해 중국을 알리는 이유도 우리나라에 부족한 중국 전문가를 키우기 위함이다. 더 이상 중국을 못 사는 나라, 짝퉁 천국으로 업신여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낡아빠진 고정관념은 버리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볼 때다.

​한때는 한국을 일컬어 IT 강국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타이틀은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의 IT 기술은 놀라우리만치 급성장했다. 인터넷 보급률만 살펴보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빠른 인터넷 보급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온라인 전환은 우리나라를 앞섰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48.8%에 달한다. 인터넷 보급률로만 보면 선진국의 70%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인터넷 사용자 수는 무려 6.7억 명,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도 5.9억 명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 총인구보다 2배가량 많은 숫자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의 온라인 시장이 얼마만큼 커질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R&D 인재 개발 육성 사업이다. 현재 미국이 전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결국, 국가의 부흥은 사람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짐을 시사한다. 날로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 전문가 10만 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한국만이 내세울 수 있는 기술력과 인재가 필요하다. 중국과 오랫동안 우방국으로 지내온 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개인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인재 육성에 힘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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