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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애니 베전트 지음, 황미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듯하다. 주로 책을 통해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소설, 에세이, 철학, 인문학, 역사,
종교 등 그 장르
또한 다양하다. 형태만 달리한 채로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약 700만 년 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바로 인류의 기원이다. 그에 얽힌 이론은 난무하지만 무엇 하나 뚜렷하게 증명된 것은 없다. 지구 상에, 아니 전 우주상에 인류가 살아있는
한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탐험은 계속 될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바로 '내가 어디에서 온 것일까'하는 점이다. 나란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먼저 알아야 되는 이유다. 그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역시 '미래의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하는 점이다. 이렇게 3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음으로써 나란 존재를 규명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소우주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구성요소가 우주의 그것과 닮아 있기에 일컬어진 말이다. 1986년 영국의 뉴사이언스 과학잡지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별자리를 컴퓨터에 입력해 그래픽화하면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즉,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확대한다면 우주의 모습이 된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잡지에서 발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허망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과연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류의 기원을 쫓아가다 보면 인간의 능력, 지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가령, 종교적인 관점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때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들도 더러 있다. 과연 이것들도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나란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과정에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크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인류의 기원 자체가 그야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가까운 이야기들 아닌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란 책은 우리에게 뚜렷한 목적의식 또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나란 존재'에 대해
사색할 수 있게 이끌어줄 뿐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신지학'이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종교와 철학, 윤리 사상 속에 흐르는
커다란 하나의 가르침이 있다는 관점으로 그 '근본적인 하나의 가르침'을 지칭한다. 그것이 곧 '고대의 지혜'다. 이는 우리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범우주적인 넓은 시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자 할 때 도움을 준다.
실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우주에 속한 작은 먼지에 불과하지만 우주 그 자체다. 결국 '나란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의를 찾는 마지막 종착점은 '나'로 귀결된다. 내 안에 질문과 해답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인 결국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내 안에 있는 답을 찾기 위해 나를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힘, 지혜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그 지혜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