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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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노래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그를 추억하는 우리들만이 남았다. 지난달 6일이 그가 떠난 지 꼭 20년이 되던 날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영원한 가객으로 그를 기억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의 이름 석자 김광석을 아로새기면서.

평소 우리가 그를 추억하는 방법은 살아생전 그가 불렀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색다르게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듯하다. 흔히 김광석의 노래엔 철학이 담겨 있다고들 말한다. 시대의 부조리와 삶의 모순,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등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다 그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불현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듣게 되나 보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삶의 의미와 깊이를 철학적인 사색으로 재해석하여 들여다본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한 첫 번째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2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이 가객 김광석을 만났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철학적 사색은 다음과 같다.

사랑의 슬픈 추억을 간직한 채 어두워져 가는 거리에서 모든 것이 꿈결같다고 노래하는 '거리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 행복을 이야기한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인간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공포, 자만, 색욕, 갈망, 연민, 쾌락, 고통,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을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느끼곤 한다. 기복이 심한 상태에서 우리가 만족할만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중용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이러한 중용은 인간에게 있어 최상의 상태를 나타낸다. 결국 행복이라는 감정은 덜하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중용으로서의 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행복을 이렇게 단순히 정의 내릴 순 없다.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듯이 자기 자신에게 맞는 행복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가객 김광석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 같다. 그 말을 부인하듯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만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아픈 사랑은 죽음과도 같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죽음은 삶의 의미도 갖는다. 하이데거 또한 죽음 이면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감정이 불안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보았다. 불안은 미래 속의 가능성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인간은 불안을 극복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보통의 인간'이라 불렀으며 이와 달리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을 '실존'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그는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것은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다.

이 외에도 '이등병의 편지'와 칸트가 만나 비판의 철학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헤겔이 만나 자유의 철학을, '타는 목마름으로'와 마르크스가 만나 혁명의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철학 사상가들의 이론을 재미있게 만날 수 있었다. 항상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듣던 김광석을 철학적 사색과 함께 읽게 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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