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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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콩 영화가 아시아 영화계를 주름잡던 시대가 있었다. 흔히 1980~90년대 후반까지를 홍콩 영화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홍콩 영화인이나 평론가들은 6~70년대를 전성기로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웅본색과 같은 홍콩 느와르를 알린 장철 감독이나 검술 무협영화의 선구자인 호금전 감독 홍콩 액션스타의 시발점이 되는 이소룡 같은 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면 홍콩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당시 홍콩 영화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 영향이랄까 여전히 그 당시 유명했던 홍콩 배우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홍콩 영화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홍콩 영화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있다. 그가 바로 전 세계인의 '따거' 성룡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낯설지 모르겠지만 내 또래의 남자아이치고 성룡을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아마 성룡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취권>이란 영화는 모두 알 것이다. 성룡 하면 영화 <취권>, 영화 <취권>하면 성룡. 이는 어느덧 홍콩 영화계의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그 정도로 성룡은 비운을 달리한 이소룡의 뒤를 잇는 홍콩 액션 영화의 새로운 별이었다. 홍콩 액션 영화는 이소룡-성룡-이연결-견자단 계보로 이어진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소룡을 제외하곤 모두 여전히 활동을 하고 현역 배우들이다. 그중에서도 성룡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권>속 성룡 그대로의 모습이다. 장난기 가득한 코믹 액션을 선보이는 '따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가 액션 영화배우로 활동을 해온 지도 5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1962년 영화 <대소황천패>로 데뷔한지 올해로 55년이 된다. 그런 그가 조심스럽게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의 삶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배우 성룡이 아닌 인간 성룡의 모습을 담은 책이 나왔다. 그 책이 바로 <성룡: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라는 책이다.

성룡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대역 없는 고난도 액션을 직접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영화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엔딩 크레디트 속 NG 장면을 보면 영화 속 멋진 액션 장면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들린 듯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실수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죽을 고비를 하여 만들어낸 명장면들은 그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영화계의 전설 아니, 신화적 존재가 되어버린 '따거' 성룡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성룡의 인간적인 모습을 새삼 발견한 듯하다. 영화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모습들 말이다. 전 세계에서 유명한 배우이기에 특별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소박하다는 게 단순히 돈 낭비하지 않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재 자기 위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가 깨닫고 실천하는 모습들이 소박한 삶으로 보일 뿐이다. 가령, 영화 촬영 도중 마시는 생수가 남은 경우 그냥 버리지 않고 화단에 물을 붓는다던지, 이동 시 매니저를 한 명만 동반한다던지 하는 모습들 말이다. 의례 성공하면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한껏 치장하기 마련인데 삶의 연륜이 쌓인 걸까. 그런 거추장 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참, 알수록 매력적인 남자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따거'로 존경하고 좋아하나 보다.

왕년의 스타 배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건 한순간이다.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진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많은 배우들 중에 '따거' 성룡은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을 듯하다. 그가 남긴 영화뿐 아니라 그의 사람 됨됨이를 통해서 말이다. 가난한 무명의 무술 배우 시절 거쳐 지금의 대스타가 되기까지 그가 겪은 모든 일들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나온 과오를 모른 척 덮는 대신 성공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모습에 그 사람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성공하며 이룩했던 모든 것을 나누고 베풀기를 원하는 남자, 자신이 죽을 때 통장 잔고가 0원이기를 소원하는 남자가 바로 '따거' 성룡이다. ​영화 배우 성룡을 사랑하는 팬의 한 명으로서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 영원한 '따거' 성룡으로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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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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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교리가 이 세상에 전파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 종교집단에 속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섬뜩해진다. 국내 사이비 종교 사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다미선교회 시한부 종말론 사건이 아닐까 싶다. 1992년 10월 28일 세계가 종말 하면서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는 종말론을 앞세워 기독교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알듯이 1992년 10월 28일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낱 종교적 색채를 띈 사기극에 불과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무려 60여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930년,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온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가 다 그렇듯이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오래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다고는 하나 이마저 오래전 일이라 지금의 우리들에겐 그저 낯선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소설을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그 당시의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하에 있던 조선의 해방기 전후다. 일본의 압재에서 벗어났음에도 그 잔재는 고스란히 조선의 삶에 남아있다. 궁핍한 삶에 너도나도 살기 어려운 이때 소위 사람의 마음을 꼬드기는 듯한 사이비 종교의 교리는 어쩌면 당연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장교로 입관했던 해용은 해방을 맞은 후 조선으로 돌아온다. 일본인도 아닌 그렇다고 조선인도 아닌 그가 돌아올 곳은 조선밖에 없었다. 자신의 뿌리였던 나라를 버리고 떠난 그에게 조선은 이미 예전의 조선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발붙일 곳은 없다. 그렇게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때 그를 알아본 옛 친구들에 의해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은사를 떠나게 된다. 허탈한 발걸음을 옮긴 곳은 깊은 산속 산골 마을. 그곳에서 그는 무지한 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때론 사람들의 아픈 곳을 진찰해주곤 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런 해용은 곧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존경심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그의 삐뚤어진 마음은 곧이어 '치미교'라는 종교집단을 만들기에 이른다. 한편, 이상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 전 재산을 바치고 이제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그곳으로 가 살려고 하는 아버지를 말리기 위해 나선 상원이다. 상원은 그런 아버지와 여동생을 어떻게든 그곳에서 구해내려고 교도로 가장을 한채 잠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아버지와 여동생이 그 종교에 심취해 있음을 깨닫고 결코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도리어 그는 치미교의 무참한 살해 행각에 휘말리게 된다. 기회를 틈타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한 그는 오랜 죽마고우인 서울 창조 일보에서 의학기자로 일하는 친구 진수에게 연락을 한다. 과연 상원과 진수는 치미교의 사기 행각에 따른 살인 행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잘 짜인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만난 듯하다. 추천사에서 보듯이 당장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치밀한 구성과 배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연기할 배우를 떠올렸을 정도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실감 난다. 그래서 더욱이 끔찍하다. 앞서 언급했던 사이비 종교 단체의 사기 행각보다 충격이 크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교리에 사람들의 심리가 동요하는 걸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게 바로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해방 후 혼란했던 시대상이 가져온 아픈 기억의 파편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현재 우리 삶은 어떠한가​'라고 자문해보게 되었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심리는 별반 다르지 않은듯하다. 평행이론이라도 적용된 것은 아닐까 싶게 비슷하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후 맞게 되는 뼈아픈 민족 전쟁 그리도 분단.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땅의 민족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문명화를 이룩해냈다. 21세기인 지금은 과거의 역사를 잊어버린 듯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그대로다. 여전히 먹고살기 힘들고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식의 이기주의가 흘러넘친다. 사이비 종교의 이상한 교리가 다시 한번 이 땅을 흔들어 놓을 시기가 도래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억측에 불과하지만 보이는 양상이 그러한 듯하다. 이상하리만치 우리 삶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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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의 나비효과
김진섭 지음 / 프리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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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쩍 '책 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만큼 책을 쓴다는 것이 이제는 소위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하다. 책 쓰기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해야 될까. 원한다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책을 쓸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한 권을 책을 쓴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가 된다. 즉, 다시 말해 전문가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책을 쓴다는 형태만 다를 뿐이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다.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등 각종 SNS 채널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그렇게 쓴 글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내 이야기가 책이 되는 그런 시대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일까. 나만의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출간된 책의 독자가 비록 나 혼자일지라도 나만의 책을 갖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런 나의 작은 의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현역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자신이 어떻게 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깨달은 점과 더불어 저자만의 실질적인 작가 되기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담고 있다. 글쓰기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법부터 글을 쓴 후 출간을 위해 출판사 선정 요령까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 알려준다. 한 마디로 책을 쓰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는 최종 목표는 책을 쓰기 위한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지식, 정보, 교훈, 감동 그 모든 것을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새롭게 재정립해가는 과정이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히 머리로만 알고 있는 지식은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말로, 글로 표현했을 때야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 그래서 글쓰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책을 써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씀으로 인해서 운명이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지금의 나와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한 이들이 책을 쓰면서부터 변화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된 이후 그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병완 작가 또한 그렇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돌연 사표를 던지고 도서관에서 책 읽기에 몰입한지 3년 만에 무려 2년간 45권의 책을 펴낸 신들린 작가가 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책을 씀으로 인해서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책을 쓴다는 건 여전히 내겐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로 용기도 생긴다. 누구나 처음은 있고 커다란 성공 앞엔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작가 앤디 위어는 IT 회사에 근무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 글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마션>이다. 책을 꾸준히 읽고 글 쓰는 연습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나만의 책을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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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7 안데르센 동화집 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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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를 안 읽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만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동화가 바로 안데르센 동화다. 안데르센 동화는 문학작품으로서도 매우 높은 의의를 지닌다. 안데르센과 동시대에 활 그림 형제나 샤를 페로와 같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단지 구전으로 떠도는 이야기들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기보다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문학적인 동화로 만들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안데르센 동화야말로 문학사적 측면에서 볼 때 최초의 동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안데르센 동화는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를 비롯하여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J.R.R 톨킨, 오스카 와일드,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등 많은 이들이 안데르센 동화를 읽고 영감을 얻어 그들만의 예술 작품에 투영하곤 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안데르센 동화집> 시리즈는 그간 국내 출간된 번역본과는 확연히 다르다. 안데르센이 직접 편집에 참여하고 선별하여 수록한 동화집을 원문 그대로 완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작품들만을 선별했기에 다른 작품들보다 안데르센 동화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또한, 원문 그대로의 완역이기에 이전 출간본에서 각색되어 용이 달라진 점들이 그대로 실려있다. 이는 그동안 안데르센 동화를 접해왔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듯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만 여겨졌기 때문인지 해피엔딩의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동화집을 통해 작가의 숨은 의도를 되새겨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읽게 된 <안데르센 동화집>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수록된 동화들은 이전에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안데르센을 소개할 때 간혹 언급되곤 했던 작품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읽어보진 못 했던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안데르센이라는 작가가 쓴 동화를 처음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전에 갖고 있던 느낌을 배제한 채 오롯이 작품에만 몰두하여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동화집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완전히 새롭다. 과연 이 이야기들이 동화라 할 수 있을까.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여느 작품들은 지극히 성인 동화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생전의 안데르센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작가로 여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어느 정도는 알 듯하다. 이번 동화집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 원문 동화집에 실린 유명 화가들의 삽화를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안데르센 동화의 전속 삽화가라 할 수 있는 천재 화가 빌헬름 페데르센을 비롯하여 로렌츠 프뢸리크, 에드먼드 뒤락, 아서 래킴, 카이 닐센 등 많은 화가들이 참여했다. 안데르센 동화를 그림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가 아닐까.

동화집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든 생각은 '고전을 읽고 있구나'하는 점이었다. 물론, 고전 맞다. 그것도 보기 드문 유명한 고전 중의 고전. 하지만, 어릴 적 접했던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다 보니 고전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색달랐다. 전에 읽었던 소설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게 되면 전혀 새로운 소설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와 같이 이번에 읽게 된 <안데르센 동화집>은 완전히 새로운 동화였다. 그것도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그런 동화. 새삼 안데르센이라는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 같다.

완역 출간된 <안데르센 동화집> 시리즈 총 7편은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집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중 하나다.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를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줬다. 안데르센 동화에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값진 선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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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0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4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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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똑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어릴 적에는 그림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했었는데 최근 들어 부쩍 그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전문가 수준의 그림 보는 능력을 갖춘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림에 끌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림이 갖는 어떤 의미를 이해를 하려고 하기보단 그저 그림이 주는 느낌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랄까. 가령 학창시절부터 흔히 봐왔던 고흐의 여러 모습들을 담고 있는 《자화상》이 그렇다. 더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 시대의 역사를 통해서만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게 한다. 때론 그림을 보는 동안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주는 타임머신은 아닐까 생각된다.


​명화, 좋은 그림에 명언, 좋은 말이 함께 한다면 어떨까. 이에 가장 잘 알맞은 사자성어가 있다면 바로 '금상첨화'란 말이 아닐까 싶다. 좋은 그림에 어울리는 좋은 말 한 마디는 그림이 주는 의미를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명화를 돋보이게 하는 명언, 명언을 형상화해주는 명화. 역시 '금상첨화'다. 이렇게 좋은 화畵와 언言을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보고 읽는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책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삶의 장면을 표현한 그림과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이끌어줄 명언을 함께 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모호하고 난해한 추상화나 고전주의 작품들은 가능한 배제하고 생활에 더 가까운 쉽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들만을 선별했다고 한다. 아마도 저자 본인도 이 책을 통해 하루의 힐링을 얻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저자는 하루를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 이렇게 다섯 개의 시간으로 나눈다. 그에 맞게 다섯 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명화와 명언을 싣고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깨어 있을 당신을 위한. 새벽이슬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찍 일어난 당신을 위한. 정신없이 하루의 반을 떠나보내고 나머지 반을 향해 가는 당신을 위한. 황혼을 깃드는 시간 조용히 사색을 즐기려는 당신을 위한.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그야말로 온전히 나만의 행복한 하루를 위한 명화를 배경으로 한 좋은 이야기책이다.


오전 3시 반을 지나 4시를 향하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테마는 '새벽,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멈추고 책을 다시 들쳐본다. 책을 보면서 그어놓은 밑줄이 보인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봄은 겨울을 향해 걷는다. 끝을 기억할 때 삶은 단단해지리라.' 고흐가 스승 모브의 부고 소식을 듣고 그림 《모브의 추억》과 함께 실린 명언이다. 역설적이게도 고흐는 스승의 죽음에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아 만개한 복숭아나무를 그렸다. 생명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괴테는 말한다. "우리의 운명은 한겨울의 과일나무와도 닮았다. 메마른 가지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필 것이라고 그 누가 짐작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바란다. 그리고 알고 있다. 언젠가는 그 메마른 가지에서 다시 푸른 잎이 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시작과 끝은 항상 존재해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살아내었다는 것은 그만큼 죽음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꽃이 피듯이 죽음 뒤에 삶도 다시 이어진다.


생각하기에 따라 하루는 짧은 시간이 될 수도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끝을 맺는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똑같은 하루라도 보다 기분 좋게 시작한다면 끝맺음도 좋지 않을까. 하루 한 점의 명화와 한 편의 짧은 명언이라면 충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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