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홍콩 영화가 아시아 영화계를 주름잡던 시대가 있었다. 흔히 1980~90년대 후반까지를 홍콩 영화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홍콩 영화인이나 평론가들은 6~70년대를 전성기로 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웅본색과 같은 홍콩 느와르를 알린 장철 감독이나 검술 무협영화의 선구자인 호금전 감독 홍콩 액션스타의 시발점이 되는 이소룡 같은 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면 홍콩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당시 홍콩 영화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 영향이랄까 여전히 그 당시 유명했던 홍콩 배우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홍콩 영화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홍콩 영화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있다. 그가 바로 전 세계인의 '따거' 성룡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낯설지 모르겠지만 내 또래의 남자아이치고 성룡을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아마 성룡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취권>이란 영화는 모두 알 것이다. 성룡 하면 영화 <취권>, 영화 <취권>하면 성룡. 이는 어느덧 홍콩 영화계의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그 정도로 성룡은 비운을 달리한 이소룡의 뒤를 잇는 홍콩 액션 영화의 새로운 별이었다. 홍콩 액션 영화는 이소룡-성룡-이연결-견자단 계보로 이어진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소룡을 제외하곤 모두 여전히 활동을 하고 현역 배우들이다. 그중에서도 성룡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권>속 성룡 그대로의 모습이다. 장난기 가득한 코믹 액션을 선보이는 '따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가 액션 영화배우로 활동을 해온 지도 5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1962년 영화 <대소황천패>로 데뷔한지 올해로 55년이 된다. 그런 그가 조심스럽게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의 삶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배우 성룡이 아닌 인간 성룡의 모습을 담은 책이 나왔다. 그 책이 바로 <성룡: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라는 책이다.

성룡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대역 없는 고난도 액션을 직접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영화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엔딩 크레디트 속 NG 장면을 보면 영화 속 멋진 액션 장면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들린 듯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실수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죽을 고비를 하여 만들어낸 명장면들은 그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영화계의 전설 아니, 신화적 존재가 되어버린 '따거' 성룡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성룡의 인간적인 모습을 새삼 발견한 듯하다. 영화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모습들 말이다. 전 세계에서 유명한 배우이기에 특별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소박하다는 게 단순히 돈 낭비하지 않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재 자기 위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가 깨닫고 실천하는 모습들이 소박한 삶으로 보일 뿐이다. 가령, 영화 촬영 도중 마시는 생수가 남은 경우 그냥 버리지 않고 화단에 물을 붓는다던지, 이동 시 매니저를 한 명만 동반한다던지 하는 모습들 말이다. 의례 성공하면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한껏 치장하기 마련인데 삶의 연륜이 쌓인 걸까. 그런 거추장 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참, 알수록 매력적인 남자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따거'로 존경하고 좋아하나 보다.

왕년의 스타 배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건 한순간이다.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진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많은 배우들 중에 '따거' 성룡은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을 듯하다. 그가 남긴 영화뿐 아니라 그의 사람 됨됨이를 통해서 말이다. 가난한 무명의 무술 배우 시절 거쳐 지금의 대스타가 되기까지 그가 겪은 모든 일들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나온 과오를 모른 척 덮는 대신 성공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모습에 그 사람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성공하며 이룩했던 모든 것을 나누고 베풀기를 원하는 남자, 자신이 죽을 때 통장 잔고가 0원이기를 소원하는 남자가 바로 '따거' 성룡이다. ​영화 배우 성룡을 사랑하는 팬의 한 명으로서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 영원한 '따거' 성룡으로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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