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하나의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똑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어릴 적에는 그림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갖지 못했었는데 최근 들어 부쩍 그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전문가 수준의 그림 보는 능력을 갖춘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림에 끌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림이 갖는 어떤 의미를 이해를 하려고 하기보단 그저 그림이 주는 느낌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랄까. 가령 학창시절부터 흔히 봐왔던 고흐의 여러 모습들을 담고 있는 《자화상》이 그렇다. 더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 시대의 역사를 통해서만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게 한다. 때론 그림을 보는 동안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주는 타임머신은 아닐까 생각된다.
명화, 좋은 그림에 명언, 좋은 말이 함께 한다면 어떨까. 이에 가장 잘 알맞은 사자성어가 있다면 바로 '금상첨화'란 말이 아닐까 싶다. 좋은 그림에 어울리는 좋은 말 한 마디는 그림이 주는 의미를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명화를 돋보이게 하는 명언, 명언을 형상화해주는 명화. 역시 '금상첨화'다. 이렇게 좋은 화畵와 언言을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보고 읽는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책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삶의 장면을 표현한 그림과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이끌어줄 명언을 함께 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모호하고 난해한 추상화나 고전주의 작품들은 가능한 배제하고 생활에 더 가까운 쉽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들만을 선별했다고 한다. 아마도 저자 본인도 이 책을 통해 하루의 힐링을 얻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저자는 하루를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 이렇게 다섯 개의 시간으로 나눈다. 그에 맞게 다섯 가지 테마를 주제로 한 명화와 명언을 싣고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깨어 있을 당신을 위한. 새벽이슬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찍 일어난 당신을 위한. 정신없이 하루의 반을 떠나보내고 나머지 반을 향해 가는 당신을 위한. 황혼을 깃드는 시간 조용히 사색을 즐기려는 당신을 위한.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그야말로 온전히 나만의 행복한 하루를 위한 명화를 배경으로 한 좋은 이야기책이다.
오전 3시 반을 지나 4시를 향하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테마는 '새벽,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멈추고 책을 다시 들쳐본다. 책을 보면서 그어놓은 밑줄이 보인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봄은 겨울을 향해 걷는다. 끝을 기억할 때 삶은 단단해지리라.' 고흐가 스승 모브의 부고 소식을 듣고 그림 《모브의 추억》과 함께 실린 명언이다. 역설적이게도 고흐는 스승의 죽음에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아 만개한 복숭아나무를 그렸다. 생명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괴테는 말한다. "우리의 운명은 한겨울의 과일나무와도 닮았다. 메마른 가지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필 것이라고 그 누가 짐작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바란다. 그리고 알고 있다. 언젠가는 그 메마른 가지에서 다시 푸른 잎이 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시작과 끝은 항상 존재해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살아내었다는 것은 그만큼 죽음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꽃이 피듯이 죽음 뒤에 삶도 다시 이어진다.
생각하기에 따라 하루는 짧은 시간이 될 수도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끝을 맺는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똑같은 하루라도 보다 기분 좋게 시작한다면 끝맺음도 좋지 않을까. 하루 한 점의 명화와 한 편의 짧은 명언이라면 충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