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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교리가 이 세상에 전파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 종교집단에 속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섬뜩해진다. 국내 사이비 종교 사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다미선교회
시한부 종말론 사건이 아닐까 싶다. 1992년 10월 28일 세계가 종말 하면서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는 종말론을 앞세워 기독교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알듯이 1992년 10월 28일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낱 종교적 색채를 띈 사기극에 불과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무려 60여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1930년,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온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가 다 그렇듯이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오래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되었다고는 하나 이마저 오래전 일이라 지금의 우리들에겐 그저 낯선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소설을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그 당시의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하에 있던 조선의
해방기 전후다. 일본의 압재에서 벗어났음에도 그 잔재는 고스란히 조선의 삶에 남아있다. 궁핍한 삶에 너도나도 살기 어려운 이때 소위 사람의
마음을 꼬드기는 듯한 사이비 종교의 교리는 어쩌면 당연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장교로
입관했던 해용은 해방을 맞은 후 조선으로 돌아온다. 일본인도 아닌 그렇다고 조선인도 아닌 그가 돌아올 곳은 조선밖에 없었다. 자신의 뿌리였던
나라를 버리고 떠난 그에게 조선은 이미 예전의 조선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발붙일 곳은 없다. 그렇게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때 그를 알아본 옛 친구들에 의해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은사를 떠나게 된다. 허탈한 발걸음을 옮긴 곳은 깊은 산속 산골 마을.
그곳에서 그는 무지한 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때론 사람들의 아픈 곳을 진찰해주곤 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런 해용은 곧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존경심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그의 삐뚤어진 마음은 곧이어 '치미교'라는 종교집단을 만들기에 이른다. 한편, 이상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 전 재산을 바치고 이제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그곳으로 가 살려고 하는 아버지를 말리기 위해 나선 상원이다. 상원은 그런
아버지와 여동생을 어떻게든 그곳에서 구해내려고 교도로 가장을 한채 잠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아버지와 여동생이 그 종교에 심취해
있음을 깨닫고 결코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도리어 그는 치미교의 무참한 살해 행각에 휘말리게 된다. 기회를 틈타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한
그는 오랜 죽마고우인 서울 창조 일보에서 의학기자로 일하는 친구 진수에게 연락을 한다. 과연 상원과 진수는 치미교의 사기 행각에 따른 살인
행각을 밝혀낼 수 있을까.
잘 짜인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만난
듯하다. 추천사에서 보듯이 당장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치밀한 구성과 배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연기할
배우를 떠올렸을 정도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실감 난다. 그래서
더욱이 끔찍하다. 앞서 언급했던 사이비 종교 단체의 사기 행각보다 충격이 크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교리에 사람들의 심리가 동요하는
걸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게 바로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해방 후 혼란했던 시대상이
가져온 아픈 기억의 파편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현재 우리 삶은
어떠한가'라고 자문해보게 되었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심리는 별반 다르지 않은듯하다. 평행이론이라도 적용된 것은
아닐까 싶게 비슷하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후 맞게 되는 뼈아픈 민족 전쟁 그리도 분단.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땅의 민족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문명화를 이룩해냈다. 21세기인 지금은 과거의 역사를 잊어버린 듯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그대로다. 여전히 먹고살기 힘들고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식의 이기주의가 흘러넘친다. 사이비
종교의 이상한 교리가 다시 한번 이 땅을 흔들어 놓을 시기가 도래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억측에 불과하지만 보이는 양상이 그러한 듯하다.
이상하리만치 우리 삶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