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 사람을 따르는가 -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조건
나가마쓰 시게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3.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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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은 나에게 신뢰를 주며 나 또한 그 사람에게 신뢰받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하지만, 리더라고 모두가 이와 같진 않다. 리더의 능력을 갖춘 이들은 많지만 존경받는 리더는 극히 드문 이유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리더라는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진정 리더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제임스 버그는 리더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더의 조건이요? '저 사람과 일하고 싶다, 저 사람과 밥 먹고 싶다, 저 사람을 만나면 힘이 생기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지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리더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닌 매력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라는 매력, 이것이 진정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매력적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쏟는다. 그 대상이 한 조직의 리더라면 부하 직원은 본인의 평소 실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좋아서, 그를  돕고 싶고 그에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을 따르게 하는 리더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리더란 뒤에서 부하직원들을 감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앞에서 이끌어 주는 존재다. 그런데 이때 리더가 먼저 부하직원들의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사람은 좋아서 스스로 할 때 원래 자신의 능력보다 더 발휘하게 된다.

저자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리더십에 관한 강연을 하고 책을 쓰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원래 평범한 타코야키 노점상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일까.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건 다른 아닌 노점상 시절부터 함께 해온 직원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처럼 큰 회사의 CEO가 되어서도 단 한 번의 스카우트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즉,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고 자신과 함께 일해온 직원들을 인재로 육성해 낸 것이다. 직원들의 각기 다른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더니 그들이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만들었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일류의 인재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사람을 일류로 만든다'라는 그의 철학이다. 

이 책은 단순히 리더의 조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리더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에게 따금한 충고와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때론 의욕이 없거나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책임자가 먼저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의욕을 불어넣는 일은 가능할까. 근사한 말이지만, 쉬운 일도 아니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이는 학생까지만 해당되는 말이다. 돈을 지불하고 배우는 학생과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의욕 정도는 스스로 가지고 출근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분이 상하는 것도 마음의 습관일 수 있다. 기분이 상했다고 받아주기만 하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 정도를 조절하기가 아주 어려운 부분이지만, 물러서서는 안 된다. 물이 부족하면 시들지만, 지나쳐도 썩는다.


우리는 흔히 리더란 구성원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키고 동기부여를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리더에겐 구성원 개개인보다 조직 전체를 위한 더 중요한 일이 많지 않을까. 의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나에게 일침을 놓는 말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의욕 정도는 스스로 챙겨야 되지 않을까.

리더는 부하 직원을 존중하고, 부하 직원은 리더를 신뢰하고, 동료끼리 서로 아낀다. 저자는 이것을 커뮤니티십 경영이라고 정의한다. 커뮤니티십 경영을 펼치는 조직에서는 존중과 리더십이 양립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리더와 구성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커뮤니티 경영의 시작은 리더의 능력에서 비롯되며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따르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보다 내 주변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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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세계사 - 5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파악하는 여섯 번의 공간혁명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오근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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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이해하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다. 방대한 양만큼이나 한눈에 다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세계사는 오랫동안 시간의 흐름 순서에 따라 서술되어 왔으며 그것이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해석 방법일까. 지중해를 바탕으로 한 서유럽 중심의 서양사, 고대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양사.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편향되어 있는 듯하다. 여기서 세계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해하는 것만이 올바른 이해 방법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역사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사건의 기록이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더해 공간적인 관점으로 세계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첫 번째 시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가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사를 파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세계사를 이해하기에 부족했던 세계관을 보완하여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21세기 현대 사회까지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공간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문명의 발단이 된 큰 강 유역의 공간 혁명, 이동과 전쟁의 수단이 된 말이 탄생시킨 공간 혁명, 기마유목민에 의해 건설된 이슬람 제국과 상인들에 의해 통합된 유라시아 공간 혁명,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가장 급변하게 된 대항해 시대의 공간 혁명,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에 의한 공간 혁명, 21세기 현대사회의 근간이 된 인터넷의 발달에 의한 전자 공간 혁명. 이렇게 크게 6개의 공간 혁명으로 5000년 인류사를 말 그대로 단숨에 파악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가 배웠던 역사적 사건이 저자가 말하는 공간 혁명의 어느 단계에 속하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고 이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적 혁명을 통해 세계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간의 흐름을 통해 구조적으로 놓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연결되어 상호보완되고 있어 넓은 시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기에 좋다. 한 권의 책으로 세계사를 모두 이해하기엔 어렵겠지만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중심 무대의 변화를 따라가며 복잡한 세계사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21세기 현대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역사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으며 그 변화 또한 크다. 역사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사의 큰 맥락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에 대한 설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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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
박진형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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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음에도 삶은 말 그대로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고전(古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삶의 지혜를 얻고자 고전을 찾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고전 읽기가 열풍 아닌 열풍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가능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듯하다. 물론, 학교 교과서에도 많은 고전들이 실려 있으며 수업 시간에 배운다. 하지만, 공부를 위한 고전 읽기와 삶을 위한 고전 읽기는 엄연히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조언을 고전에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현역 고교 선생님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문장은 구어체로 되어 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듯이 말이다. 호칭도 아이들이 부르는 듯한 '쌤'이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뭐랄까. 인자한 선생님이 인생 상담을 해주는 느낌이 든달까. 읽기에도 편하다. 그래서 집중도 잘 된다. 낯선 고전 읽기가 쉽고 재미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고전들은 모두 교과서 실린 작품들이다. 국어 교사인 저자가 직접 선별한 동서양 대표 고전 20편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고전들이 대부분이다. 학창시절 배운 기억이 나질 않으니 조금은 민망하다고 해야 될까. 그중 유일하게 읽은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소설로써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귀한 집 도련님의 좌충우돌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도련님>속 주인공 도련님을 가장 아껴주는 인물인 하녀 기요 할멈에 주목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거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기 위해서 <도련님>이라는 작품을 고른 듯하다.
이 외에도 여러 고전들을 통해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줄 조언들을 들려준다. 이 책에 실린 작품 중에 유독 관심 있게 본 작품은 <한중록>이다. <한중록>은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 씨의 자전적 회고록이다. 시아버지인 영조 앞에서 뒤주에 갇히는 형벌로 남편을 잃었고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누명의 가문은 멸문지화를 당했고 자식(정조)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한 여인의 고달픈 인생 이야기다. <한중록>은 조선왕조의 역사적 사료로써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아직 정독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고전이다. 그 외 기억에 남은 좋은 작품들도 두루 있다. 허균 <남궁선생전>, 박지원 <예덕선생전>, 작자 미상 <규중칠우쟁론기>, 김소운 <특급품>, 전영택 <화수분>, 윌리엄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모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인간의 삶의 경계 안팎이다. 즉, 모든 문제엔 답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온갖 어려움들, 모두 옛 선인들이 겪으신 일들이다. 그분들이 그와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이 고전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삶은 고전(苦戰)이 아닌 고전(古典)의 연속이다. 삶의 지혜가 간절히 필요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한 곳에서 고전을 읽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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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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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거짓. 일요일 아침마다 우리를 미스터리 한 세계로 빠져들게 했던 예능 프로였다. 실제 사건을 진실과 거짓으로 재구성하여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과연 어느 것이 맞는지 추리해보는 시간이었다. 늦잠자고 싶어지는 일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았다. 그저 킬링 타임용 재미있는 예능 프로였기 때문일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프로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을까. 그것은 오직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우리의 삶에 또 다른 선택 즉, 플랜 B가 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나도 몰랐던 내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 이런 것이라면 대략 맞을 듯하다. 그런데, 예능 프로에서처럼 만들어진 거짓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진실된 삶조차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 세계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라면 말이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이 사회에 태어난 생명에겐 반드시 주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보장번호 즉, 주민등록번호다. 그것은 그 사람이 속한 사회 속에서 그를 식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 그것을 갖고 있는 않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존재한다. 그런데 오늘부로 그 존재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D이며 정신과 의사였던 실종된 그의 쌍둥이 언니를 찾고 있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병원이며 어릴 적 기억을 제외하고 성인이 된 후의 15년간의 기억이 통째로 날려간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X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한 과정에서 만난 Y와 B로 인해 자신이 영화에서 보고 말로만 듣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후의 삶도 그와 같기를 종용 받는다. 하지만, 믿기 힘든 진실 앞에 의문의 싹은 커져간다. 이 사회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언니를 대신하여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하게 된 그녀 D와 기억을 잃어버린 채 이 사회를 조종하는 스파이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그 X가 만나게 된다.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의해 설계된 것이었을까.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그로 인해 D와 X 그리고 Y, B는 자의와 타의로 인해 진실을 쫓아가게 된다.

제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 <고요한 밤의 눈>은 우리에게 삶의 진의 여부를 묻는 듯하다. 그러는 한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과연 진실한지 묻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두 작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는 그 실체를 본 적은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존재인 빅 브라더에 의해 유지되는 디스토피아 사회의 모습을 그린 조지 오웰의 <1984>다. 다른 하나는 기계가 만들어낸 가상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진실의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다. 전자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 사회를 조작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고 후자는 스파이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조작된 삶을 살아가는 정체성 잃어버린 무기력한 존재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소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한다. 인생의 3분의 1을 살아온 나는 내 의지대로 살아온 것일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것인가.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단지 잘 짜인 시스템에 의해 나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래밍되어 살아온 것은 아닌가. 물론,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사소한 버그들은 끊임없이 생겨났고 고쳐졌다.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 삶도 고쳐지고 다듬어져 온 것은 아닐까. 사회라는 시스템을 벗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에 길들여지는 것은 필연이 아닐까. 아니, 필요악이 아닐까. 이토록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로서의 깨달음에 절망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종국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패배하지 않기보다는 무엇이든 해서 패배하겠다'. 충격적인 깨달음에 이은 대반전이다. 시스템에 편입되어 무기력한 존재로 살아가기보단 무엇이 되었든 간에 시도해보자고 말한다. 그 노력이 비록 더 비참한 삶으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그 삶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언제까지 후회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슬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어디에도 없지만 슬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이제 끝내야만 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망설이지 말고 이제는 한발 내디딜 차례가 다가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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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누구인가 - 소설로 배우는 리더의 열 가지 조건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현정수 옮김 / 이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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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더의 자격이 있는가?' '나는 리더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회사생활 14년 차.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묻게 된다. 과연 지금의 나는 조직의 리더가 되기에 적합한 것일까. 여전히 배움에 목말라하고 누군가를 이끌기보다는 팀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리더의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한 듯하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 구루들이 쓴 리더십 관련 책을 읽어보아도 그에 대한 궁금증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리더십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게는 가정, 학교에서부터 넓게는 기업, 정부에까지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요즘과 같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따른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적, 사회적 판세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리더가 되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 과연, 평범한 우리들도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일까? 현직 경영 컨설턴트가 소설 형식을 빌려 쓴 이 책이 앞선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시스템 어시스트'의 사장인 요시자와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라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경영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는 상장까지 생각할 정도로 성공한 회사였지만 IT 버블 붕괴와 함께 그 꿈도 날아간지 오래다. 그런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은퇴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자신의 뒤를 이을 차기 사장직에 마땅한 인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고민 끝에 요시자와는 안면이 있던 컨설턴트 안도에게 차기 사장 선발을 위한 경영 컨설팅을 의뢰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시작된 차기 사장 선발을 위한 회사 내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개발부, 영업부, 관리부, 총무부 등 각 부서에서 선발된 8명의 후보들과 함께 '시스템 어시스트'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요시자와는 프로젝트를 통해 리더의 조건을 갖춘 차기 사장을 선별할 수 있을까? 8명의 사람 중에 누가 차기 사장에 뽑히게 될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리더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을 끌어들이고 동지로 삼을 수 있는가?

2. 솔선해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가?

3. 디테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가?

4. 냉정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5. 부하를 아끼고 키울 수 있는가?

6.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7. 모든 것을 짊어질 각오가 있는가?

8.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가?

9. 비전을 만들고 제시할 수 있는가?

10.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앞서 열거한 리더의 조건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졌을 때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하고 물어본다. 정해진 답은 없을지라도 최선의 답은 존재한다. 저자는 가장 적합한 답을 제시하며 그것이 리더가 되기 위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준다. 지금의 나는 리더의 조건에 얼마만큼 부합되고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리더의 조건은 능력이 아닙니다. 열 가지 조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식의 문제입니다. 타고난 능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식을 갖는가, 요컨대 각오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누구라도 리더가 될 수 있고, 새로운 리더를 만들고 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낙제였던 사람도 앞의 조건을 채울 수 있고, 여러분의 자제나 직원이 리더의 조건을 갖추도록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껏 리더란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왔다. 그런데 저자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리더는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닌 각오, 결심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고 해야 될까.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고 해야 될까. 이보다 명쾌한 리더십 교육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지금껏 리더십 관련 많은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만큼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없는 듯하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10가지 조건을 소설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점은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법한 이야기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소설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마치 차기 사장 후보 중 한 명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읽은 듯하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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