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사랑하다, 떠나다 - 노마드 소설가 함정임의 세계 식도락 기행
함정임 지음 / 푸르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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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휴식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자아성찰을 위해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 많은 이유 중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다.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 진정 즐기는 여행도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음식에는 그 도시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투여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아무런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이라도 그 나라 그 도시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곳에서의 추억을 쌓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저자는 20년간 전 세계를 돌며 문학, 예술 그리고 음식을 탐험해 왔다고 한다. 그 생생한 세계 식도락 여행기가 바로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네팔까지 총 14개국을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식을 멋지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맛의 향연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오는 신비로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놀라움이 한층 더 여행의 맛을 살려주는 듯하다. 지금껏 내가 떠난 해외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이탈리 여행이 전부이다.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낯선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선선하다. '내가 정말 이곳에 왔구나'하는 그 감격이란.. 과연 말로써 글로써 표현할 수 있을까. 직접 그곳에 가 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만큼 여행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한 말은 없는 듯하다. 여행을 간다면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 그곳에서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지금껏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기에 내 삶의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은 떠남의 미학 또한 갖고 있는 듯하다.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 여행의 묘미랄까. 머묾과 떠남의 즐거움이 있는 여행.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다. 그런 멋진 여행을 완벽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힘든 여정을 끝내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만큼 나를 채워주는 것은 없을 것이기에 말이다.

​작가 함정임은 노매드 소설가로 불린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감을 뜻하는 철학적 개념의 '노매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문학, 예술, 요리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노매드인 이 아닐까 싶다. 자유롭게 먹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유롭게 떠나는 그녀의 여행 이야기가 이 순간 너무 부러워진다. 언젠가는 그녀의 발자취를 밟아가며 자유롭게 먹고, 사랑하고 떠나는 자유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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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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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서양 화가 루벤스. 그가 남긴 미술 작품들은 그가 죽은 이후 거의 4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17세기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남긴 작품, 아니 스케치가 하나 있다. 한복을 입은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 스케치다. 이 작품은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이다.

<한복 입은 남자>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 그림 속 한국인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관심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루벤스가 활동을 하던 17세기에 어떻게 해서 한국인이 유럽에 있었는지 말이다. 지금과 달리 동서양 문명 교류가 활발하지 않던 그때 머나먼 동양의 작은 나라의 사람이 그곳에 갈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는 과거 임진왜란 이후 이탈리아 상인에게 조선 소년을 팔았다는 일본 측 사료에 따라 추정할 따름이다. 과연 루벤스의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는 누구일까.

'​루벤스의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방송국 PD 진석은 자료 조사 중 조상의 의복 전시관에서 우연히 비차를 보게 된다. 비차는 조선시대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말하는데 그것의 모형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바로 세기의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와 유사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인 '꼬레아'라는 성을 가진 엘레나를 만나게 된다. 진석은 그녀에게서 일기 비슷한 책을 받게 된다. '비망록'이라 불리는 그 책은 그녀의 조상의 유품으로 그녀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면서 가져온 것이다. 그녀는 진석에게 비망록의 해석을 부탁하게 된다. 조선 초기 한자와 한글 그리고 이탈리아어가 뒤섞여 있는 비망록의 해석을 위해 진석은 오랜 친구인 강배를 찾아가게 된다. 진석은 며칠 후 친구 강배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듣게 되는데.. 바로 비망록은 조선이 낳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쓴 책이라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에서 홀연히 사라진 장영실.. 비밀 속에 감춰져 있던 그의 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는데..

혼천의, 측우기, 해시계, 자격루 등을 발명한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인 장영실.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졌던 그의 숨겨진 과거가 베일을 드디어 벗는다. 10년 동안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는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파격적일만큼 놀랍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동서양의 세계 역사가 다시 쓰여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아니, 여전히 천재 중의 천재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이 세상엔 수많은 천재가 있지만 그처럼 모든 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던 이는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런 그를 가르친 스승이 있다면. 그 스승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왔다면. 그의 천재성을 키워준 이가 바로 동양에서 온 바로 그라면. 상상만 해도 놀랍고 놀랍다. 우리가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역사는 동양의 작은 나라의 한 과학자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역사의 한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비망록에 담겨있는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한편으론 너무나 안타까웠다. 왜 우리의 역사는 위대한 과학자를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왕조 500년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위대한 과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가 서양의 천재에게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말이다.

2014년 한 해가 가기 전에 정말 멋진 역사 소설을 만나 너무나 기쁘다. 더욱이 그동안 단순히 조선의 발명가로만 알려지던 장영실에 대한 숨겨진 그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작품을 만나게 되어 의미가 있는 듯하다. 아직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한 뚜렷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도 작업 중에 있다고 하니 뒤이어 개봉될 영화가 무척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당분간은 '한복 입은 남자, 장영실'에 빠져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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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크고 밝고 둥글게, 월호 스님 잠언집
월호 지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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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달려온 나의 인생보다 앞으로 달려갈 나의 인생길이 아직 더 멀게 느껴진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길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껏 살아온 인생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도 순탄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네 인생은 둥글다고 말한다. 때론 힘들고 지치는 고된 삶이 연속일지라도 그와 못지않은 행복과 기쁨도 찾아오기 때문인가 보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끝은 존재하는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우리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불가에 몸담고 있으면서 일반인들에게 불가의 의미와 뜻을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월호 스님의 글들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리셋(Reset). 이 말의 뜻을 모르는 이는 없을 듯하다. '다시 맞추다', '다시 제자리에 넣다'. 리셋이 갖는 의미를 우리네 인생에 적용시켜 본다면 어떨까. 월호 스님의 잠언집인 <리셋: 크고 밝고 둥글게>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진짜 삶이란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씀하신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본다. 사랑, 마음, 쉼, 내려놓음, 공부, 지금, 죽음, 텅 빔, 완전연소, 자연, 나눔, 자비. 스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란 존재는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완벽한 존재다. 완벽이란 한치의 실수가 없는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갖은 실수를 범하고 그 실수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완벽'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하나의 완벽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월호 스님의 잠언집을 덮으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보려고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지금까지 나를 억누르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비워보려 한다. 有에서 無로 그리고 다시 無에서 有로 채우기 위해서.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일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그 희망을 무엇으로 채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앞에 펼쳐진 인생길을 달려가는 건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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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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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속 인물 중에서 누군가 살아 돌아온다면 과연 어떨까. 그것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1945년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았던 인물.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그 장본인. 바로 아돌프 히틀러다. 마치 얼음 속의 냉동인간처럼 잠들어 있다가 66년 만에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깨어난다. 소설이라는 것이 픽션이 가미된 하나의 문학적 장르이지만 이건 정말 상상 초월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생각지 못 했던 놀라운 가정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한 듯하다.

이 책은 히틀러라는 희대의 선동자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사회 풍자 소설이다. ​ 그래서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지나온 역사 속 인물인 히틀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살아 있으리라고 그 누가 믿을까. 그는 진짜 히틀러임에도 자신을 코스프레한 어쩌면 정신 나간 인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과 그의 말은 심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진짜 히틀러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뛰어난 웅변술로 수많은 대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지 않은가.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점점 매료되어 버린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여 골머리를 썩이는 곳은 아마도 정치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 듯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속이 다 시원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진짜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현대판 히틀러​가 그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침없이 비판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모두 다르기에 맞다 틀리다 갑론을박할 수는 없겠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언론과 독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라 논란이 거셌다는 사실이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논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명하지 못한 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엔 또 하나의 재미가 숨겨져 있다. 독일 원작 소설에서도 볼 수 없으며 오로지 한국어판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의 삽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히틀러가 독일 베를린 공원이 아닌 서울 한강 공원에서 깨어났다면?'이라는 기절초풍할 정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만화로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대한민국 독자들을 또 한 번 재미난 상상 속으로 초대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가볍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대체 히틀러를 부활시켜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다. 그저 단순히 말 그대로 픽션이 있는 소설인가 싶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엔 생각할 여운을 남기는 그런 소설이 된 것 같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과거 불가 몇십 년 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행동한다. 스스럼없이 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 이념, 문화, 사람, 제도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어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현대판 히틀러의 목소리가 부러웠던 것 같다. 주변이 어떻든 누가 머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 재미로 시작해서 의미 있게 끝맺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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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필요한 순간들 - 초등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인생 멘토링
여기태 지음 / 카시오페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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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따로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아빠가 필요한 순간들인 것 같다. 이제 6개월이 된 아이에겐 당연한 얘기다. 아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세상을 알아갈 때 당황하지 않고 힘들 때마다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 엄마, 아빠다. 엄마와 아빠가 각각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겠지만 아이가 점차 성장하면서 사회적인 독립과 자립을 위해선 아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들의 아빠들은 여전히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부족한 것 같다.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빠들이 자칫 가장 소중한 내 아이들에게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빠 1명이 100명의 스승보다 낫다'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아빠가 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20년간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아빠의 이야기를 하는 아빠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인천대학교 여기태​ 교수다. 그는 말한다. 살면서 아이가 힘든 순간에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 아빠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이다. 저자 본인도 가족부양의 책임을 갖고 일만 해오던 아빠였지만 아이와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빠가 필요한 순간'들이 언제인지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우리 아빠들의 육아의 본질은 아빠의 욕심이 아니라, 아이의 눈빛이 빛나는 곳으로 아이를 인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사회생활의 첫걸음인 대학생이 되고 그 이후 내 아이가 자립을 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아빠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진솔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저자 본인이 아빠로서 경험해온 내용이기에 그의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공감백배 리얼 아빠의 양육서다. 책을 읽으면서 아빠의 역할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아이와 교감을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조금의 노력으로 내 아이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빠 꼼꼼하게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아빠가 필요한 순간들을 잘 찾아낸 것 같다. 사소한 것부터 다소 심각한 것들까지 고민하고 신경 쓰며 실천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초중등학교에 입하는 아이의 글씨체를 교정해주면서, 성교육을 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주면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때에는 약속이나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호기심에 유혹되지 않도록 흡연에 대한 경고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가 어떤 건지 전공 찾기를 도와주면서.. 부모 곁을 떠나 의젓한 대학생이 될 아이를 위해 대학 선택과 생활에 대해, 영어, 군대, 직업 등 점차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점들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이 모든 게 결국 내 아이의 독립을 위한 것으로 집결된다. 저자는 아빠의 궁극적인 역할은 자녀의 독립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독립을 한다고 해도 부모들에겐 언제나 내 품 안의 새끼들 같은 마음일 것 같다. 내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은 그 마음을 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 모든 아빠들이 바라는 게 있다면 바로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친구가 된다는 것 왠지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역할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아빠들 너무 겁부터 먹지 않기를 바란다. 나 같은 초보 아빠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선배 아빠들의 조언이 있기 때문이다. 초보 아빠, 예비아빠, 늦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아빠들에게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용기와 노력이다. 천천히 조금씩 아이의 닫힌 문을 열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아빠의 여유를 찾아보자. 나도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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