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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평점 :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서양 화가 루벤스. 그가 남긴 미술 작품들은 그가 죽은 이후 거의 4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17세기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남긴 작품, 아니 스케치가 하나 있다. 한복을 입은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 스케치다. 이 작품은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이다.
<한복 입은
남자>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 그림 속 한국인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관심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루벤스가 활동을 하던 17세기에
어떻게 해서 한국인이 유럽에 있었는지 말이다. 지금과 달리 동서양 문명 교류가 활발하지 않던 그때 머나먼 동양의 작은 나라의 사람이 그곳에 갈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는 과거 임진왜란 이후 이탈리아 상인에게 조선 소년을 팔았다는 일본 측 사료에 따라 추정할 따름이다. 과연 루벤스의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는 누구일까.
'루벤스의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방송국 PD 진석은 자료 조사 중 조상의 의복 전시관에서 우연히 비차를 보게 된다.
비차는 조선시대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말하는데 그것의 모형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바로 세기의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와 유사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인 '꼬레아'라는 성을 가진 엘레나를 만나게 된다. 진석은
그녀에게서 일기 비슷한 책을 받게 된다. '비망록'이라 불리는 그 책은 그녀의 조상의 유품으로 그녀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면서
가져온 것이다. 그녀는 진석에게 비망록의 해석을 부탁하게 된다. 조선 초기 한자와 한글 그리고 이탈리아어가 뒤섞여 있는 비망록의 해석을 위해
진석은 오랜 친구인 강배를 찾아가게 된다. 진석은 며칠 후 친구 강배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듣게 되는데.. 바로 비망록은 조선이 낳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쓴 책이라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에서 홀연히 사라진 장영실.. 비밀 속에
감춰져 있던 그의 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는데..
혼천의, 측우기, 해시계,
자격루 등을 발명한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인 장영실.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졌던 그의 숨겨진 과거가 베일을 드디어 벗는다. 10년 동안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는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파격적일만큼 놀랍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동서양의 세계 역사가 다시 쓰여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아니,
여전히 천재 중의 천재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이 세상엔 수많은 천재가 있지만 그처럼 모든 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던 이는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런 그를 가르친 스승이 있다면. 그 스승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왔다면. 그의 천재성을 키워준 이가 바로 동양에서 온 바로 그라면.
상상만 해도 놀랍고 놀랍다. 우리가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역사는 동양의 작은 나라의 한 과학자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역사의 한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비망록에 담겨있는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한편으론 너무나 안타까웠다. 왜 우리의 역사는 위대한 과학자를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왕조 500년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위대한 과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가 서양의 천재에게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말이다.
2014년 한 해가 가기
전에 정말 멋진 역사 소설을 만나 너무나 기쁘다. 더욱이 그동안 단순히 조선의 발명가로만 알려지던 장영실에 대한 숨겨진 그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작품을 만나게 되어 의미가 있는 듯하다. 아직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한 뚜렷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도 작업 중에 있다고 하니 뒤이어 개봉될 영화가 무척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당분간은 '한복 입은
남자, 장영실'에 빠져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