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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 역사 속 인물 중에서
누군가 살아 돌아온다면 과연 어떨까. 그것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1945년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았던 인물.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그 장본인. 바로 아돌프 히틀러다. 마치 얼음 속의 냉동인간처럼 잠들어 있다가 66년 만에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깨어난다. 소설이라는 것이 픽션이 가미된 하나의 문학적 장르이지만 이건 정말 상상 초월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생각지 못 했던 놀라운 가정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한 듯하다.
이 책은 히틀러라는 희대의
선동자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사회 풍자 소설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지나온 역사 속 인물인 히틀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살아 있으리라고 그 누가 믿을까. 그는 진짜 히틀러임에도 자신을 코스프레한
어쩌면 정신 나간 인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과 그의 말은 심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진짜 히틀러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뛰어난 웅변술로 수많은 대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지 않은가.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점점 매료되어 버린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여 골머리를 썩이는 곳은 아마도 정치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 듯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속이 다 시원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진짜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현대판 히틀러가 그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침없이 비판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모두
다르기에 맞다 틀리다 갑론을박할 수는 없겠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언론과 독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라 논란이 거셌다는 사실이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논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명하지 못한 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엔 또 하나의 재미가
숨겨져 있다. 독일 원작 소설에서도 볼 수 없으며 오로지 한국어판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의 삽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히틀러가 독일 베를린 공원이 아닌 서울 한강 공원에서 깨어났다면?'이라는 기절초풍할 정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만화로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대한민국 독자들을 또 한 번 재미난 상상 속으로 초대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가볍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대체
히틀러를 부활시켜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다. 그저 단순히 말 그대로 픽션이 있는 소설인가 싶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엔 생각할 여운을
남기는 그런 소설이 된 것 같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과거 불가 몇십 년 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행동한다. 스스럼없이 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 이념, 문화, 사람, 제도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어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현대판
히틀러의 목소리가 부러웠던 것 같다. 주변이 어떻든 누가 머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 재미로 시작해서 의미 있게
끝맺음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