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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슈퍼히어로
김보영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지구의 평화를 위해 싸우기 위해 다시 한번 뭉쳤다. 며칠 전 전 세계에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2의 이야기다. 우리가 슈퍼 히어로 하면 바로
떠올리는 이들이다. 슈퍼맨, 배트맨 등을 시작으로 지금의 아이언맨까지 모두 할리우드의 영화나 미국 만화잡지에서 접한 영웅들이다. 사실 영화나
만화 속 슈퍼 히어로들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존재들이다. 그들을 과연 현실에 만나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 했던 슈퍼 히어로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라면 어떨까. 현실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왠지 슈퍼 히어로들은 나와 같은
세계에 살지 않는 초인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웃집 슈퍼 히어로>에서
만나는 영웅들은 그간 우리가 접해왔던 영웅들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조금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생활의 달인들처럼 느껴진다. 보통의 사람보다는 뛰어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 즉,
초인이다. 그렇다. 소설 속 영웅들의 모습은 기인, 초인의 모습에 가깝다. 총 9명의 작가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색깔로 그려낸 슈퍼
히어로들의 삶의 모습이 재각기 펼쳐진다.
각기 특색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비하 및 성차별, 정치적
갈등, 부의 가치, 스타 매니지먼트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로 적절하게 버무려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그간 우리가 접해왔던 영웅들의 모습과 어딘지 모르게 다르고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며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
9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편복협 대 옥나찰>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은
<초인은 지금>이라는 작품이다.
<편복협 대 옥나찰>은 타
작품들에 비하면 정말 우리가 익히 봐오던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다. 비슷하게 익숙한 이름들의 인문들이 등장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무림강호 이야기로 재해석한듯한 이야기다. 영화와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인은 지금>이라는 작품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진짜 현실처럼 그려졌다. 영웅에게 도움을 받은 한 남자가 또 다른 도움을 받은 여고생을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본 영웅의 모습과 앞으로의 영웅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와중에 우리 사회는 영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투표를 하기도 한다. 투표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린 광화문 광장에서 영웅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남자.
그리고 그가 본 영웅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 또한 우리처럼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개인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영웅은 우리와 늘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읽기 시작해서 나름 무게 있는
이야기들에 그저 재미있는 히어로 이야기로만 끝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집이다. 우리가 슈퍼 히어로들을 동경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의 능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든 생각은
그 희망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슈퍼 히어로는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 슈퍼 히어로가 내 이웃이 될 수도 있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