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은행나무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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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 밝았다. 새해가 밝아오면 그와 함께 내 나이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다. 매년 한 살씩 늘어가는 나이가 이젠 반갑기 보단 살짝 부담스러운 걸 보면 나도 제법 나이가 들었나 보다. 특히 나이로 많은 부분을 규정지어 버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일정한 선을 지나 한 살씩 더해지는 나이는 어느 순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건 사회가 요구하는 '나이값'에 뒤따른 미션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나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나이 먹는게 마냥 신났던 때는 초딩 전후였던 것 같다. 빨리 나이 먹고 싶어 동짓날 팥죽과 설날 떡국을 마구 비워대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난 대학교 마저 졸업해 버린 어른이 되어 있다. 그와 함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긋지긋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압박에서 헤어나기만 고대하던 고3 시절도 이젠 추억의 한 장이 되어 버렸다. 지난날을 떠올리다 보니 저절로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시간 참 빠르다, 빨라...
 
누군가를 나타내고 판단하는 보편적 기준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이'다. 그럼 나이란 무엇일까. 지금의 나를 만든, 내 삶의 길이를 가늠하는 척도가 나이 아닐까. 한 살이라는 나이가 내게 준 시간 동안 나는 어떤 모습으로건 성장했을 것이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꾸만 늘어나는 나이의 무게를 마냥 미워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아니, 미워하긴 커녕 더더욱 사랑해야 할 터다. 정말 내 나이 이거.. 거저 먹은게 아니니깐 말이다.
 
 
광활한 인터넷 바다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이 '나이'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들이 지나온 과거의, 지금 거닐고 있는 현재의, 그리고 곧 마주 할 미래의 '나이'에 대한 각각의 생각과 감상, 희망 등을 피력한 그 한 줄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한 권의 책에 담겨졌다. 이 책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의 저자란에 '네티즌 글­ㆍ그림'이란 글자가 또렷이 박혀있는 이 책은, 1세부터 100세에 이르는 100가지의 나이와 삶에 대한 34012명의 누리꾼들의 감성어린 정의와 그 글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일기장 만한 앙증맞은 크기의 책을 펼치니 1부터 100까지 나열되는 숫자에 맞춰 한 편엔 글이 다른 한 편엔 사진이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나이만큼 저마다의 독특하고 다양한 정의들이 꿈틀대고 있는데, 때론 재기발랄하게 때론 심각하게 자신의 느낌을 담아낸 그 글들을 읽다 보면 얼굴도 모르는 아이디의 주인공들에게 괜시리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 그건 그 나이를 대표하는 공통된 감정이 그 글 속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렇게 그들의 글에 나의 추억을 더해 본다.
 
 
 
- 3 : 불현듯 엄마의 배가 터질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날 홀쭉해진 배와 함께 나타난 건 동생이다.
나는 셋째 딸이다. 세 번째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날에 경험했던 나름의 굴곡의 주요원인은 조부모님들이었다. 할아버지는 또! 딸이라며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고(그래서 내 이름은 남매 중 유일하게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엄마 말씀처럼 그래서 내 이름이 가장 예쁘긴 하지만! ㅎㅎ!), 할머니는 딸 낳은 며느리라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 물론, 내 뒤에 남동생이 태어났을 땐 모든 상황이 달라졌음은 안봐도 비디오다. 그나마 그런 억울함 따위를 느낄 나이가 아니여서 다행이지만.
 
- 4 :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행동한다.
지금 조카들을 보면 정말 누가 지은 말인지 '미운 네 살'이란 말이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보는 나도 저럴진데 같이 사는 언니들은 어떠할까. 그래도 미운 행동 틈틈이 천사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키우는 맛이 난다고 한다. 4살 때 나는, 고추잠자리 안 잡아준다고 혼자 삐쳐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초등학교 입학한 언니네 교실에 찾아가 같이 앉아 수업 듣고(^ ^;), 걷기 싫어서 엄마한테 업어달라고 떼쓰던 그런 조그만 계집아이였었다. 미운 네 살도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으로 변한다. ㅎㅎ
 
- 12 : 방학숙제도 하루 만에 다 할 수 있다. 한 달 일기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와~ 이걸 쓴 누리꾼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개학을 앞두고 미뤄둔 방학숙제를 하는데 최소 사흘, 한 달 일기를 다 쓰는데 하루는 족히 걸렸다. 초등학교때 일기를 몰아 쓸 때 마다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날씨였는데, 일기 내용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어도 날씨는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일기 내용을 꾸며내기에도 지친 나는 언제부턴가 나름의 꾀를 내었는데,  일기장에 매일의 날씨와 그날의 포인트가 되는 사건을 한두 개 정도 적어두는 것이다. 기억력이 반짝이던 때라 몇 가지 단어만으로도 그날의 일을 모두 떠올릴 수 있었기에 그 이후부터 일기 몰아쓰기는 한층 수월해졌다. ㅎㅎ (그러면서도 결코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았던;; ^ ^;;)
 
- 16 : 낮에는 아무리 무서운 선생님 얼굴을 봐도 졸리고, 밤에는 심야방송을 다 보고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누가 쓴 건지 완전공감이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밤 늦게까지 킥킥대다가, 아침이면 비몽사몽~ 수업시간에 수시로 졸기를 즐겨(?)했던 학창시절이여~! 졸음이 쏟아지던 수업시간을 견디기란 얼마나 힘든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한 번은 호랑이 수학 선생님 시간에 맨 앞 줄에 앉아서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 졸았던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ㅎㅎ (그러나~ 선생님의 시야는 중간줄 이후를 향하므로 맨 앞 줄이 의외로 들킬 염려가 적다;;)
 
- 24 : 제대하고 복학해서 이십 대의 내 청춘을 즐기리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후배들이 아저씨란다.
이 글을 보곤 대학 시절이 생각나 절로 웃음이 났다. 파릇파릇 대학 새내기 시절, 복학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들이었다. 외모도, 하는 행동도, 풍기는 분위기도 모두 아저씨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내 동기들이 군대를 가고, 내 동생이 군대 갈 나이가 되어버린 쯔음, '군인 아저씨'는 더이상 '아저씨'가 아닌 '군인 아그들'이었다;; 지나고 보니 정말 피어나는 젊음들인데 그 당시엔 왜 그렇게 아저씨 냄새 풀풀~ 풍기는 노땅들로 보였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만 하다. ㅎㅎ;;
 
- 26 : 신분증을 요구하는 술집 직원에게 팁을 주고 싶어진다.
아마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그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나는 작고 마른 편에 화장이나 사치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사람들이 내 나이보다 어리게 본다. 한 때는 그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나의 추레함을 느끼고는 '제 나이에 맞게' 보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 나이를 넘겨 보는 것보단 어리게 봐주는 게 당근 좋다!
 
- 31 : 세상을 뒤엎지는 못하더라도 남은 인생은 뒤엎을 수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서른은 또 다른 새로운 잔치의 시작이 아닐까.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풍성한 멋진 잔치의 시작. 살아온 서른 해를 기반으로 앞으로 다가올 많은 날들을 잔칫날로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 35 : 도전을 겁낸다면 꿈을 이룰 수 없다.
이건 어느 나이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모 통신사 광고 카피가 더더욱 힘을 북돋워줄 것이다.
 
- 40 : 나이 물어보면 '만 나이'로 대답한다. "어, 아직 30대야!!"
하핫. 나는 25 넘어가면서부터 만 나이를 고집했는데.. 그럼 나는;;;;; 땀삐질;;;;;
 
- 50 : 요즘 애들의 추세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나이. 그들의 언어조차 알아듣기 힘들어 인터넷을 뒤져본다.
허걱; 나는 요즘도 모르는 인터넷 용어가 눈에 들어오면 살며시 네이버 지식인을 애용한다. 즐~, OTL, 안습, 된장녀, 훈남, 끌녀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 알 수 없는 이 오묘한 용어들이 인터넷 바다에 넘쳐나 그 뜻이 사뭇 궁금해지면 누군가에게 묻기보다 조용히 검색창을 띄우는게 편하다. 그럼 나도 50대? ;;; 자자~ 솔직히 고백해 보자. 나 말고도 검색창을 전전하는 청춘들, 많지 않은가? ㅎㅎㅎ (이 글의 오른쪽에 'OTL'에 관한 지식검색 사진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어찌나 웃었던지.. ^ ^;;)
 
- 62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처음 스키를 배웠다. 그는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했다.
올해 부모님은 진갑을 맞으셨다. 자식들 키우느라 젊음을 모두 저당잡힌 그 분들의 머리엔 이젠 제법 서리가 내려앉았다.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모님의 꿈, 자식 걱정 말고 온전히 자신들을 위한 꿈을 아직 품고 계실런지.. 죄송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 67 : 어릴 때는 할머니를 보며 나한테도 저런 날이 올까 했는데, 지금 손녀를 보면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다.
요즘도 엄마는 틈틈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신다. 몸도 가볍고 마음도 솜털같던 그 시절, 산과 들을 누비며 걱정이라고는 없었던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엄마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구나 싶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던 거였다. 이제 곧 나도 그렇게 되겠지?
 
- 70 : 드디어 신문에 난 오늘의 운세에 맨 마지막을 장식한다. 12년 후의 나는 운세도 없는 건가.
신문의 '오늘의 운세'에 처음으로 자리잡은 내 출생년도를 보고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내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지표 중의 하나였던 오늘의 운세. 그런데 거기서 내 운세가 사라질 그날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아마 처음 나타났을 때보다 사라질 때가 더욱 서글프겠지..
 
- 92 : 안 그런 척 하지만 죽음이 두렵다. 언제 그렇게 세월은 갔을까.
할머니 연세가 올해가 92세다. 호호백발에 약간 굽어진 허리를 가졌지만 아직도 직접 방청소를 하시고 자신의 옷가지는 손수 빨아입으실 만큼 기력이 좋으시고 자식들 생일을 모두 기억하실 만큼 정신도 맑으시다. 80세부터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올해 92세를 맞으셨다. 내가 얼른 죽어야지~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만 조금만 편찮으셔도 바로 병원을 찾으시는 걸 보면 그 마음이 진짜는 아닌 모양이다. 하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삶이란 그런 것이다. 안 그런 척 하지만 막상 죽음이 목전에 다가오면 두려운.. 그런 것.
 
- 100 : (중략) 나이를 먹는다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인생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내가 과연 몇 살까지 살다가 이 세상을 뜰 지는 모르겠으나 매 순간 인생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여정임은 틀림없는 듯 하다. 그걸 매 순간 기억하고 있다면 삶을 조금은 더 신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백 가지 나이에 부여된 백 가지의 생각들을 읽으며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시금 떠올려 본다. 책장을 한 장 넘길 때 마다 내 추억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고, 책의 뒷 부분 지긋한 나이로 달려갈 때면 나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해 간다. 내가 마흔이 되고, 환갑을 맞고, 여든을 바라보게 되면 그때 내 마음은 이 책의 글들과 얼만큼 비슷할지 혼자 상상도 해 본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지나간 어제를 통해 추억을 함께 하고 다가올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말처럼,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한 줄의 짧은 글로 우리의 삶을 다시 되짚고 미래의 삶의 밑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짧은 글과 사진으로 채워져 있기에 금방 다 볼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이런 류의 책을 싫어하는 분들도 적잖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책 속의 여백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된다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훨씬 더뎌진다.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내가 기억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 나이를 찾아 들춰보며 다른 사람은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며 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오른쪽에 자리잡은 사진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떨 땐 열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니까. 때론 생각날 때 마다 한 번씩 펼쳐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이 일기장'을 선택했다. 새해를 맞을 때 마다 그해를 함께 할 내 나이를 찾아 그 안에 업그레이드 될 내 삶을 축하하는 글을 적을 것이다. 때론 이제 떠나보내야 할 지난 나이의 한 귀퉁이에 이별의 아쉬움을 토로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존의 글들에 내 감상을 더하며 내 '나이 일기장'을 채워나가려 한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나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채워질런지 벌써부터 신나고 설렌다. 나중에 펼쳐든 이 책 속에서 누리꾼들과 나의 속내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리라.
 
 
- 86 :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지금 주어진 나이가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나이만큼의 삶을 살아왔고, 그만큼의 추억을 갖고 있다. 삶의 여행길에서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 뿐만 아니라 슬프고 괴로웠던 시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조각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당신의 '아름다운 삶'을 향해 소리높여 외쳐 보자. 
Bravo~! Bravo my life~! 라고!
 





 


 
- 20 : (나 만의 정의) 내 마음의 나이는 언제나 '스물(=청춘)'이다. ^ -^*
(다르게 해석하면 아직 철이 없다고 볼 수도; 쿨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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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든남자 케라틴 실크프로테인 헤어팩 - 1000ml
소망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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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펌이나 기타 열기구로 머리가 많이 푸석푸석한 편이라 헤어팩을 쓰는데요.
머리도 덜 푸석거리고 정전기도 적게 일어나고 좋더라구요~
친구가 워낙 좋다고 얘기를 해대서 저도 이 제품 쓰게 됐답니다.

헤어팩하면 꽃을 든 남자가 원조격이죠~
500ml랑 1000ml랑 가격 차이가 크게 차이가 없어서 이걸로 써봤었는데요.
지금은 알라딘엔 500ml가 없네요.
제가 양을 적게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양도 엄청 많아요.
1000ml 짜리 하나 사면 거의 일년 넘게 쓰더라구요.
나중엔 막 지겨운;;;;;

그냥 린스만 하고 나면 머리가 좀 푸석거리고 그런데
헤어팩 해주면 부드럽고 정전기도 적게 일고 그러더라구요.
원체 머리가 찰랑~이랑은 거리가 먼 머리털인지
광고처럼 윤기 쟈르르~까진 기대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저는 만족합니당. ^^

참, 저는 린스 대신에 샴푸 후에 헤어팩을 린스처럼 써요.
그래서 오랜시간 트리트먼트 하듯이 하기도 하지만
그냥 간편하게 린스처럼 자주자주 써줘요.
매번 공들여 트리트먼트 하기엔 좀 귀찮더라구요;; ^^;;

푸석한 머리땜에 고민이시라면 이 제품 좋을 것 같아요.
레브론도 써봤는데 이거나 그거나 크게 차이는 없네요.
용량이 꽃든남자가 좀 더 많다는거~~~

맘에 드는 걸로 골라쓰심 될 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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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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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에 휘날리는게 머리카락도, 스카프도, 옷자락도 아닌 비닐시트라니.. 비닐시트를 빨랫줄에 널어놓았나?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혼자 키득거렸었는데 정작 비닐시트의 뜻은 예상밖에 너무나 진지하고 숭고하기까지 해서 빨랫줄 타령을 한 내 생각의 짧음이 부끄러워 혼자 얼굴을 붉혔다. 

이 책은 특이한 제목에 한 번, 곱게 차려입은 권신아의 화사한 일러스트 표지에 또 한 번, 그리고 보통 일본소설의 양장본과 달리 400페이지가 넘는 꽤나 두툼한 두께에 다시 한 번 눈길이 머문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동명의 단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를 포함 6편의 단편들을 모아 엮은 단편집인데 나로선 처음으로 접하는 모리 에토의 작품이었다. 번잡하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와 담담한 문체도 좋았고, 쉽지 않은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그의 솜씨도 마음에 들었다. 요즘 인기를 끄는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움을 지니면서도 그 속에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기에, 이 책은 내게 '모리 에토'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기분좋은 첫만남이었다. ^ ^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슴뭉클한 응원가"라는 카피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하지만 가슴 속에 자신만의 열정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어느 누구도 삶을 허투루 살지 않으며, 쉽지 않은 삶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현실이라는 살벌한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꿈과 열정을 저당잡히며 사는지.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이 더욱 가슴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 담긴 6편의 단편들은 각기 다른 맛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뜻하는 바를 위해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과 인간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이 뿜어내는 삶의 에너지가 내게도 와닿는 것 같아 한층 기분이 좋아졌다. 각각의 단편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그 감상을 적어봤다. 



『그릇을 찾아서』 - 이기적이고 변덕스럽지만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내는 파티시에 히로미의 매니저 야요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하던 야요이는 자신이 그리던 맛의 케이크를 만들어내는 히로미를 만나면서 파티시에에서 그녀의 매니저로 삶의 방향을 수정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청혼을 앞두고 변덕스런 상사의 심술에 마지못해 그릇을 찾으러 떠나게 된 그녀는 그 과정에서 애인과 상사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갈등하지만, 곧 그릇을 찾아다니면서 진정 자신이 원하던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릇가게의 남자의 말과 눈빛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끝나는 이 단편은 그릇을 찾는 야요이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위에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여성의 모습도 덧칠한다. 이 책의 첫 시작으로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볍운, 달콤한 맛의 단편이었다.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느낌이랄까.

- 낚시 도구 작은 새 장기 바둑 마작.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조심 남자에게 다가가는 동안, 야요이의 머리속에 오간 것은 어째서인지 어제 본 그 간판이었다. 행복이란 아마도 조금은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사는 것. (66쪽)


『강아지의 산책』 -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주부 에리코는 친구 나오미를 통해 새주인을 찾을 때까지 버려진 개들을 돌보는 자원봉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버려진 개들의 수용센터에 갔다가 그들의 애절한 눈빛을 잊지 못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에리코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걸'과 '비비'를 통해 그동안과 다른 삶의 또다른 면을 만나게 된다.

모리 에토는 에리코가 돌보는 강아지 중 귀엽고 싹싹한 '걸'보다 전주인에게 학대받아 세상을 힘들어하는 못생기고 병까지 있는 강아지 '비비'에게 보다 많은 애정을 보이며, 비비를 통해 이 세상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살며시 언급한다. 그리고 강아지의 산책 도중 만난 한 남자의 비아냥-못 먹고 죽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강아지를 위해 돈을 쓴다-과 강아지 수용센터에서 죽음을 앞두고 바라보던 간절한 강아지들의 눈길을 함께 연결시키면서 생명의 귀천에 대한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사실 따져보면 그 어떤 기준으로 동물들의 생명이 사람보다 가볍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작가의 이런 인류애는 마지막에 있는 단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개를 돌보기 위해 술집에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주부 에리코의 행동은 나의 정서로는 절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도 솔직히 이해하긴 힘들지만, 여러 번을 곱씹은 결과 그런 (어느 정도)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세상 사람들의 이목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하는 그녀의 열정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글쎄.. 별로 현실성있는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쩜 일본과 우리의 정서적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세상에는 '무섭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던가. 간신히 비비가 그것을 깨닫기 시작한 무렵, 어, 이 사람은 무섭지 않네, 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느낀 그 불가사의한 감정의 움직임을 에리코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전에는 '카테고리, 개'로 대충 인식하던 비비가 비로소 하나의 개체로 인식되고, 에리코 안에 '비비'란 새로운 카테고리가 구축된 순간이었다. (92쪽)


『수호신』 - 학점을 따기 위해 전설의 대필자를 찾아나선다는 다소 엉뚱한 소재의 단편. 호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고학생 유스케는 학점을 위해 겨우겨우 찾은 전설의 대필자 니시나 미유키와 면담을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그들은 서로의 의견과 반론 등을 펼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학점을 위해 리포트 대필을 원하는 절박한 마음의 유스케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로 작품을 누구보다 명쾌하게 해석하고 있으면서도 대필을 부탁하는 유스케를 이해할 수 없는 미유키의 의아함이 긴장감을 형성하며 충돌하지만 그들의 토론은 곧 접점을 찾게 된다. 그 때 미유키가 유스케에게 하는 말은 이 작품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잘 해 왔잖아. 잔재주도 못 피우고 쓸데없이 꼼꼼하고 엉뚱하기는 해도 성실하게 곧게 끈질기게 버텨왔잖아. 당신이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거야. 그렇게 죽도록 하다 보면 대학 생활 4년이, 당신의 인생에서 1억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될 거야." 끝까지 확신에 찬 그 말투. 머리로는 당신이야말로 공연한 자신감에 차 있고 논리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뜨뜻미지근한 감촉을 거역할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85쪽)

참,, 유스케와 미유키가 토론하는 작품들이 모두 일본 고전문학인지라 한국인인 나로선 같이 공감하지 못함이 조금 안타까웠다. (뭐, 이건 외국작품에게서 항상 느끼는 아쉬움이지만 말이다; ^ ^;)


『종소리』 - 개인적으로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불상을 향한 기요시의 집념과 사랑이 너무 강렬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단편이었다. 열정이 사랑과 집념으로, 그리고 집착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불상복원가인 기요시와 불공견삭관음-준제관음을 통해 그려진다. 마지막 고로의 회상으로 소개되는 반전은 불상에 대한 지식이 전무후무한 나로선 쉽사리 이해가 안되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고서야 겨우 이해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배경지식의 필요성이 새삼 느껴졌던 작품이기도 하다; ㅠ ㅠ;

젊은 날, 한창 불상복원에 몰입하던 기요시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종소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었다. 이야기의 마지막, 그는 또 다른 종소리를 들으러 걸음을 옮기며 종소리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는다. 이상과 현실의 줄다리기 속에서 나름의 굴곡과 여정을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게 우리네의 삶이다. 기요시와 고로의 바뀌어진 인생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포기했던 다른 길을 보는 듯한 그런 여운을 남겼다.

- 그렇군. 정말 묘한 얘기야. 새삼 인간의 운명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란 생각이 드는군.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운도 있고, 또 행운도 있고. (270쪽)


『x세대』 - 다른 세대의 겐이치와 이시쓰가 같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회사 광고의 클레임으로 고객에게 사과를 하러 가는 출장길에 나이가 많은 겐이치가 운전을 하고 젊은 이시쓰는 옆좌석에서 끊임없이 개인적인 전화를 하기 바쁘다. 젊은 것들이란.. 혀를 끌끌 차려는 순간, 이시쓰의 속사정이 밝혀진다.

어떤 사람을 평할 때 나이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들이대는 것은 보편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개인차를 무시한 편견이 될 수도 있다. 같은 40대여도 생활에 찌들린 사람과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20대이지만 젊음을 만끽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40대를 능가하는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이라는 기준으로 어떤 세대를 가르는 것은 나이라는 게 결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 아닌 진리 때문일 것이다. 

어린날의 약속과 그걸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시쓰와 친구들의 우정이 가슴 싸~하면서도, 겐이치와 이시쓰의 대화를 통해 나이란 무엇이며 그 나이에 묻혀가는 우리들의 꿈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친구들과의 야구시합을 위해 귀국을 하고, 비상사태의 회사에 과감히 휴가를 제출하며, 그 하루를 위해 잠시나마 회사를 그만두려는 생각까지 하는 바보같은 그들의 모습이 진정 부럽고 사랑스러웠다. ^ ^

- 안타깝게도 사람들 누구나 그리 쉬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 옛날 철부지였던 자신과 결별을 도모하면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들어가는그 철없음을 나도 모르게 안타까워한다. 지금 리얼 타임으로 젊음을 살고 있는 세대와 함께 있다 보면 왠지 거북해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슴속에서 술렁거리는 그런 생각을 인정하는 순간, 겐이치의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320쪽)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 이 책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역시 이 책의 백미는 2006년 나오키상에 빛나는 단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였다. 앞의 단편들이 모두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모습과 생각들을 담고 있다면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는 그 범위를 인류를 향한 전반적인 사랑으로 넓혀나간다. 난민구제를 통한 인류애의 표출과 개인적인 상실의 아픔속에서 치유와 발견을 거듭하는 자아의 성장이 담겨있는 이 단편은 작가 모리 에토가 작품 전반을 통해 이야기하는 '구원'이라는 주제와 가장 맞닿아있지 않나 싶다.

세상의 폭력이라는 바람에 힘없이 날려가는 비닐 시트같은 연약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너무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포기하고 동분서주하는 남자 에드와 그런 그를 사랑하는 여자 리카의 이야기인 이 단편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에서 꺼져가려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대신 자신을 바친 에드를 그리워하는 리카의 이야기다. 동시에 이 지구편 저쪽에 존재하는 연약한 사람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그들에에 대한 사랑을 토로하는 에드의 이야기다. 

UNHCR(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이라는 생소한 장소를 배경으로 국제난민이라는 쉽지않은 소재를 가지고 비교적 쉽고 편안하게, 그러나 전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 작품은 모리 에토라는 작가의 이름을 강하게 새기게 만든 단편이었다. 삶과 죽음, 개인의 안락함과 세계의 평화, 개인의 사랑과 인류에 대한 사랑 등에 대해 논하면서도 거부감이나 난해함 없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재능은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빛을 발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 비닐 시트가 바람에 휘날린다. 사나운 한 줄기 바람에 펄럭이고 뒤집히고 구겨질 대로 구겨져서 우주를 춤춘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처럼 무수하게, 아우성치고 있다. 날씨는 절망적이고 바람은 폭력적으로 몰아친다. 바람이 불면 휘날리는 비닐시트. 한없이 날려간다. 돌이킬 수 없는 저편으로 내몰리기 전에, 허공에서 그 몸이 찢겨지기 전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한다. (327쪽)

- 나는 온갖 나라의 난민 캠프에서 비닐 시트처럼 가볍게 날려가는 사람들을 봐왔어. 생명도, 인간의 존엄성도, 사소한 행복도 비닐 시트처럼 아주 쉽게 날아올라. 구깃구깃 구겨져서는 그대로 날려가는 거야. 폭력적인 바람이 불었을 때 가장 먼저 날려가는 것은 약자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야. 노인이나 여자, 아이들.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들.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들을 도와줘야 해. 그 손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지경이야. (387쪽)

- 설령 날려간다 해도 일본에 있는 한, 당신은 아전한 어딘가에 착지할 수 있잖아. 어떤 바람이 불어도 당신의 목숨까지 앗아가지는 않아. 태어나 자란 집이 불타 돌아갈 곳이 없어지는 일도, 눈앞에서 가족이 죽임을 당하는 일도 없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도 있고. 현장에서는 그런 것을 행복이라고 해. (389쪽)




최근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긴 답장이 왔다. 직장 상사가 바뀌어서 요즘 여러가지로 바쁘고 빡빡하다는 하소연과 갈수록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는 푸념이 섞여있는 친구의 답장을 읽는 동안 다시 그림을 배워볼까 싶다며 홍조를 띠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던 친구인지라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함이 늘 안타까웠는데, 그런 친구가 다시 그림을 그려볼까 한다고 한다. 비록 전문적인 영역으로 나아가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다는 친구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괜시리 나까지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삶이 쉽진 않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곧 다가올 내일도 열심히 사는 걸거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힘내라고, 지금 너는 잘 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계속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케이크를 돋보이게 해 줄 그릇을 찾는 야요이, 강아지를 돌보기 위해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에리코, 졸업을 위해 대필을 찾는 유스케, 불상에 자신을 내던지던 기요시, 10년전 약속을 위해 사직까지 생각해 보는 이시쓰와 죽은 남편 에드의 뜻을 이어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삶이 때론 내 뜻대로 되지 않고 힘겨울 지라도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말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달려가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참 많은 시간을 곱씹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잔상과 뒷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이 글을 쓰면서 찬찬히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것은, 책이란 맛난 먹거리를 먹고 여러 번의 되새김을 통해 음미한 그 맛들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기에 좋은 것 같다. 특히 좋은 책은 좋은 맛과 영양을 담고 있기에 그 되새김이 더욱 행복해진다. 그런 면에서 지금껏 잘 해 왔다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며, 덤으로 희망의 에너지까지 수혈해 주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는 내게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모리 에토와의 즐거운 첫만남을 전해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용기있는 그대에게 추천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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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2-2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보통 선전을 요란하게 되는 책은 잘 안 읽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님의 리뷰를 읽고 나니 꼭 읽어보고 싶네요. 오늘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 더 돌이켜 보게 됩니다. ^^

별빛속에 2007-02-2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읽고 싶은 마음까지 동하셨다니 정말 기쁘답니다. ^ ^
가볍지만 그리 가볍지 않은 책이니 잼나게 읽으시길 바래요~ ^ -^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이 책의 작가 장폴 뒤부아가 방한을 했다. 북데일리 기자인 스윗도넛님의 블로그에 올려진 작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곤 부러워서 침을 줄줄~ 흘리고, 저자 사인회에 다녀와 올려둔 사진-저자와 함께 한 사진과 사인받은 책들의 사진-과 글을 보곤 서울의 특권에 살짝 삐쳐서 토요일에 도착한 뒤부아의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을 붙잡고 나도 사인회 가고 싶다고~ 싶다고~ 절규하기도 했다; 그래봐야 이미 지나갔지만;; ^ ^;;

그래서 사인회 못가는 섭섭한 마음을 그의 작품을 읽으며 달래려고 전에 <구해줘>의 1+1행사로 함께 딸려온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를 작년 가을쯤 집어들었다. 200여쪽의 작은 양장본인 이 책은 내가 소장한 최초의 뒤부아 작품이며 최초로 읽은 책인 셈이다; (책도 안 읽은 주제에 사인회 타령을 했냐고? 쿨럭;; ^ ^;;)


평온하게 또는 약간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타네씨에게 어느날 날아온 등기우편물. 자신의 삼촌이 다 허물어져가는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것을 상속받기로 결심한 다음부터 평온하기만 하던 타네씨의 일상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폐허나 다름없는 대저택을 수리하기 위해 자신의 집까지 팔고 본격적으로 집수리에 뛰어든 타네씨,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좀 줄이려고 비공식으로 불러들인 일꾼들이 하나같이 사고를 친다. 어쩌면 그렇게도 일꾼복도 없는 건지!!! 읽는 내내 그에게 동정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 ^;;

다양한 국적과 괴팍한 성격, 특이한 공사방식을 갖춘 여러 일꾼들. 그런 독특한 일꾼들을 상대하는 타네씨를 보며 한편으론 웃음을 다른 한 편으론 안쓰러움을 표하다 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에 다다른다. 타네씨가 각양각색의 특이한 일꾼들을 만났던 대저택 집수리 현장은 어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그리 닮아있는지. 세상의 축소판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에게 사기쳐서 먹고 사는 사람들과 돈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더 소중히 하는 사람들(가장 인상적이었던 에밀 아랑그 영감님처럼)처럼 말이다.


힘들었던 삶의 한 지점을 잡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소설. 다양한 '노가다꾼'들이 펼쳐내는 예상외의 활약과 점차 그 시련들에 단련되어 가는 타네씨를 보며 그의 대저택 보수공사는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되었을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우리 작가 '성석제'씨가 떠오른 소설. 어디 한 번 타네씨가 농담을 잘 하는지 어떤지 만나러 가보자. ^ ^





+ 작년 11월에 쓴 리뷴데.. 왜 빼먹고 올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당;;
   4달 정도가 지나버리고 올리려니.. 얼마전을 작년으로 바꾸는 등 대략 손질해도.. 참 어색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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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내 리뷰의 도용이란 걸 처음으로 목격했다.

한 출판사 카페에서 리뷰이벤트를 했었는데

거기에 내 리뷰를 통째로 베껴온 글이 하나, 일부발췌해 짜집기 한 글이 하나였다.

세상에~

리뷰도용이란거 남의 일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글들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더니

그래도 통째로 베낀 사람은 양심이라도 있는 사람인지라 사과를 받았다.

부분발췌한 넘은(알라딘에서 3명의 글을 발췌해서 조합했더니 아주 그럴 듯해 보이더라는;; ㅡㅡ;)

그냥 묵묵부답이다;; 확~ 신고해버려?? ㅡㅡ?

 

 

어쨌거나.. 한 명이라도 사과를 받고 속상한 마음이 조금 풀렸는데..

그제.. 한 출판사 블로그 이벤트에서 카페의 아는 분과 물만두님의 리뷰가 도용된걸 발견했다. -_-;;

물만두님께 확인결과 도용이 맞았다;;

내 글은 아니지만 괜히 내가 열내서 이리저리 신고하고 항의하고 난리쳤는데..

오늘.. 그 닉을 가진 사람을 또 만났다.. ㅡㅡ;

역시나.. 이번에도 리뷰 이벤트;;; -_-;;

 

우선. 내 글이 또 도용당했다.

것두.. 내 글 바로 밑에.. 똑같은 제목을 달고 있다;;

어찌 이리도 대범하단 말인가!!! (하긴, 추천수로 했을때 밑에 있으니 그냥은 몰랐을지도;; -_-;;)

닉넴이 옥다방고양이.. ㅡㅡ;

다방에나 있을 것이지 남의 글은 왜 훔치나;;

이번에는 제목은 그대로 베끼고, 내용은 두개 정도의 문단을 도용했다. 생각을 적은 부분들..

 

너무 열받아서 이리저리 신고하고 덧글로 항의하고 하다가..

그 위의 글(최고 추천글이었음;;)을 보게 됐다.

닉넴이 낯익다;;;

그렇다!

바로 그제 물만두님 글을 도용했던 그 닉넴이었다. - 행복한 세상.

남의 글 훔치면서 무슨 행복한 세상을 논한다고;; ㅡㅡ;

 

이번엔 글이 무쟈게 긴데 전과가 있는 사람인지라 의심스러워 혼자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다.

한 마디로 삽질;;;

그러나! 결국 찾았다!!!

이번엔 네이버책 추천글들 두 편이 연속 통째로 도용되어 있다;;; ㅡㅡ;

힘들어서 뒷글은 더 안 찾았는데..

대략.. 책 리뷰 3편과 영화리뷰 2편을 모조리 긁어와 올린 것 같다.

 

그런데 웃긴건..

도둑질한 글이 추천수 최다글이라는 거다;; ㅡㅡ;

그 밑엔 정말 잘 읽었다는 덧글도 두 개 달려있다;; (물론 그들에게 죄가 있는건 아니지만;;)

 

 

 

힘들여 글 쓴 사람은 제대로 인정 못 받고

남의 글 순식간에 훔쳐서 대충 버무려 올린 도둑넘들 글은 추천수 최다;;;

정말.. 리뷰 쓸 맛이 똑~ 떨어진다;;

 

이거이거~ 대체 뭐 하자는 건지;; ㅡㅡ;

 

 

 

안그래도 충분히 기분 더러우신데.. 내 리뷰 도용현장까지 목격하고 나니 한층 우울하시다;; -_-;;;

나도 네이버책, 다음책, 싸이책 할 것 없이 리뷰 모두 올려야 하는 건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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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7-02-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든, 못 쓰든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공들여 쓴 글을 누가 몰래
가져간다는 건 불쾌한 일이죠. 전 못 써서 안전할 듯 싶어요.

이매지 2007-02-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날잡고 찾아볼까하는데 영 귀찮아서.
남의 리뷰를 자기것인냥. 그것도 정말 도둑질이예요!

마늘빵 2007-02-2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것도 어디서 이렇게 쓰이고 있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antitheme 2007-02-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솜씨가 없어 이런 일은 겪을 일이 없지만 작은 일에 양심을 속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그만큼 각박하고 힘들다는 반증이겠지요.

별빛속에 2007-02-26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글들 감사해요; ^ ^;;
저도 찾으려고 찾았던게 아니고 우연히 눈에 띈거라..
그 뒤엔 스팀이 돌더니 막~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ㅎㅎ;;
일일이 저런거 다 찾고 다니는거.. 사람이 할 일이 못되죠;; ^ ^;;

글구.. 리뷰도용은 글솜씨랑 별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일단.. 제 리뷰가 도용된 것부터 그렇고;; ^ ^;;
여기 두 줄 서평쓰신 분;;;의 리뷰가 얼마전에 제 리뷰 일부 도용한 사람의 서평에 포함되어 있는걸 발견했답니당;; ^ ^;;;
두 줄이 도용될 거라곤 생각해 보질 못한 터라 나름 충격이었다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