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성에 딱!인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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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B 7집 - Lucky 7 [재발매]
공일오비 노래 / 오이일이뮤직 / 2006년 8월
13,000원 → 11,000원(15%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6년 09월 10일에 저장
품절
생각 없는 생각
이병우 연주 / 명음레코드 / 2001년 3월
14,000원 → 12,400원(11%할인) / 마일리지 120원(1% 적립)
2005년 05월 24일에 저장
품절
스위트피 (Sweetpea) - 하늘에 피는 꽃 + 달에서의 9년 EP
스위트피 (Sweetpea)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4년 4월
17,500원 → 13,700원(22%할인) / 마일리지 140원(1% 적립)
2006년 08월 27일에 저장
품절
루시드 폴 (Lucid Fall) - 오, 사랑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3월
13,000원 → 11,000원(15%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6년 08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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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요시다 노리코.요시다 다카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 경고 ※

이 글엔 약간의 내용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걸 스포일러라고 부르기까진 좀 민망한 수준이지만 말이죠; ^ ^;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주연한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이 얼마전 개봉했다. 영화는 보지 않은채 원작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책의 무게에 비례하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반양장 페이퍼백인 만큼 정말 가벼운 이 책은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멜로다. 제목만 보고 혹시 버스에서 읽다가 눈물을 쏟아내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진 않을까 내심 불안했는데 웬 걸! 그건 기우였다. 책 제목은 <눈물이 주룩주룩>인데 도대체 어느 타이밍에서 눈물을 흘려야 할 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조금 슬퍼지려나, 이제 좀 울게 되려나~ 생각하니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너무나도 허술하게..

이 책의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자면 '일본판 가을동화'다. 이복 남매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연인은 될 수 없는 상황 설정과 어느 쪽으로든 마무리가 쉽지 않았던지 마지막엔 불치병으로 마무리해주는 센스~!까지 어찌도 그리 똑같은지. 할 말이 없다, 그 상투성에(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표절이라든지 그런 얘기가 아니다. 설정이 너무 식상하다는 이야기다. 오해마시라!). <가을동화>랑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의 재혼으로 형성된 남매인 까닭에 처음부터 진짜 남매가 아닌 사실을 알고 있었고, 숨겨왔던 서로의 감정을 쌍방향으로 확인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애매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는 점이다.


요타로는 갑작스런 엄마의 재혼으로 가오루라는 여동생이 생긴다. 그리고 네 가족의 짧지만 단란한 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나 곧 무책임한 자유주의자 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 남매를 위해 뼈빠지게 일하던 엄마는 어느날 눈을 감는다. 둘만 남겨진 남매는 외할머니를 찾아 작은 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나름 행복한 유년생활을 보낸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본섬으로 나온 요타로는 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가게를 내겠다는 꿈을 향해 열심히 일하고 그 와중에 연상의 의대생 애인도 생긴다. 세월이 흘러 가오루도 고등학교를 본섬으로 진학하면서 요타로와 함께 지내게 되고 일련의 사건들이 지나가면서 서로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당혹스러워한다.

<눈물이 주룩주룩>의 작가는 너무 친절하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대사나 상황을 통해 표현하기 보다 직접 독자들에게 알려주길 즐긴다. 그래서 대사보다 지문이 더 많다. 그러나 너무 친절한 작가는 재미없다. 또한 전체적 구성이 무척 단순하고 사건의 전개가 단조롭다. 사회적 신분의 차이로 갈등하는 연인의 모습이나 어느 순간 불치병으로 갑자기 끝을 내어버리는 수법은 상투적이다. 무엇보다 그 죽음엔 합당한 이유도 없다. 그냥 불치병인 것이다. 갑자기 죽어버려도 더이상 토를 달 수가 없는 그런 병. 주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애용하는 설정이다. 어린날 절벽에서의 새벽과 크리스마스날 밤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가오루를 찾아내 흑기사가 되어주는 요타로의 풀리지 않는 신비한(?) 능력처럼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문체 또한 단순해서 작가만의 어떤 매력을 찾기가 힘들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태양의 노래>나 <천국의 책방>처럼 책보단 차라리 영화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순애보를 사랑하는 일본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상투적이고 단순하며 신파적인 소설에 열광하는 까닭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세 작품 모두 별로였던 터라 영화화된 원작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앞으론 일본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은 안 읽을까 보다. -_-;; (그러나~ 펑펑~ 울면서 읽었던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나 실실 쪼개며 책장을 넘겼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원작 또한 꽤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영상이나 배우들을 빼곤 상투적 신파멜로의 절정을 달렸던 드라마 <가을동화>와 이 책 <눈물이 주룩주룩>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가을동화>를 선택하련다. 고백도 못해보고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사랑의 도피 행각이라도 저질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그 사람의 품에서 죽는 편이 백배는 낫지 않겠는가. 간만에 눈물이나 실컷 흘리려고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아쉬움만 한가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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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노라 에프런 지음, 박산호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이브날 눈도 살짝 내려주는 저녁, 언니들과 함께 간 영화관에서 (혹자는 '시애틀의 불면증'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ㅋㅋ)>을 봤던 기억이 난다. 라디오 청취자 사연을 통한 편지왕래와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에서 아슬아슬하게 만난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의 달콤한 로맨스는, 90년대의 아날로그적 향기를 한껏 담아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로맨스의 환상을 품게 만들었으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푹빠지는 계기가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감독 노라 애프런의 수필집이 나왔다. 앞서 말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강한 향수에 이끌려 그녀의 책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영화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했다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일본소설풍의 표지 일러스트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노라 애프런의 인생 이야기는 과연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에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대로 잔뜩 부풀어 넘긴 책의 첫글은 솔직히 시큰둥했다. 목의 주름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고, 목주름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흥분해서 떠드는 그 마음을 내 기준으론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치 외모에 집착하는 부유한 중년의 푸념같다. 그래도 책장을 계속 넘긴다. 목주름으로도 모자른지 헤어, 제모, 손톱손질, 염색 등등 끝없는 외모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이상한 건가. 여전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부유한 그녀, 핸드백같은 소품에 큰 돈 쓰기는 아까워하나보다. 시장표 핸드백을 자랑스레 얘기한다. 음. 소탈한 면도 있는데. 그러다 방 8개 달린 뉴욕의 아파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헉; 방 8개라.. 도무지 감정이입이 안된다; OTL

그러나 이젠 안다. 부유하지만 소탈하고 치밀하지만 덜렁대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소재가 목주름과 헤어손질과 핸드백과 방 8개짜리 아파트였을 뿐이라는 것을. 두번 이혼하고 세번 결혼한 자신의 개인사까지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유한 중년 여성의 자랑과 과시가 아니라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내어 들려준다는 것을. 그녀가 방 8개의 호화로운 뉴욕 아파트를 떠나면서 나의 지루함도 함께 사라졌다. 노라 애프런의 유머가 쏟아져 나오는 '나와 JFK : 이제는 말할 수 있다'부터는 그녀의 글들은 하나같이 재밌고 즐겁다. 


자신의 심란했던 뽀글뽀글 파마머리 때문에 케네디가 유일하게 추파를 던지지 않은 사람이 자신일 거라는 농담을 통해 케네디의 추문을 얘기하고, 클린턴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는 듯하면서 그의 과거 스캔들과 더 나아가 부시의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은연중에 곁들인다. 그런가 하면 어린 날 즐겨 먹었던 향수어린 음식을 찾기 위해, 또한 새로운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걸어온 파란만장한 여정길 같은 소소하지만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있다. 결혼과 육아 과정 속에서 여자와 엄마 사이의 갈등을 유쾌하게 언급하기도 한다. 그중 책에 대한 노라의 사랑이 듬뿍 표현된 '내 인생은 판타지'는 특히 좋았다. 

돋보기 없이 불편해지는 나이 덕분에 지도나 약병에 적힌 글자를 읽기는 거의 포기했으며 집안 곳곳에 돋보기를 뿌려놔도 불편함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노라 애프런. 그러나 그녀는 나이 먹는 것의 서글픔과 아쉬움을 토론하면서도 라스베이거스에서 먹고 마시고 도박을 즐기며 60세 생일을 보낼 만큼 씩씩하게 노년을 즐기고 있다. 이제 슬슬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이른 노라. 그녀는 칙칙해지지 말자고, 크게 웃으며 순간에 충실하자고 외친다. 죽음 앞에서 아무리 고민한들 무엇하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충실하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 "내가 죽다니, 믿을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아니. 난 믿을 수 없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칙칙해지지 말자.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자. 크게 소리 내어 웃어보자. 먹고, 마시고, 흥겨워해라. 순간에 충실해라. 삶은 계속된다.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말을 되뇌어라. '그렇다고 별 수 있나?' 여기,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다. 뭘 해야 하는 걸까? (198쪽)


유쾌하게 나이들기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다. 오히려 밝고 경쾌하다. 노라 애프런의 에세이집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는 이렇게 고상한'척'이나 우아한'척' 하지 않고 자신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가식없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들엔 적절하고 상큼한 유머가 섞여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처럼 유쾌하다. 그리고 마냥 가벼운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인생의 보편적인 이야기와 자기 성찰이 담겨 있다. 그래서 시작은 시큰둥했지만 마지막엔 웃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육십을 넘긴 노라 애프런의 솔직함과 엉뚱함과 유쾌함이 마냥 사랑스러워진다.







해리) 당신 인생에 대해 얘기해 볼래요?
샐리) 내 인생이요?
해리)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18시간이나 남았잖아요.
샐리) 내 이야기는 시카고도 못 가서 끝나버릴 걸요. 별거 없어요. 그래서 뉴욕에 가는 거니까.
해리) 뉴욕에 가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나요?
샐리) 그렇죠.
해리) 예를 들면?
샐리)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 기자가 될 거예요.
해리)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쓰시겠다?
샐리)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겠죠.
해리) 그럼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겠네? 죽을 때까지 거기에 살았는데 별 거 없으면. 아무도 못 사귀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어버렸는데, 복도에 썩은 내가 진동할 때까지 2주가 넘도록 아무도 모르면? 뉴욕에선 그런다던데.

-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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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여성 파일럿, 권기옥
임복남 지음, 민영숙 그림 / 작은씨앗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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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영화 <청연>이 개봉을 앞두고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이란 카피를 내걸면서 그녀의 친일논쟁과 더불어 '진정한' 최초의 여류비행사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 논란을 통해 그동안 미처 몰랐었던 '진짜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 여사를 알게됐다. 권기옥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비행사가 되었다면, 박경원은 일본의 항공학교를 졸업한 민간 비행사였다. 결국 영화제작사 측이 '최초의 '민간' 여류비행사'로 정정하면서 논란은 어느정도 일단락되었고, 조선의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 여사에 대해 좀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권기옥은 딸이라는 죄로 구박과 냉대를 받던 시절에 태어났다. 오죽하면 기다리던 아들이 아니라고 해서 딸의 아명(兒名)을 '갈례(어서 가라(죽으라))'라고 지었겠는가. 그런 시절을 겪으며 어린 권기옥은 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현실을 분개했고, 또 그런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른 여자들을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녀의 당찬 결심은 그녀의 전생애에 걸쳐 지켜졌다.

놀음으로 전재산을 탕진한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놓고, 집안 살림을 위해 공장에 다니면서도 언니의 어깨너머 글을 배우고, 또 동생을 업고서라도 학교에 다니며 1등을 놓치지 않는 당찬 아이, 권기옥. 그녀는 숭의여학교 재학중 3ㆍ1 만세 운동에 연루되어 경찰에 끌려갔고, 독립자금 모금과 임시정부공채 판매의 덜미가 잡혀 일본경찰에게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수감된다. 그러나 그녀의 애국정신은 더욱 강렬해져 출소 후에도 임시정부와 연계하여 독립운동에 힘을 쏟았고 결국 일본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의 임시정부에서 일을 돕던 권기옥은 비행사가 되어 조선총독부와 천황궁을 폭파시키겠다는 계획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우선 비행사가 되기 위해선 말이 통해야 하기에 중국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항공학교에서는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드디어 첫 비행을 성공하던 날 그녀는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러나 그런 눈물겨운 노력으로 비행사가 되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으로 계획을 미루던 중 일본이 패망했고 조선은 독립했다. 조국의 독립이야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만은 우리의 힘으로 당당하게 얻은 독립이 아니기에 권기옥은 조금 허망함을 느꼈다. (사실 그때문에 아픈 역사가 더욱 길어졌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일어나 독립된 조국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군 창설을 위해 힘쓰며 '공군 아주머니'로 불렸고, 한중문화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교류에 힘썼다. 또한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고자 재정난에 허덕이면서도 15년이란 세월을 들여 <한국연감>을 발행하며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출판인이 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삶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장학 사업에 기탁했다. 그리고 1988년 큰 별이 지고 말았다.


- 꿈을 가지라우! 꿈이 없으면 송장이나 다를 게 없디 않가서! 특히 젊은이들은 꿈이 있어야 돼! ..(중략)..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우. 못 할 게 뭐가 있어. 저지르고 보는 기야. 댐벼 들고 보는 기야. 안된다, 못 한다, 기딴 생각은 짚어 치우라우. 아이 되면 별 수 없디 어카갔어. 길티만 말이디, 해보지도 않고 아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이야.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이 꿈이 ㅇㅆ고 패가가 있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있어. 다른 나라가 넘보디도 못 하고 말이디.
  기카고, 녀성들이 앞장을 서야 돼. 남자가 하는 일 중에 여자라고 못할 일이 뭐가 있소. 있으면 말해 보기오. 제발 남자들 뒤꽁무니에 숨디 말라우. 이끌어야디. 앞장서서 이끌란 말이야. (209~211쪽)


딸은 그저 쓸모없이 밥이나 축내는 존재고, 여자는 그저 남자들 뒤치닥거리나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 '여자'를 향한 온갖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비행사가 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또 독립한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친 권기옥 여사.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의 삶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권기옥 여사에 대해 씌여진 책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글자도 큼직하고, 중간중간 삽화도 곁들여져 있다. 또한 쉽고 편안한 문체로 권기옥 여사에 대한 삶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면서 충분히 감동하고 존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권기옥 여사의 치열했던 일생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키우고, 그것을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 지를 깨달을 수 있으며, 더불어 어려움에 처한 조국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독립운동가들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좀 더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독립운동가로서, 비행사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항상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권기옥 여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파일럿 권기옥>을 통해 그녀의 뜨거웠던 삶의 자취를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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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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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좀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거쳐갔을 김훈 님의 작품들. 좀 부끄럽지만(사실 나는 책 좀 안 읽었으니 덜 부끄러워해도 되려나; ^ ^;) 나는 이제 두 번째 만남이다. 그 유명한 <칼의 노래>, <현의 노래>는 책꽂이에 꽂아둔 채 아직 읽어보질 못했고, 어느 잡지의 추천책으로 만난 <자전거 여행>은 그 옛날 읽다가 접었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그의 짧다막한 소설 <개>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은 그리하여 나를 설레게 했다.

오천년의 빛나는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에게 과연 영광의 날들만 있었겠는가. 기쁜 날이 있었다면 또 슬픈 날들도 있었고, 영광의 날이 있었다면 치욕의 날도 있었으리라.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의 배경인 병자호란도 그 치욕의 순간 중 하나다.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대의명분만 중시하다 결국 온 나라가 짓밟히는 상황 속에서도 손도 못 대고 가만히 앉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에 무기력한 임금과 각자의 신념을 주장하는 관리들, 그리고 죄없이 고통 당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남한산성>은 이런 비극적이고 치욕적인 역사의 한 순간을 책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놓는다.


병자년 겨울, 청나라의 군사들이 조선으로 밀려오고 신하들은 인조에게 강화행을 권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묘호란의 기억을 되살리며 착찹한 마음으로 강화도로 길을 떠나는 인조일행은 강화로 가는 길마저 막히자 어쩔 수 없이 남한산성으로 길머리를 돌린다. 산세가 가파르고 사방이 막혀있어 숨어있기 좋으나 그 반대로 평야로 뚫린 입구를 막으면 꼼짝달싹할 수 없이 갇혀있는 형세인 남한산성. 그 속으로 숨어든 임금의 행렬은 진퇴양난, 청군에 짓밟힌 조선의 운명과 어째 그 모양새가 비슷하다.

고립된 성 안의 모습은 바깥과 다르지 않다. 제한된 식량과 자원으로 일년 중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는 그들의 모습을 김훈은 그저 담담히 들려줄 뿐이다. 한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병사들이 깔고 자는 가마니를 뺏어 말을 먹이고, 먹이가 부족한 말들이 굶어죽고, 앙상한 뼈를 드러내며 죽은 말들을 잡아 다시 병사들을 먹이는 악순환은 그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 중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리고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 한 번 하지 못한 채 성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과 자신의 생활터전을 떠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남아있는 백성들, 그리고 임금과 그의 신하들은 점점 그속에서 지쳐간다.

또한 계속되는 청나라 장수 용골대의 압박으로 그들과 화해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화파 최명길과 절대 그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척화파 김상헌의 대립이 조정을 뒤흔든다.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주어진 환난에 대한 답을 움켜쥐고 있는 이 대답을 대체 누가 내릴 수 있으며, 그것들을 주장하는 그들을 감히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평할 수 있겠는가.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도, 후세에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감히 함부로 단언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다 쓰러져가는 조선의 운명을 앞에 두고 갇힌 성 안에서 명나라에 예를 올리는 조선 임금의 모습은 한 마디로 참담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죽어서 아름답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의명분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그토록 핏대를 세워 주장하는 명나라에 대한 예는 과연 아름다운 것인가. 그들이 떠받들던 중국은 그토록 대단한 것인가. 답답하고 답답하다. 그 시대적 상황이 답답하고, 사대사상으로 가득찬 그 시대 사람들이 답답하며,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었던 우리가 답답하다.

매섭던 바람이 잦아들고 땅에 봄기운이 조금씩 스밀 때쯤, 견디고 견디던 남한산성에서의 47일은 청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인조로 인해 끝이 난다. 더불어 기나긴 전쟁도 마무리된다. 청의 말발굽에 온통 상처입어 너덜너덜해진 조선은 언 땅을 뚫고 싹을 틔우는 연약한 풀들처럼 그렇게 다시 지난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치욕은 다시 삶을 이어주고 그 삶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 우리가 그 때의 일들과 전혀 상관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김훈의 문체는 짧고 강하다. 그 속에서 힘이 넘쳐난다. 그러나 치욕적인 역사현실에서도 그의 시선은 담담하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의 시선은 치우치지 않고 그 시간을 훑어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력에 한탄하는 인조, 자신들이 교육받은 성리학 안에서 나름 최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신하들, 척박한 현실속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는 군인들, 그리고 견디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뿔뿌리 민중들에 이르기까지 고통받는 자들의 구슬픈 표정을 책 속에 풀어낸다.

소설 속 <남한산성>의 현실이 과연 그 시대에 한정된 것일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다만 섬김의 대상이 명나라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큰나라에게 끌려다니는 내 나라의 모습을 보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답답하기가 매한가지다. 역사는 살아있는 거울이다. 그냥 조상들의 삶으로 끝나는 과거가 아니라 내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는 현재와 미래의 주춧돌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치욕의 아픈 역사를 담은 김훈의 <남한산성>은 현시대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남겨주는 소설이 아닐까 한다.








* 군소리 *

국사를 공부할수록 개인적으로 참 아깝다고 생각되는 임금 중에 한 명이 광해군이다. 그의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숙청당한 비운의 임금, 광해군. 물론 그에게 도덕적 허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왕자의 난을 통해 왕위에 오른 태종이나 조카를 죽이고 임금이 된 세조가 그에 비해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밖으론 명청 교체기에 현실을 직시한 중립외교를, 안으론 민생안정을 위한 개혁정치를 펴던 광해군. 사대주의에 어긋나는 중립외교와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에 타격을 가하는 개혁정치가 사대부들에게 곱게 보일리 만무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대부들에게 뽑아야 할 눈의 가시로 여겨졌을 것이고, 정치적 희생물이 됐다. 

가끔 그가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좀 더 펼칠 수 있었다면 조선은 조금 달라졌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중립외교를 펼쳤다면 그 알량한 대의명분을 그르쳤을진 몰라도 최소한 양란으로 고통받는 백성과 잃어버린 문화재는 물론이고 후금에게 무릎꿇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역사에 있어 만약.이란 가정법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안다.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하고 아무리 가정한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짙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으니.. 혼자 안타까워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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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2007-05-1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사를 공부할수록 개인적으로 참 아깝다고 생각되는 임금 중에 한 명이 광해군이다...공감 백만 배입니다...정말 눈물나도록 아까운 임금이죠. 그토록이나 무력한 아비에게서 이런 아들이 나왔다니...
덕분에 결심이 섰습니다아~~

별빛속에 2007-05-12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물론 아까운 임금이 광해군 하나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네요;; 쩝;;
제 글로 책을 읽기로 하셨다니 기쁘면서도 한 편으론 조금 걱정도 되는군요;; ^ ^;;
부디 즐독하시길 바랄게요~ ^ -^

jgshin2 2007-05-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책 제목을 보면서 번뜩 중학교시절 국사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병자호란 과 인조 소현세자와봉림대군

이야기를 야화와 더불어 한시간 동안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생각나 당장구입하였읍니다.

이글을 쓰면서도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힘든 우리역사의 한단면이 필름처럼보입니다.

당시 선생님은 인조의 삼전도 굴복시 이마가 언땅에 부딪혀 피가 났다는 대목에서 

울분을 뭇참는듯하셨읍니다

시대의벽과신분의담을 넘지못하고 청으로간 정명수의모습이 구한말과 일제시대, 해방 ,공산주의, 한국전쟁,

등을 통하여 기회를틈타  자신의 안일함과 평안함을 위하여 조국과 동포를 무참히 짓밟은

 역적의 모습으로 계속이어지는것이 역사의 순환인가 아니러니인가 안타깝다.

 현재까지와서도 애국자가 멸시와 고통을 받고 매국노가 힘쓰며 살아가는 이현실이 부끄럽다.

그당시 자기의목숨을 초개와같이 버린 두 젊은 신하들의 용기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애처로움에

눈물이 납니다.

잊었던 역사현장을 다시깨워준 작품이었읍니다.

감사합니다. 

 

 


jbk98624 2007-06-0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았습니다. 김훈님이 울지 말라고,.. 하지만 잊지 말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팠습니다. 욕된 우리 역사로 인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 모습이 비춰 보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2007-06-06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형부 2007-07-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 공간가는글 ,.,짧지만 모든것을 함축하여 표현하셨네요 일정부분 허락없이 인용했음니다 죄송합니다

별빛속에 2007-07-1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이렇게 덧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재미있게 잘 읽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가슴 답답함이 더 컸지만요;; ^ ^;;

글구 재형부님, 인용하시는 것 괜찮으신데요, 출처는 꼭 표기해 주세요~ ^ ^

비로그인 2007-09-0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님의 군소리 저도 공감합니다. 안타까운 조선의 왕이 몇 있는데, 단종, 정조..그리고 광해군이 저에게는 무지하게 안타깝다는;; 햇살님의 든실한? 서평 잘 봤습니다. 사실 전 이 책은 물론이고 김훈작가님의 글을 하나도 못봤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_-; 물론 남한산성이 곧 제 품으로 오긴 하겠지만 쿨럭;;